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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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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산문에 가까운가요?

작성자
Lv.25 시우(始友)
작성
20.04.16 20:26
조회
141

아버지께서 내 명의로 된 집을 사주신 것이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어렸을 적에는 몰랐지만 이 집에서 혼자 생활하고 독립하면서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그것도 서울이란 수도에서 매달 집, 월세비 내는 걱정 없이 사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깨닫게 되었다. 

매달 월세비 30만원씩 내가며 빠듯한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직장인들에 비해서 내가 얼마나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인지 나이가 들수록 체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집이 있다고 마냥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 처음에는 지금처럼 넓은 평수의 빌라가 아니라 10평짜리 조그마한 원룸에서 지냈다. 물론, 이 평수도 고시원이나 쪽방에 비해서는 넓은 평수였지만, 일이 끝나고 집에 들어올 때면 방안이 좁아서 답답함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내 집이 생기고 부모님의 잔소리, 간섭을 받지 않아도 돼서 기분이 즐겁고 행복했다. 하지만 하루, 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거실과 화장실이 전부인 원룸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아무도 반겨주는 사람이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뜩이나 좁은 방안이 썰렁하고 혼자라는 생각에 외롭다는 쓸쓸한 기분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평소에 생활 패턴이 회사->집, 회사->집이 전부였던 나는 집에 들어오는 게 그리 반갑지 않았다. 원룸에서 생활할수록 좁은 집이 답답하고 짜증나다는 것을 느낀 후부터는 청소도 안하고 설거지도 귀찮아서 부엌에 쌓아놓기만 했다.
 

간혹 고등학교 친구들이 한두 명씩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친구들이 참 대단했었다.
그때 친구들을 만나서 옛날에 내 더러운 원룸에 찾아왔던 때를 물어보면 한결같이 다들 “엄청 더러웠지.” 라고 대답하곤 했다. 내가 생각해봐도 그때 원룸의 상태는 심각했었다. 

어느 정도였냐면 자는 공간인 침대만 빼고는 발 디딜 공간도 없이 거실과 부엌이 쓰레기와 설거지들 따위로 가득 차 있었다. 물론, 화장실 위생상태가 엉망인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그때 당시 원룸에서 살적에 더럽게 생활하는 나를 볼 때마다 부모님들은 “청소 좀 해라. 너한테서 냄새가 많이 난다.” 면서 차타고 다닐 때마다 부모님들은 창문을 열어놓고 가시며 잔소리를 하셨다.
 

물론, 내가 그때 더럽고 잘 씻지도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내게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합리화에 불과했지만 그때 당시에는 힘들게 일하고 집에 들어오면 혼자라는 쓸쓸함과 문을 열면 가까운 곳에 침대가 있는 것이 마음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왠지 모르게 좁은 공간에 갇혀 산다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나는 흡연자인데 방안에서는 담배를 필 수 없다는 것도 많이 불편했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들이 섞여져 반항심(?)과 집에만 오면 만사가 귀찮아졌다.
‘이딴 좁은 원룸에 사는데 청소까지 해야 돼?’ 라는 다소 초딩스러운 생각을 그 당시에는 가지고 있었다.
집이 온통 배달 음식 쓰레기와 각종 쓰레기들로 도배되었으니 몸을 씻어봤자 부모님들을 만나면 항상 내 몸에서 쓰레기 냄새들이 난다고 하셨다. 

