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친구 집에 가서도 전혀 불편함을 못 느끼게 하소서. 부모님이 잠드는 시간에 맞춰 눈을 뜰 수 있게 해 주옵시고...”
모 시트콤에서 ‘청년 실업이 50만에 육박하는’이라고 말할 정도로 청년실업이 심각해진 요즘 백수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글이 인터넷에 등장해 백수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자주 봐도 재밌네, 백수의 주기도문’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찬밥에 맹물만으로도 능히 3일을 버틸 수 있는 튼튼한 위장을 갖게 하소서’, ‘100원만 들고 오락실을 가도 한 시간은 버틸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등 25가지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다시는 위와 같은 인간이 되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라는 말로 마무리하고 있다.
이 글은 백수들을 위한 사이트 백수닷컴(www.baegsoo.com) 운영자 송경민씨가 인터넷에 떠도는 글에 자신이 직접 쓴 글을 더해 지난해 정리해 올린 것이다.
그가 운영하는 백수닷컴에서는 백수들에게 꼭 있어야 할 ‘백수의 필수품’을 공짜로 얻는 법도 알려주고 있다. 예를 들어 슬리퍼 같은 경우 “백수들의 필수품으로 절대 사지 말고 방학하는 날 중고등학교에 가면 학생들이 슬리퍼 버린 게 허다하다”고 소개한다.
이 외에도 ‘백수가 밖에 나가는 10가지 이유’, ‘신선과 백수의 차이점’, ‘백수와 소주’ 등 백수들의 노하우를 유머스럽게 풍자한 글들이 백수 관련 사이트 및 각종 유머사이트에 퍼지고 있다.
이를 본 백수를 자처하는 네티즌들은 “백수인 나에게 노하우를 말해주는 좋은 아이템이다”, “백수니까 좋은 것도 있다”, “공감하는 백수가 많은 걸 보니 나만 백수가 아니네, 다행이다”라며 재미있게 넘기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반기는 네티즌만 있는 건 아니다.
‘백수의 주기도문’을 읽은 네티즌 ‘백조’는 “청년 실업을 풍자한 이 글은 웃을 일만은 아니다”고 정색했고 ‘흰손’은 “웃긴 했지만 뭔가 씁씁해진다. 진짜 백수는 이 글 읽으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지도 모른다”며 우려하기도 했다.
지금도 백수라고 밝힌 백수닷컴 운영자 송경민씨는 “우리는 언제까지나 백수가 아니다. 청년 실업은 우리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문제다. 주위로부터 차가운 시선을 받는 게 아니라 격려와 보살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며 “얼마나 이 생활을 효율적으로 보내느냐에 따라 후에 더 좋은 직장에서 더 열심히 일 할 수 있으니 자신감 있게 살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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