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은 정말 무서워요.
하는 사람은 집착하다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게 되니 무섭고, 당하는 사람은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어 무섭고...
중-고등-대학초기까지 제게 집착했던 동년배 남자애가 하나 있어요.
같은 학교였던 적은 한번도 없고, 그저 학원에서 반 년 남짓 같은 반이었을 뿐이었어요. 전 처음부터 줄곧 남자친구가 있었구요.
근데 그 애는 '여성기피증이었는데 너 덕분에 나아졌다. 그러니 난 네가 좋다.'고 했어요.
그리고는 뭐 그냥 단순한 접근에서부터 성적 폭력을 휘두르겠다는 메세지나(번호없이 온거였지만 너무 충격받은 나머지 영등포 센터까지 가서 번호 추적했었어요) 후배에게 우리 집 주소 알아내서 몰래 근처를 배회하던거나(사는 동네가 버스로 15분 넘는 거리였음에도) 번호를 바꿔도 어떻게 알아내서 계속 연락하고, 넌 반드시 나와 해외여행에 가야한다 싫다면 억지로 끌고라도 가겠다 같은...
중학생 때는 그 애가 우산을 휘둘러서 제 눈 밑이 손가락 한 마디 정도 찢어진 적도 있었네요.
그리고는 스물한살 때 학원에서 강사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어요. 고교생은 이백민원 넘고 중학생은 백칠십쯤 내는 학원이었는데, 선생이 원장 부원장 빼고 전부 저 같은 대학생이었죠. 하다못해 재수생을 쓴 적도 있었대요.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겐 나이를 속이고 가르치는거구요.
어쨌든 거기서는 중학교 2학년짜리가 들러붙었어요. 소위 일진이나 그런 류의 애였는데, 제 수업 땐 그래도 열심히 듣더라구요.
근데... 선생님에 대한 동경이었는지 성적 호기심이었는지(자랑은 아니지만 가슴이 좀 됩...니다, 75D라서) 자기 요번 시험에 몇 점 맞으면 같이 영화 보러가자든지, 저녁 식사 시간에 자기 집 가서 밥 먹자든지, 중딩 주제에 술마시고 전화해서는 선생님 사랑한다고 주절거리고...
자기 멋대로 선생님에서 누나, 그 다음은 제 이름으로 호칭을 바꿔 부르더라고요. 혼내도 소용이 없었어요.
나이도 스물일곱이라고 거짓말했는데도 그랬으니 원래 나이 알았으면 얼마나 난리였을지...
나중에는 쉬는 시간에 다른 선생님과 얘기 중인데 뒤에서 덥썩 끌어안아버리고, 귀에 바람넣고, 화장실 간 사이 제 휴대폰 뒤져서 주소 알아내고는 그걸 저 보란듯 외우고 다니더군요.
결정적으로는 '내가 선생님 덮쳐버리면 내 여자가 되는거니까...' 같은 말을 하는 단계까지 갔어요.
그때 남자친구가 화나서 애랑 전화통화로 완전 싸우고, 그 전엔 애가 선생님 좋아할 수도 있지 않냐며 방치하던 학원 측에서도 심각성을 느끼고 임시방편으로 절 해고했죠.
그리곤 그 애도 학원 그만뒀댔고.
그 일 있은 후 너무 무서워서 휴대폰 3개월 정지시켜뒀었는데 정지를 푼 날 딱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더라구요. 받았더니 '이제 되네요?'... 아, 진짜 나보다 한참 어린 앤데 그렇게 무서웠던 적이 없어요.
그리고도 간간히 연락왔죠. 다 씹었지만...
저 두 사람의 사태를 같이 겪어주며 7년 남짓 사귀어온 남자친구도 나중에 집착을 하기 시작했어요.
과외 수업 중이라 전화 못 받는다고 시간표도 알려주고, 수업 시작 전에 문 자까지 보내뒀는데 전화가 미친듯이 오는거예요.
안 받고 놔두는데도 계속 전화가 오길래 학생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화받아서 수업 중이라 못 받는다 했더니 '지금 받았잖아?'...
그런 류의 일들이 반복되기에 결국 못 참고 헤어졌어요.
아, 스압 쩌네요.
결론은 오늘 모르는 번호로 전화와서 받았더니 '나야'하고 한참 말이 없네요.
너무 짧게 목소리를 들어 누군지 감은 안 오는데 목소리가 너무 낯익어요. 잘못 걸린 전화였음 싶은데 순간 겁먹고 얼어버리게 되던...
제발 아니길...
지금 또 번호 바꿔서 바뀐 번호 아는 사람도 열 명 조금 넘는데...
정말 집착이란 무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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