 막상 집에서 혼자 생활해보니 자제력과 독립심이 길러지기는커녕 오히려 게으름만 생기게 된 셈이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안정적인 수입이 있었다. 통장에 꾸준하게 돈이 쌓이니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대부분이 배달음식이나 밖에서 사먹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원룸에 있었던 7년이란 세월은 내게 암흑과도 같았다. 몸에서는 악취를 풍기고 집안은 쓰레기로 가득 차 있어서 퀴퀴한 냄새가 짙게 배어 있던 원룸.
그곳에선 그 어떠한 희망의 빛이라곤 볼 수 없었다. 자기관리 실패, 독립심 실패, 종합적으로 분석 해봐도 암흑 같은 이 원룸을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었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아니, 내 처지를 생각하면 오히려 부모님한테 감사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나는 한심하고 보잘 것 없는 사람이었다.
중,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와는 담을 쌓았던 나는 대학도 2년제 졸업한 지극히 평범(?), 솔직히 말하면 남들보다 내세울 게 하나도 없는 자존심이 밑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의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 당시에는 대출까지 받아서 빚까지 지고 있어 하루하루 사는 게 고통스러웠다. 그렇다고 내가 도박이나 유흥을 즐기는 것도 아니었다.
그 당시 내 유일한 취미는 전자기기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노트북, 데스크탑pc, 아이패드 등등, 이런 전자기기 제품들의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면 카드 돌려막기를 해서라도 사서 수집하는 것이 유일한 취미이자 낙이었다.
 

가뜩이나 없는 살림에 카드 돌려막기 까지 하면서 전자기기를 사면 그 순간만큼은 행복했다.
뭐랄까, 성능 좋은 전자기기를 집에 갖고 있으면 자기 위안, 만족이라도 된 기분을 받곤 했다.
하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이게 커다란 고통의 시련이 될 줄은 몰랐다. 

신용카드 빚은 계속 쌓이고 쌓여 감당할 수준이 안 되니 결국엔 대출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더욱 큰 문제는 그때 잘 다니고 있던 계약직이 끝났던 시기라 심적으로 더욱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부모님한테 손 벌릴 수도 없었던 상황인지라 그때부터 일용직 알바를 시작하게 되었다. 

대출회사에서 계속 독촉 전화를 수시로 해오니 이게 처음엔 전화를 받았지만 수습할 방법이 없었다.
대출 회사에선 한 번에 갚기를 원하고, 나는 그런 상황과 여건이 안 되니 답답하고 짜증만 날 뿐이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여러 가지 알바들을 다 해보다가 드디어 내 적성에 그나마 맞는 알바를 찾게 되었다. 

기업이사란 알바였는데 쉽게 말해서 기업, 회사들이 근무지 이전을 하게 되면 우리는 일용직 알바들로 파견되어 기업이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 직원들이 지시를 내리는 업무를 해결해주면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알바가 매력적이었던 것은 당일지급 이었던 것이다. 

비록 그렇게 큰 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성실하게 일을 받으면 현장에 가서 열심히 일해주고 받은 일당으로 조금씩 대출금을 갚을 수 있었다.
비록 지금은 그만두었지만 여기서 나름대로 체계적인 일머리를 배운 것이 내게는 또 다른 큰 자산이었던 셈이다.
 

알바 신분에 불과했지만 내 적성에 맞고, 또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현장에서 일하다 보니 자존감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일용직 기업이사 알바를 꾸준히 나간 지도 3년의 세월이 흘렀다. 물론, 내 기준에선 열심히 일도 배우고 돈도 벌면서 대출금까지 갚게 해준 원동력이 되었던 알바였지만 그 속사정을 알면 그렇게 좋아할 수많은 없었다.
 

그전에는 몰랐지만 내가 나이에 비해 10살 정도 어리게 보이는 동안이란 것을 그때서야 알 게 되었다.
대게 일용직 현장을 나가면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얼핏 보아도 나보다 어리게 생긴 사람이 내게 반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나는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다. 

