전 어렸을 때부터 꿈이 없었어요.
누가 뭐 하고 싶냐고 물으면 우물우물 하다가 그냥 툭 내뱉는 말이 “그냥 회사원이요...”
그만큼 하고 싶은게 없었죠. 그래서 tv 같은데서 대기업 다니다가 그만두고 농사지으면서 이게 제 천직인거 같아요 하고 환하게 웃는 사람들 나오면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랬죠. 결국 돈벌려고 하는 일인데 재밌나? 보람이 있나? 이러면서요.
좋아하는 건 판타지 무협, 그리고 동물원....;;
고3때까지도 그랬어요. 하고 싶은 일도 모르겠고, 그냥 남들이 공부하라니까 공부했죠. 물론 열심히 한건 아니예요. 동기부여가 없는데 공부가 되나요. 가고 싶은 대학도 없는데.. 그냥 부모님이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니까 공부하는 시늉만 낸거죠.
그래서 결국 재수하게 됬어요. 그때 평균 5등급이었던가 6등급이었던가...
그나마 재수생 때는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한번 대학에 떨어지고 나니까 그래도 좀 하려는 의지가 생기더군요.
덕분에 평균 2등급 나와서 인서울 대학이긴 한데 상당히 삼류인(재단은 돈이 많은데 대학에다가 쓰진 않더군요 퉷) 대학 사회복지과 들어갔어요.
왜 하필 사회복지였냐면... 그때 당시 사회복지가 엄청 뜰꺼라는 소리도 있었고.. 제가 아는 교회 동생이 자기는 사회복지학과 가고 싶다길래 그럼 그냥 나도 사회복지학과 가야지 이런 어처구니 없는 동기였죠. 심지어 그 동생은 사회복지학과 떨어지고 유아교육과 갔음..;;
여튼 누누히 말씀드리지만 동기부여가 전혀 안된 상태에서 절대 공부 안돼요.
펑펑펑 놀았습니다. 그리고 성적도 망함.
그러다 1학년 마치고 군대갔어요.
신나게 구름. 이젠 강원도 양구 쪽으론 오줌도 안싸요.
그리고 전역하니까 슬슬 취업걱정이 되더라고요. 아 이 학벌 이 성적으로 취업은 가능한가?
취업 걱정이 되니까 공부하게 되더군요. 교수님들께 사바사바 공부 잘하는 애들 붙잡고 같이 공부하자고 사바사바 해서 나름 괜찮은 성적 받았습니다. 1학년 때 성적이 워낙 닐리리야 스러워서 잘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 점수는 3.79였지만 ㅜㅜ
그리고 졸업했는데 미치겠는거에요. 막연하게 사회복지사나 해야지 이랬는데... 요즘에야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알게 된 거죠.
전 동물원 사육사를 하고 싶어요. 어느날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다가 갑자기 깨달았어요. 사람을 돌보는 일보다 동물을 돌보는 일이 더 재밌고 즐거워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유난히 좋아하긴 했는데 사육사를 하겠다는 생각은 못한거죠. 특히 고양이과 동물을 좋아해서 호랑이나 사자에 관련된 책들도 몇권 샀었는데...
하지만 28살에 대학 졸업까지 했는데 새로운 진로를 찾기엔 너무 부담스럽네요. 집안 사정도 그렇고... 일단 사회복지사로 돈을 벌면서 사육사에 관련된 사이버 대학이나 알아볼 생각입니다. 그래도 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ㅎㅎㅎ 결혼도 힘들겠네 ㅋㅋㅋㅋ
아... 만약 고3때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깨달을 수 있었다면 지금쯤 웃으면서 사육사 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깟 인서울 대학 가는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 먼저 찾았어야 했는데... 정말 비이잉 돌아서 가게 생겼네요. 심지어 갈 수 있을지조차 모르게 됐어요. ㅜㅜ 혹시 문피아에 고등학생 분들이 계시다면 정말 잘 생각해보세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부터 찾아야 해요. 전 하고 싶은 일을 28년만에야 찾았네요. 여러분은 수능 치기 전에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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