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회가 복잡해지고 생각할 게 많아지며 불면증도 늘었지만, 먹고 살기 힘들었던 옛날에도 불면증은 있었다.
<동의보감>엔 불면에 관한 재미있는 일화가 나온다. 생각을 지나치게 많이 해 병이 난 부인이 2년간이나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의사가 진찰을 하고 너무 많은 생각으로 난 병으로 판단하고 남편과 치료방법을 의논했다. 비장의 기운이 응결되어 생긴 것이므로 부인을 크게 성내게 만들면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곤 부인 앞에서 치료비를 많이 받고 하는 일 없이 그 집에서 술대접만 받다가 몇 일 뒤에 처방 한 장 써 주지도 않고 그냥 돌아가 버렸다. 부인은 의사의 계산대로 속았다면서 몹시 성을 냈고, 땀을 많이 흘린 후 잠이 들어 8일 후에나 깨어났다는 것이다.
한방에서 보면 이 부인의 병을 고민과 생각이 너무 많아 생긴 사려과다형 불면이라고 본다. 복잡한 현대에 많이 나타나는 유형이다.
다른 불면의 형태론 대수술 뒤나 노인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영혈부족형이 있다. 쉽게 풀어 보면 기혈이 부족하다는 얘기. 낮에는 잠이 잘 오나 밤이면 잠 들기 힘들고 입이 마르고, 변비도 동반된다. 갱년기 여성들에겐 음허형의 불면이 자주 나타난다. 음액이 부족하면 쉽게 가슴이 갑갑해지고 얼굴로 열이 달아 오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평소에 잘 놀라고 작은 일에도 잠을 못드는 불면은 심담허겁형으로 분류한다. 이런 유형의 불면들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처방이 의서에 나와있고 비교적 치료가 잘 되는 편이다.
불면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평소 적정수면시간을 유지하고, 수면에 방해가 되는 자극을 제거하는 한편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양상태도 수면과 연관이 되며 스트레스는 수면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동의보감>에선 잘 때에 반드시 옆으로 누워 무릎을 구부리고 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똑바로 누워 잠드는 걸 죽은 사람이 자는 것에 비유할 정도로 피해야 할 일이라고 설명한다. 입을 다물고 자야하며, 너무 두꺼운 이불을 피해야 숙면을 취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http://news.naver.com/hotissue/daily_read.php?section_id=103&office_id=028&article_id=0000082585&datetime=2004101916510082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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