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중앙의 버스 전용 차로에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기다리던 중이라고 해야겠군요.
날씨가 갑작스레 추워졌기에 사람들은 말 없이 오들오들 떨고 있었고 커플들은 "자기 추워? 아잉~ 난 안추운데." 라고 하는 평범한 횡단보도 풍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산행이라도 다녀왔는지 바람막이에 백팩을 메고, 햇빛 가리개까지 하신 아줌마가 홱 뛰쳐나가더라구요.
도로가 그냥 도로도 아니고 8차선 도로를 건너려 하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한창 만용 폭발하던 중학교 때도 못하던 일이었거든요. 거기서 무사히 건너면 아무 문제 없으련만 또 하필 쏜살같이 달려오던 택시에 치일 뻔했습니다. 택시 기사도 놀라고 짜증났는지 경적을 길게 삐익 누르더라구요. 아줌마도 혼비백산 허겁지겁 버스 타는 보도블록에 올라섰습니다. 그러고선 뒤돌아 하는 말이.
"이 망할 놈의...!!(뒤는 못들음.)"
이거 듣고 진짜 농담이 아니라 피식 웃었습니다. 적반하장도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신호 바뀌고 건너려고 보니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그 택시 이후로 신호 바뀔때까지 지나가는 차가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또 한 번 웃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 택시도 신호 어긴 거더라구요. 신호를 어긴 택시는 사람을 칠 뻔 하고, 신호를 어긴 사람은 차에 치일뻔 하고. 또 사람을 칠 뻔 했던 택시는 경적을 삑삑 울리고, 차에 치일 뻔 했던 사람은 욕설을 내뱉고.
참 가슴 훈훈한 하루였습니다.
요약 : 무단 횡단을 하려던 사람이 신호 어기고 직진하던 차에 치일 뻔 함. 차는 그 사람한테 삑삑 경적을 울리고 사람은 그 차에 욕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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