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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7.07.27 00:09
조회
701

‘세기의 대결’ 맥그리거vs메이웨더를 말한다③



거만 맥그리거.jpg

 코너 맥그리거가 메이웨더를 복싱으로 이기기위해서는 '기적'이 동반되어야한다.
ⓒ SHOWTIME 제공


준이치·미츠구의 기적, 이변의 K-1 요코하마

2007년 3월에 있었던 'K-1 월드 그랑프리 2007 요코하마'는 이변의 대회로 기억된다. '하이퍼 배틀 사이보그' 제롬 르 밴너(44·프랑스)와 '마르세이유의 싸움꾼' 시릴 아비디(40·프랑스)라는 두명의 강력한 프랑스산 강자가 그다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선수들에게 차례로 무너졌기 때문이다.

당시 밴너와 아비디는 비록 그랑프리 우승은 못했지만 그러한 업적을 이뤄낸다 해도 이상할 것 없을 정도의 강자였다. 그런 그들이 무명에 가까운 일본파이터에게 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더구나 한 명도 아닌 두 명이나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당시 요코하마 대회가 이변의 장으로 지금까지 기억되는 이유다.

경기가 끝나고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던 주인공은 단연 사와야시키 준이치(33·일본)였다.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그는 무려 모두가 두려워 하는 무지막지한 터프가이 밴너를 잡아냈다. 격돌 당시만 해도 승패보다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였지만 준이치는 이같은 세간의 평가를 비웃듯 두 차례의 다운을 빼앗으며 판정으로 경기를 가져가 버렸다. 대이변이었다.

물론 당시 경기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준이치가 잘 싸운 것은 사실이었지만 경기 내내 노골적 아웃파이팅으로 일관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준이치는 생존(?)을 위해 최대한 정면 승부를 피한 채 도망다녔고 밴너는 거침없이 이를 추격하는 모양새였다.

밴너는 준이치를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 무조건 전진스탭을 밟으며 한방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밴너는 본래 스타일이 극단적인 인파이터일뿐 아니라 정면 대결에서 자신을 이길 동양권 파이터 또한 없었다. 체격과 파워에서 차이가 나는 상대가 날다람쥐처럼 도망 다니자 시간이 지날수록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그 과정에서 밴너는 두 차례나 다운을 뺏겼다. 무조건 때리겠다는 의지만으로 가드를 열어놓고 덤비다 보니 카운터에 능한 준이치에게 연거푸 큰 것을 허용했다. 넉아웃을 당할 만큼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점수 상 다운 두번은 매우 컸던 지라 준이치는 기적 같은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준이치에 가려지기는 했으나 노다 미츠구(39·일본) 역시 이날 대단한 승리를 기록했다. 미츠구는 사다케 마사아키, 무사시, 아마다 히로미, 호리 히라쿠, 후지모토 유스케, 사와야시키 준이치, 교타로 등 다른 일본 유명파이터들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다. 꾸준히 오랫동안 좋은 성적도 올린 것이 아니거니와 캐릭터적인 부분에서 역시 큰 인기를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식격투기 팬들 사이에서 미치구는 이른바 '도깨비 파이터'로 불린다. 간혹 한번씩 '대형 사고'를 치며 깜짝 놀랄만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당시 요코하마 대회가 딱 그랬다. 시종일관 아웃파이팅으로 일관한 준이치와는 달리 맷집과 근성을 활용한 저돌적 인파이팅으로 아비디를 무너뜨렸다.

아비디는 바다 하리 이전 K-1의 '원조 악동'으로 불렸던 선수다. 샤프한 테크니션은 아니지만 클린치 등 끈적한 플레이를 통해 상대의 진을 빼놓는 것은 물론 강타를 허용했을 시 휘청 휘청하면서도 좀처럼 쓰러지지 않는 '좀비' 같은 맷집을 가지고 있어 굉장히 독특한 캐릭터로 분류됐다. 꾸준하게 상위권에서 활약하지는 못했으나 피터 아츠, 레이 세포 등 당대의 강자들을 잡아내는 '도깨비 행보'로도 유명했다

미츠구는 변칙스타일인 아비디를 자신만의 또 다른 변칙 스타일로 무너뜨렸다. 미츠구는 자신의 강점인 맷집과 힘을 십분 활용 했다. 전 스모 학생챔피언답게 경기 내내 강한 체력과 몸싸움 능력을 앞세워 저돌적으로 전진하며 아비디를 괴롭혔다.

