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숙부님은 정치학과교수이십니다.
일전에 '쿠데타'와 '반역'과 '혁명'에 대해서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도대체 이 세 가지는 어떤 기준으로 구별하는 것인지....
숙부님의 대답을 적당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정권을 무너뜨리고 제도를 확 바꾸면 그건 혁명이라고 하고,
어떤 정권을 무너뜨리고 제도는 그대로면 그건 쿠데타라고 하고,
정권을 무너뜨리지 않고 제도를 바꾸면 그건 개혁이라고 한다.....
(이 설명이 올바른 설명인지는 만리독행이 보장할 수 없습니다. )
박정희의 5.16은 정권을 무너뜨렸지만
자본주의가 사회주의가 된 것도 아니고 전제주의가 민주주의가 된 것도 아니니
제도상의 변화는 거의 없는 셈이라서
5.16은 쿠데타임이 분명하다.
또 만리독행이 '혁명'으로 불리는 사건들을 떠올려 보니,
프랑스대혁명이나 영국의 명예혁명이나 소련의 볼세비키혁명은 모두 혁명임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숙부님이 가르쳐 주신 기준에 딱 맞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는요,
선거를 통해 국민의 주권을 정치인에게 위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선거를 통하지 않고서 정권을 획득하는 것은
국민의 주권을 전적으로 무력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짓밟는 행위인 것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민주주의를 기본 정신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행위는 바로 헌법을 유린하고 헌정을 중단시키는 행위가 되죠.
소수의 군인들이 군대를 이끌고 나와서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주권을 위임받은 정치인을 몰아내고
자신들이 국민의 주권을 가로채는 것이 군사쿠데타인 것입니다.
바로 박정희가 했던 짓이며,
대장금 시대로 말하자면 역모라고 할 수 있죠.
오늘 토요일 텔레비전의 어느 토론회에서 김정란 교수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번 탄핵은 의회쿠데타로 생각하며,
내란에 준하는 행위이고,
상황이 진정되고 난 다음 훗날 이 일에 대해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면서 만리독행은 이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국회의원 193명이 쿠데타를 저질렀고,
쿠데타는 내란죄로 처벌받게 된다.....
대략 이런 뜻의 말이겠죠.
내란죄로 처벌이라....정말 섬뜩한 얘기입니다.
(만리독행은 김정란 교수의 주장에 완전히 동의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가능성은 상당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만리독행은 본래 고무림의 취지에 따라 정치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여러분들에게 약간 해설해 드리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탄핵가결에 대한 찬반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테니
만리독행이 뭐라고 설득할 생각은 더 없습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반대하는 사람의 입장'을 여러분이 이해하도록 해설할 뿐입니다.
지금 광화문에서 여의도에서 또 전국 각지의 큰 길에서
탄핵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이 모여 집회를 열고 있을 겁니다.
반대한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왜 반대하는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또 다를 겁니다.
어떤 사람은 탄핵사유에 대한 반대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대통령의 직무정지가 불러올 혼란 때문에 반대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당리당략에 따라 혹은 선거영향에 따라 반대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감정적으로 어떤 사람은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반대할 수도 있죠.
그 중에 '의회쿠데타'라고 판단해서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만리독행은 바로 이 사람들의 생각을 설명해 드리려고 합니다.
군사쿠데타가 벌어졌을 때 국민들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텔레비전만 보면서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나가서 목숨걸고 쿠데타를 반대해야 하는 것일까요?
강호동도 여러분은 이런 경우를 당하면 어떻게 하시렵니까?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하고 탄핵안에 대한 표결을 저지하려고 했는데,
이 물리적 저지에 대해서 위법한 행동이라고 판단하는 분도 많으실 줄로 짐작합니다.
만리독행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들은 이 탄핵표결을 의회쿠데타로 생각해서 저지하려고 했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번 탄핵안가결이 의회쿠데타였을까요?
아니면 정당한 탄핵에 불과한 것일까요?
만리독행은 정확한 판단 확고한 판단이 아직 서지 않습니다.
너무나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솔직히 입에 담기도 무서운 말입니다...
역사는 3.12 탄핵안가결을 도대체 뭐라고 결론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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