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도올선생의 책에서 이런 내용을 읽었습니다. [동의보감] 책을 처음 번역한 분이 운전 허민 선생이라고 합니다. 허민 선생은 허준의 후손 중의 한 명인데, 직계는 아닌 듯합니다. 어쨌든 후손으로서 선조의 위대한 업적을 한글로 번역했다는 게 참 대단한 일 같습니다.
[동의보감]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분도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죠. 저도 들은 것과 읽은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주로 도올선생이 쓴 책에서 본 내용입니다.
우선 동의보감에 나오는 처방은 허준 선생이 창조한 것이 아닙니다. 임진왜란 이후로 병이 창궐하고 그래서 선조 임금이 허준에게 의서를 정리하라고 명령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허준은 궁중에 보관된 여러 의서들을 빌려 볼 수 있었고, 온갖 의서들에 나오는 처방들 중에서 유효하다 싶은 것들, 조선에서도 약재를 구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낸 것이 바로 동의보감의 처방들이라고 기억합니다. 그렇다 보니, 동의보감의 처방에는 항상 ‘출전’이 적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환약은 [천금방]이라는 책에 나온다.... 이런 식이죠. 이 과정이 아마 한 10년 걸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한의사들이 진료할 때 근거로 삼는 책이 있는데요, 그렇게 책에 따라서 파가 나뉜다고 하더군요. [동의보감]을 위주로 진료하면 ‘보감파’가 됩니다. [의학입문]을 위주로 진료하면 ‘입문파’가 됩니다. [황제내경]을 위주로 진료하면 ‘내경파’가 되는 거겠죠...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라서 ‘내경파’가 맞는지 좀 불확실하네요... 참고로 [황제내경]은 [소문‘이라는 부분과 [영추]라는 부분으로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 사상체질을 근거로 진료하는 파도 아주 조금 있다고 합니다.
저도 [동의보감]의 내용이 궁금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남산사에서 출판된 [동의보감]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대충 읽어 본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은 처방약의 양에 관한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십전대보탕’이 나오면, 이 십전대보탕에 무슨 약재가 얼마만큼 들어가는지를 적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문외한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나옵니다. 음이 어떻고, 신이 어떻고, ...... 도대체 이런 문장들이 무슨 도움이 되는지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죠...
더 나가서, 저는 이런 처방들이 어떻게 해서 창조되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떤 처방에 약재가 10개가 들어간다면, 왜 하필 이 10개가 들어가야 하는지, 어느 한 개가 빠지거나 분량이 더 줄거나 늘어나면 안 되는지, 누가 이런 처방을 만들어 냈는지, .... 모든 게 알 수가 없죠.... 분명히 무슨 치료 효과가 있으니까 처방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거겠지만, 이 부분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임이 틀림 없습니다.
요즘 AI번역의 성능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조금 전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네요... AI로 [동의보감]을 번역하면 어떨까? AI로 [승정원일기]나 [조선왕조실록]]을 번역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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