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자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너무나 유명한 말이니, 굳이 관련된 일화까지 덧붙일 필요는 없겠지요.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다 그 놈이 그 놈들이지...'
'어차피 죄다 더러운 놈들이잖아. 그냥 그러라고 놔두자고...'
하나만 여쭤 보겠습니다.
여러분 중 죄 없는 자 계십니까?
여러분은 완벽하게 순결하신가요?
그래서, 저 국회의원들, 정치인들을 한 무더기로 싸잡아 욕하십니까?
나는 이렇게 순결한데, 저 놈들은 더럽다. 이겁니까?
정말 그렇습니까?
여러분들은 어떨지 몰라도, 저는 순결하지 못합니다.
바르게,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은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많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지금도 저지르는 중이지요. 맡은 일은 열심히 해야 하지만 게으를 때가 있습니다. 부모님께 효도를 해야 하지만 마음처럼 못 합니다. 힘든 친구를 위로해줘야 하지만 나도 힘들어서 그러지 않습니다. 화를 내지 말아야 할 때 화를 내고, 화를 내야 할 때에는 비겁하게 숨기도 합니다.
예, 고백하지요. 어린 시절엔 지나가는 만만한 애들한테 시비를 걸어서 싸우기도 했습니다. 술 취해서 길바닥에 엎드려 꺽꺽대는 취객이 보기 싫다고 뒤통수를 후려치고 도망친 적도 있습니다. 참고서가 필요하다고 돈을 받아서 성인잡지도 사봤고, 몸이 아프다고 거짓말해서 조퇴한 다음 여자애들과 놀러간 적도 있습니다. 내가 저질러놓고도 욕 먹을까봐 두려워서 안 한 척 시침 땐 적도 있습니다. 잘 속아넘어가는 어른들을 곁눈질하며 키득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야당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가 뻔뻔합니까?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나 열우당을 칭찬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다만 야당을 비난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노무현 대통령과 열우당보다는, 야당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정치인들이 훨씬 더 더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을 먼저 비난하는 것입니다. 비록 저 역시 더럽기는 하지만, 그들은 이런 제가 하얗게 보일 정도로 시커멓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다 물러가고 나면, 저는 이번엔 노무현 대통령과 열우당도 비난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씩... 세상은 점점 깨끗해지겠죠.
한꺼번에 다 치워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그게 가능하지 않다는 건 모두가 압니다.
더 더러운 것을 우선 먼저 치우고 싶은 겁니다. 그런 다음에는 조금 덜 더러운 것, 약간만 더러운 것...
완벽하게 깨끗한 세상이란 영원히 오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뭐하러 힘들게 청소를 하는가 싶어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제가 바라는 건 완벽하게 깨끗한 세상이 아닙니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깨끗한 세상에서 살고 싶은 것입니다.
집이야 발뻗고 누울 공간만 있으면 되고, 아무리 좋아봤자 하늘 아래 초라한 건축물일 뿐이겠지요. 하지만, 이건 이상론입니다.
한 평짜리 쪽방에서 세 평짜리 월세방으로, 열 여덟 평짜리 전셋집로, 서른 평짜리 아파트로, 커다란 저택으로... 바보스럽다고 해도 저는 이런 식의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분노하고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꼭 저와 같은 생각이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이지만 그 서로 다른 생각을 이루기 위한 행동이 오늘의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겠지요.
야당을 응원하는 분들 역시 우리 대한민국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은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제 서울에서 7만 명이 운집했다고 하지요?
누군가 그럽니다.
'서울 시민이 천만이 넘어. 그 중에 고작 7만일 뿐이야. 대다수의 국민들은 아직 우리 야당과 뜻을 같이 한단 말이지.'
저는 그렇게 이용되고 싶지 않아서 밖으로 나갑니다.
난 당신들이 싫어! 라고 소리를 칩니다.
이런 제가 과연 뻔뻔합니까?
바보스럽습니까?
다 그 놈이 그놈들이지...라고 말할 때, '그 놈들' 중에 여러분은 전혀 포함되지 않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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