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갑자기 추억이 샘솟습니다. 역시 밤은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드나봐요. 흠. 제 첫사랑과의 추억을... 왠지 모르게 꺼내들고 싶어집니다.
초등학교 4학년 즈음이었나... 가을 중반에 접어들 무렵, 저는 살던 집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죠. 물론 이사라고 해봐야 거리가 얼마 떨어지지 않았으니 후문으로 나가던 것을 정문으로 하교하게 된 변화밖에 없지만요 ㅋㅋㅋ
뭐 어쨌든, 정문으로 나갔을 때 저는 첫사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첫사랑은 정문 앞, 길건너에 어떤 아저씨와 함께 있더군요.
제 첫사랑은... 솔직히 예쁘다! 라고 말은 못할것같아요. 매우 아파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무젓가락처럼 말랐거든요. 또 노랗고... 하지만 저는왠지 모르게 눈을 땔 수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아이가 쓰고있던 두꺼운 분홍색의 구름같은 털실모자 때문이었을까요?
그 아이는 늘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같은 아저씨와 함께 서있었습니다. 가끔 등교할 때 보이기도 했었지만 대부분 하굣길의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지요. 아이들은 그 애에게 관심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 아이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대답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군요. 그 아이가 말하는 것을 본 적은 없었거든요. 말을 하지 못했던 걸까... 결국 어이들의 관심에 답하는 것은 아저씨였습니다.
저는 하염없이 그 아이를 보았습니다. 하염없이. 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군요. 저는 멈춰서 그 애를 볼 수 없었거든요. 부끄러움이란 게 얼마나 사람을 위축시키는지... 저는 늘 멈춰서 그 아이를 보고 싶었고, 다가서서 말을 걸어보고는 싶었지만... 결국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 아이에게 서슴없이 다가서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얼마나 부러웠는지... 멈춰서서 그 아이를 바라보지도 못하는 제가 얼마나 실망스러웠던지...
그렇게 그 애에게 말 한번 붙여보지 못하고 속만 썩이던 어느날... 가을이 지나가고 겨울이 찾아와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던 어느날... 제 첫사랑은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어요.
그렇게 그 아이의 이름도 모른채로, 정문 앞 길 건너편에 서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이유도 모른 채로... 제 짧은 첫사랑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 아이는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있기를 빌 따름이지요.
하지만 결국 그 아이의 이름은 알아냈습니다. 제 친구가 알고있더군요.
그 아이의 이름은... 솜사탕입니다.
예. 맞아요. 솜사랑. 나무젓가락에 분홍색 털실모자같이 씌워진 그 솜사탕! 잘못보신게 아닙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구요? 한 줄 요약하자면... 낚였어요! 재밌었죠? 깔깔깔깔
P.s 데스노트님 재밌는 이야기 대령이요~ 낄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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