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을 썼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주제를 고르라고 하더군요. 10개 정도 되는 주제들이 있었습니다만 사실상 자유라고 봐도 무방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슬펐던 일과 극복 과정'이라는 주제를 골랐습니다.
5살 때 겪었던, 제 가슴에 깊게 못 박았던 과거를 회상하여 적었고 극복 과정으로는 '더이상 아픈 과거를 떠올리려 하지 말고 떠오르거든 얼른 잊어버린다.'라고 적었습니다.
문체가 어땠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꽤 담담하게 적었던 것 같습니다. 12년 동안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던 그 대화도 적었습니다.
2주쯤 지난 것 같습니다. 국어 선생님이 제가 상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2등? 1등은 공부로 전교 1등하는 학생이 받았다고 합니다. 저는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였습니다.
오늘 강당에서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물론 백일장 이외의 여러 부문들에서도 시상을 했죠. 백일장 시상은 장원을 받은 학생들만 했습니다. 2등 따위 교실에서나 받으라 이거죠, 하하. 그런 셈 쳤습니다.
그런데 뒤에 있던 친구가 한 마디 하더군요.
"공부 잘 하는 애들 밀어줬네."
저는 운문 부문에서 상 받은 친구를 봤습니다. 그 친구도 공부를 잘 하는 학생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깨달았죠. 공부 좀 하는 애들이 글 좀 대충 써놓으면 그냥 1등으로 뽑아서 대학 진학에 이득을 주려는 거구나. 물론 장원으로 뽑힌 학생이 실제로 글을 잘 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잘 썼는지 어땠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비밀 심사니까요. 교지에 글이 올라온다면 볼 수 있겠지만 어쨌든 학생들에게는 평가의 기회가 없습니다. 그러니 어떤 비리가 일어났는지는 알 수가 없는 것이죠. (따, 딱히 제가 1등 못 했다고 심술 부리는 건 아, 아니에요! 저, 정말이라구요!)
뭐어, 그저 그렇게 받아들였습니다. 비리가 있었다면 제가 진정한 1등이 되는 거고 비리가 없었다면 어쨌든 제가 글을 조금이라도 못 썼다는 얘기가 될테니까요. 2등 상으로 도서문화상품권 2만원을 받았으니 이걸로 만족해야죠,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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