몸이 밀착된 상황에서 UFC 등 옥타곤 무대에서 종종 나오는 '더티복싱'식의 파이팅스타일로 한 수 위 타격능력을 갖춘 아비디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다지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 않던 아비디는 미츠구의 이러한 집요한 밀어붙이기에 시종 고전하다 펀치러시에 스탠딩 다운을 당하기도 했다. 결과는 3-0 미츠구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됐다.


입장 메이웨더.jpg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는 상대의 스타일에 관계없이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수있는 완전체 복서다.
ⓒ SHOWTIME 제공


준이치의 카운터+미츠구의 더티복싱?

준이치, 미츠구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포츠 경기에서 변수는 항상 존재한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그들이 밴너, 아비디같은 강자를 잡아낼 것으로 예상한 이들이 얼마나 있었겠는가. 압도적 전력차이 앞에 패배는 당연한 것이고 비참하게 넉아웃 당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는 팬들도 많았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해당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객관적 기량차가 있는지라 당시 경기를 잡아냈다고 밴너, 아비디보다 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불리한 요소를 딛고 하나의 강점을 살려 승리를 가져간 전략적 움직임은 충분히 다른 선수들도 참고할만한 가치가 있다.

오는 8월 27일(한국 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 T-모바일 아레나서 세기의 빅매치를 앞두고 있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와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의 시합 역시 당시 요코하마 대회를 연상케 한다.

맥그리거가 강한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UFC에 국한해서다. 이번에 치르게 될 복싱시합은 맥그리거 입장에서 생소한 영역이다. 더욱이 상대는 복싱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메이웨더다. 미스매치도 이런 미스매치가 없다. 어찌보면 당시 밴너, 아비디를 상대하는 준이치, 미츠구를 연상시킨다. 그 이상의 전력 차가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맥그리거는 준이치, 미츠구의 패턴을 일정 부분 모두 갖췄다. 준이치 이상의 카운터 능력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MMA출신의 특성을 살려 끈적끈적한 클린치싸움도 가능하다. 클린치싸움은 맥그리거의 주 종목이 아닐뿐더러 메이웨더는 복싱계에서 소문난 클린치 고수다. 하지만 두 주먹으로 싸우는 복싱과 클린치에서 심하게 엉겨 붙기도 하는 종합과는 분명히 다르다. 적어도 클린치 공방전이 벌어지면 이부분 만큼은 맥그리거가 앞설 공산이 크다.

맥그리거 입장에서는 클린치 공방전 중 빈틈을 노려 카운터를 맞추는 방법밖에 없다. 메이웨더의 '미친' 스탭과 테크닉을 감안했을 때 준이치처럼 도망다니는 식의 아웃파이팅은 불가능하다. 본래 맥그리거에게 익숙한 스타일도 아닌 데다 일류복서 조차 메이웨더에게 그런 식의 패턴을 펼치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맥그리거로서는 미츠구처럼 더티복싱으로 흔들고 준이치처럼 깜짝 카운터를 맞추는게 최상의 그림이다. 물론 거기에는 '기적'이라는 두 단어가 어느 정도 함께해야만 그마저도 기대해볼 수 있다. 준이치와 미츠구가 펼쳤던 '요코하마의 기적'을 맥그리거가 라스베가스에서 재현할지 기대된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Comment ' 4

  • 작성자
    Personacon CS지니
    작성일
    17.07.27 09:21
    No. 1

    오늘도 좋은 기사 잘 보고갑니다 윈드윙님~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일
    17.07.27 16:08
    No. 2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카힌
    작성일
    17.07.27 13:07
    No. 3

    격투기에선 이변이 이변이 아닌 것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죠.
    전체 경기수에 비하면 적지만 주목을 끄는 경기에서 종종 일어납니다.

    특히 세기의 대결일수록 더욱 그런 면이 많습니다.
    하지만 역시 선수의 경기타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메이웨더는 제롬르밴너가 아니라 동시대의 최강자였던 후스트와 비교해야 할 것이고, 후스트는 좀처럼 변수를 허락하지 않는 타입이었습니다.

    즉 메이웨더의 변수 통제력은 거의 적수가 없는 쪽이어서, 이변이 아주 없다고는 못해도 그 어 떤 선수보다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은 타입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일
    17.07.27 16:09
    No. 4

    그렇죠. 후스트는 정말 ㄷㄷㄷㄷ
    그나마 밥샙전이 유일한 이변이겠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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