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애들 10명을 맡아 가르치게 됐는데
2명이 남자애고 8명이 여자애입니다.
1명이 결석해서 실제로는 9명이랑 어제 첫 수업(?)을 했는데...
첫 수업 감상평: 이건 미친 짓이야.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일단 상황부터가 난처했는데...
바로 이전 정규 수업 시간이 영어 시간이었던지라, 제가 제대로 수업하면 애들이 3시간 연달아 지겨운 영어 수업을 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
일단 애들 실력을 검진해보려고 시범적으로 문제집 내신 대비 문제지를 가져와서 풀게 해보려고 했지만 온갖 불만불평이 쏟아져서 ㅜㅜ
결국 제 소개랑 각자 소개만 간단히 하고 1시간 30분을 설렁설렁 보냈습니다. 마치 대학교 학기 첫 주 오리엔테이션 주간처럼요. -_-;;
제 소개라고 해봐야, 뭐, 여자친구 있냐는 둥. 여기 왜 왔냐는 둥. 이 근처 사냐는 둥...
1시간 30분 동안 할 게 없으니까 수학 숙제 푸는데 간단한 집합론 문제를 제게 물어보더라고요.
원소 몇 개가 반드시 포함되는 집합의 부분집합 개수를 묻는, 정말 집합론 기초 중의 기초로 간단한 문제였는데도 막상 애들 앞에서 교사(?)의 위엄(...)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긴장감 때문에 눈앞이 노래져서 못 푸는 굴욕까지. ㅜㅜ
그나저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선생님 소리 들어보니까 기분이 묘하네요.
막 초등학교 졸업하고 어색하게 교복 걸쳐 입은 꼬맹이들이 "선생님~ 선생님~" 하면서 저를 퍽퍽 패는데...
...예. 퍽퍽 팹니다. 남자애들은 가만히 있는데 여자애들이요. -_-;
그 중 한 애는 공책에다가 정말 이상한 거... 그러니까 웬 만화 [남자] 캐릭터들이 묘하게 가까이 붙어 있는 걸 막 그리고 있는데...
은근슬쩍 다가가서 보려고 하니까 막 "보지 마요 선생님!" 하면서 퍽! -_-;
그래도 애들은 참 예쁘더라고요. 왜 주인공이 교사인 미연시가 존재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 (잡았다 요놈!)
P.S 어제 수업의 하이라이트
남학생1: 선생님, 여자친구 있어요?
나: 없어! 그딴 거 왜 물어! 넌 있냐?!
남학생1: 네. 있어요. ^^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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