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너무 심심해서 외장하드를 뒤적이다가 '패밀리가 떳다'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프로그램 중간에 게임을 하는 코너에서 참가자 중 2명이 가위바위보를 해서 자기 편을 고르는데, 보통 운동을 잘하는 김x로(존칭 생략) 또는 잘 생긴 게스트가 먼저 선택을 받고, 유xx이나 윤xx 등은 그냥 떨거지로 취급받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그걸 보면서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는데, 4학년 때인가 특별활동시간에 담임선생님이 먼저 공부 잘하고 인기 있는 4명을 선발하고선, 그 친구들에게 남아있는 다른 친구들을 교대로 택하게 하여 그룹을 만들도록 하는 그런 활동을 하게 하였습니다. 해보신 분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어떤 교육적 목적과 의미를 가지고 하는지 간에... 별로 좋지 않은 추억이었습니다.
중간 정도에 택함을 받아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여린 마음에 얼마나 초조하고 불안했는지 모릅니다. 어떤 친구들이 먼저 선택되고 누가 끝까지 남았는지는 설명을 안해도 잘 알겠지만, 평소에 나보다 못하다고 여겼던 친구가 먼저 선택되었을 때 느끼는 이유모를 자괴감, 날 먼저 선택 안해준 친구에 대한 원망, 난 그 친구를 정말 친하다 여겼는데 그는 아니었구나 하는 어떤 배신감... 뒷끝 많은 나에게 그 후유증은 오랫동안 남아 있다가 지워졌는데, 한참 지난 지금 갑자기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요즘도 일상생활 속에서나 조직 속에서 이런 감정을 많이 느끼며, 당하며 살아갑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리 편 가르는걸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이에 따라, 학연, 지연, 어떤 관계와 조건에 따라 편을 가르거나 상하서열을 정하는걸 당연시 하고 그걸 안하면 진정한 관계가 성립이 안되는 것으로 여깁니다. 어떻게 해서든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밖에 나가서도 전혀 변하질 않는 것 같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나이를 물어보고, 어느 대학을 나왔고 몇 학번인지, 어느 지역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 자녀는 어느 학교에 다니고 어떤 학원에 다니는지...
예전에 半기러기아빠였는데 싱가폴에서 2년 있다가 우리나라 보다 더 경쟁적으로 공부를 시키는게 싫어 (명문중학교를 가려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정말 피터지게 공부해야 하는) 호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시드니에서 처음 맞이하게 되는 주일이 되어서 교회를 갔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어정쩡하게 서있는데, 와이프 또래 정도로 보이는 여자분들이 와이프에게 다가와서는 "안녕하세요!" 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낸 다음 바로 나오는 말이 " 저~ 몇 년 생이세요? 아! 그럼 언니시네요... 호호호~ 따님은 어느 학교에? 집은 구하셨어요? 어디에? 아~ 거기....."
우리에게만 있는 우리만의 특별한 유전자가 있는 것일까? 심리학과 문화인류학을 더 공부해봐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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