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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학교에서 백일장을 하길래

작성자
Lv.7 에니시엔
작성
11.11.05 20:52
조회
602

산문을 썼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주제를 고르라고 하더군요. 10개 정도 되는 주제들이 있었습니다만 사실상 자유라고 봐도 무방한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슬펐던 일과 극복 과정'이라는 주제를 골랐습니다.

5살 때 겪었던, 제 가슴에 깊게 못 박았던 과거를 회상하여 적었고 극복 과정으로는 '더이상 아픈 과거를 떠올리려 하지 말고 떠오르거든 얼른 잊어버린다.'라고 적었습니다.

문체가 어땠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꽤 담담하게 적었던 것 같습니다. 12년 동안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던 그 대화도 적었습니다.

2주쯤 지난 것 같습니다. 국어 선생님이 제가 상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2등? 1등은 공부로 전교 1등하는 학생이 받았다고 합니다. 저는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였습니다.

오늘 강당에서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물론 백일장 이외의 여러 부문들에서도 시상을 했죠. 백일장 시상은 장원을 받은 학생들만 했습니다. 2등 따위 교실에서나 받으라 이거죠, 하하. 그런 셈 쳤습니다.

그런데 뒤에 있던 친구가 한 마디 하더군요.

"공부 잘 하는 애들 밀어줬네."

저는 운문 부문에서 상 받은 친구를 봤습니다. 그 친구도 공부를 잘 하는 학생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깨달았죠. 공부 좀 하는 애들이 글 좀 대충 써놓으면 그냥 1등으로 뽑아서 대학 진학에 이득을 주려는 거구나. 물론 장원으로 뽑힌 학생이 실제로 글을 잘 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잘 썼는지 어땠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비밀 심사니까요. 교지에 글이 올라온다면 볼 수 있겠지만 어쨌든 학생들에게는 평가의 기회가 없습니다. 그러니 어떤 비리가 일어났는지는 알 수가 없는 것이죠. (따, 딱히 제가 1등 못 했다고 심술 부리는 건 아, 아니에요! 저, 정말이라구요!)

뭐어, 그저 그렇게 받아들였습니다. 비리가 있었다면 제가 진정한 1등이 되는 거고 비리가 없었다면 어쨌든 제가 글을 조금이라도 못 썼다는 얘기가 될테니까요. 2등 상으로 도서문화상품권 2만원을 받았으니 이걸로 만족해야죠, 하하하.


Comment ' 9

  • 작성자
    Lv.24 약관준수
    작성일
    11.11.05 20:56
    No. 1

    하하하..... 인생이란.... 하하하하
    기득권에 양보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거거익선
    작성일
    11.11.05 20:58
    No. 2

    비리 있습니다.

    1학년때 교내 과학경시대회를 내갔는데 3학년이 체면도 있고, 대학 진학 때문이라는 둥 여러가지 이유를 대면서 2등 하라더군요. =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KOT
    작성일
    11.11.05 21:02
    No. 3

    사실이라면 정말 씁쓸한 일이군요.
    그래도 힘내세요. 2만원은 건졌잖아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Personacon 셸a
    작성일
    11.11.05 21:02
    No. 4

    그런일이 실제로 있나요... 그래도 글을 실제로 잘 썼을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드는게,
    저같은 경우는 생각지도 못했던 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2등상이었어요. 머 물론 큰 상은 아니고 걍 교내 감상문 대회 정도였어요. 별로 낸 애가 없었던가봐요.

    그런데 제가 2등 받을 정도면 1등상은 어떤 수준이지? 하면서 본 적이 있어요. 걔는 확실이 독자들이 어른이란 걸 인식하고 썼더만요. 균형잡힌 글실력에 서본결 확실. 전 주관적이고 편향적인 글이었는데....ㅋㅋㅋㅋ
    그리고 걘 공부도 잘했거든요. 아, 역시 똑똑한 애들은 다르군....글마저 잘쓰냐 -란 생각을 했던 적이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에니시엔
    작성일
    11.11.05 21:05
    No. 5

    (주저리주저리한숨푸념)
    솔직히 이해가 안 되는게, 소오오오올직히 제가 밥 먹고 수업 시간에 수업 듣기보단 글만 쓰는 작자, 선생님 눈에는 안타까운 학생인데 글 한 번 안 쓰고 공부만 하는 애들보다 글을 못 쓸 거라고는 생각치 않거든요? 제가 글 구성도 '나름' 탄탄하게 했고 진짜 진심 슬픈 과거를 썼는데 이걸로 상 안 받으면 진짜 에바다, 라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2등이라니! 소오오오오올직히 실망했습니다. 1등한 학생이 얼마나 글을 잘 썼길래 1등을 할까 꼭 보고 싶었습니다. ㄱ-..........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셸a
    작성일
    11.11.05 21:13
    No. 6

    그런 상황과는 좀 다르네요... 저는 그냥 필 충만으로 써갈긴거라(...)
    글에 그렇게 자부심이 있고 그런게 아니었어서....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불법적인 사이에서 2등을 줄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에니시엔님이 잘 쓰신거 아니겠어요 ㅎ 다른 공부잘하는 애 2등 줄 수도 잇었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에니시엔
    작성일
    11.11.05 21:14
    No. 7

    뭐어, 3등이 잘난 척 쩌는 우등생이기는 했습니다 =ㅁ=; 그래도 1등의 글을 보기 전까진 심적으로 인정이 잘 안 되네요. 자꾸 소인배가 되려고 하면 안 되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회색
    작성일
    11.11.05 21:40
    No. 8

    잊어먹으세요. 아직 어리시고 열심히 성장할 때 입니다. 다독도 중요하지만, 한 작품을 읽더라도 오랜 시간 깊은 생각을 통해서 자기 껄루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걸 느낍니다.
    교내 백일장 이런데 신경쓰지 마십시오. 그까짓거 너나 쳐드시라고 하세요. 아직 먼 일이다 생각될 지는 모르겠지만 성인이 되고서부터가 정말 중요합니다. 신춘문예같은...공모전 준비를 지금부터 해봄도 좋죠. 커다란 대회들.
    저도 교내에서는 몇 번 시 부분에서 상을 타본 적이 있었는데, 교내에서 타는 상 몇 번에 중2병 충만했었던 그때는 제가 정말 시를 잘 쓰는 줄 알았죠. 막상 성인되서보니 아 나는 그냥 .. 그냥이구나 말그대로 나는 그냥이구나 하는 걸 느낍니다.
    훌륭한 작가 되시길 빕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3 지나가는2
    작성일
    11.11.06 07:55
    No. 9

    고민하지 마시고 나중에 1등 글을 읽으실 때는 선입견 없이 찬찬히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억울하다거나 분통을 터뜨리는 건 그런 다음에도 늦지 않아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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