스스로 트리플A형 이라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극도로 소심했던 나로서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많이 서툴렀었다.
마음이 여려서 내가 싫은데도 사람들이 부탁을 해오면 거절을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때는 사람들의 부탁을 거절하면 저 사람들이 날 싫어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차마 거절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부탁들을 계속 해주니 점점 귀찮아지고 속으로 ‘내가 만만한 호구로 보이나?’ 라는 억눌린 분노들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처세술에 관련된 책들을 찾아서 나름대로 연구, 분석까지 하게 되었다. 책에서 알려 준대로 행동하다 보니 멀어진 사람들도 많았다. 처음엔 그게 두려웠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오히려 내 자신은 심적으로 편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내겐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는 고등학교 친구였는데 나보다 공부도 잘했고 머리도 똑똑한 친구였다.
군대를 제대하고 난 뒤에도 지금까지 꾸준히 연락하는 몇 안 되는 친구였다. 이 친구를 내가 기업이사 알바 자리를 소개시켜줬고, 어찌어찌 하여 꾸준하게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내가 봐도 이 친구는 배울 점이 많은 친구이다. 사람들을 대하는 처세술이나 성격, 등등, 이 친구한테 여러 가지 조언을 들으면서 나도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다.
같은 일을 하면서 일이 끝나면 같이 술도 마시고, 때로는 의견이 충돌하여 말다툼을 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성격이 예민했던 시절이라 누가 나한테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하면 화를 많이 냈었다. 

지금에서야 털어놓는 말이지만.
“그땐 정말로 미안했다. 친구야.”
빚을 갚기 위해서 돈을 벌 수 밖에 없었던 나로서는 비록 반듯한 직장 생활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 적성에 맞고, 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구나. 라는 자신감을 찾게 해준 소중한 경험을 갖게 해준 알바였다. 

 그리고 내가 그토록 마음속으로 탈출하고 싶었던 좁디좁은 원룸에서 방 3개가 달려있는 빌라로 이사를 하게 된 것도 심적으로 충분히 도움이 많이 되었던 시기였다. 확실히 원룸 생활을 할 적에는 일까지 마치고 나서 좁은 방을 청소하는 것이 귀찮고 짜증나서 안했지만 집을 빌라로 이사하면서 청소를 자주는 아니지만 꾸준히 하는 습관이 생겼다. 

 이때까진 모르고 지냈지만 이런 여러 가지 경험들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힘든 일을 끝내고 돌아가서 편안하게 쉴 수 있다는 내 집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나는 매달 월세비 30만원이 나가는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깐.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집을 갖고 있다는 것만 해도 큰 행복이구나. 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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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궁금한건 이 산문같은 소설을 단편소설 분량으로 만들어서 공모전에 내도 괜찮을까?

이건데....

글 내용이 왠지 산문 쪽에 비슷하지 않나 해서 정다머님들께 여쭤봅니다.(__)


Comment ' 4

  • 작성자
    Lv.70 고지라가
    작성일
    20.04.16 23:38
    No. 1

    흥미진진한 사건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몬스터가 안나오면 운석이라도써주세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水流花開
    작성일
    20.04.16 23:51
    No. 2

    글은 산문과 운문으로 나뉩니다. 산문은 다시 소설, 수필, 비평, 신문기사, 일기, 등으로 나뉘죠.
    소설은 fiction이라고 하죠. 즉 있음직 하나, 없는, 만들어진 이야기입니다. 위 글이 소설이냐 수필이냐 하는 것은 실제 있는 것을 묘사했나에 달려있습니다.

    실제 있는, 경험한 이야기로 보이는 군요. 그렇다면 소설이 아니지만, 소설일 수도 있죠. 그 내용이 거짓이면, 소설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sunwh196..
    작성일
    20.04.17 00:24
    No. 3

    소설 느낌보다 그냥 수기나 수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에리카8
    작성일
    20.04.17 11:50
    No. 4

    시우님..오랜만이네요.
    직장 옮긴 곳은 괜찮은지 모르겟네요.

    내용에 뭔가 조미료를 넣고 싶은신건가요?
    저는 주인공이 나태하고 자포자기하는 것에 대해 개연성이 있으면 좋겠어요.
    원래가 그랬다도 좋지만,,,뭔가 여친의 배신이나 친구의 배신등..계기로 인해 바뀌었다면 좀더 내용이 자연스러울 것 같네요.

    그러면 양판소가 될 것 같기도 하지만요.

    화이팅 하시고 힘내셔서 좋은 글 부탁드령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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