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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내가 진실로 분노하는 이유는...

작성자
Lv.14 박현(朴晛)
작성
04.03.13 15:15
조회
449

내가 진실로 분노하는 이유는 과거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되지 않은 그날,

그 뜨거웠던 아스팔트위의 함성을 기억한다.

호헌철폐 직선쟁취!

독재타도 민주주의 만세!

그 착하던 형이 수배되었다고, '내 아들이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울부짖던

가난했던 어머니의 절규를 기억한다.

모진 물 고문, 전기 고문을 받으며 민주주의를 외친 사람들을 기억한다.

수치에 몸을 떨며 성 고문 받으면서도 민주주의 만세를 외친 누이를 기억한다.

꽃 다운 나이에 최류탄에 맞아 피보다 붉은 청춘을 흩뿌리며 죽어간 친구들을

기억한다.

어두운 밤. 쫓기던 발걸음. 두려움과 공포로 몰래 찾아온 형들의 얼굴을 기억한다.

그날,

민주주의를 외치는 우리를 억압했던 자들이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최류탄으로 내 친구를 죽이고, 구타와 고문, 성폭행으로 내 친구를 잡아가둔

자들이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그 자리에는 우습게도, 그날보다 더 과거의 그날, 그 자리에 있던 자들도 있다.

그런 그들이 요즘 민주주의를 말한다.

그런 그들이 탄핵을 말한다.

그런 그들이....

내 나이 이상이면 다 안다.

다 겪은 이야기다.

민주주의를 말하던 우리를,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던 우리를,

참교육을 부르짖던 우리를.

그때 그들은 우리를 빨갱이라 몰았다.

지금 그들은 우리를 노사모라 하던가?

그때도 그들은 사회 안정을 이야기했다.

그때도 그들은 양비론을 이야기했다.

그들이 만들었다. 그들이 조작했다.

이제는 안다.

그들이 두려워하고 있음을.

우리가 움직이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것을.

서울 백만, 부산 백만, 대구 백만.

용암처럼 터져나온 시민들. 시민들.

혼비백산 무릎꿇은 그들.

그때 봐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때 화합이라는 명분으로 그들을 봐 주는 것이 아니었다.

은혜도 모르고 이제 그들이 다시 역사를 되돌리려 한다!

난 빨갱이도 아니고 노사모도 아니다.

그냥 젊은 가슴으로 함께 했을 뿐이다.

그날 이후 십 칠년...

깊숙히 자고 있던 젊은 가슴이 깨어나 채근한다.

일어서라고!

탄핵을 해도 우리가 한다!

너희는 꺼져라!


Comment ' 7

  • 작성자
    Lv.17 억우
    작성일
    04.03.13 15:17
    No. 1

    그 시절 그 함성, 그 모순, 그 부조리한 세상.
    저는 겪어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알 수 있습니다.
    그 더러운 인간들은 가만히 쳐박혀 있어야 한다는 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3 무림표국
    작성일
    04.03.13 15:24
    No. 2

    동감입니다. 역사가 거꾸러 뒤집어지는 것을 이대로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뜨거운 가슴에 불이 지펴지는 게 느껴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바보새
    작성일
    04.03.13 15:29
    No. 3

    박현 행님 저 대구에 가고 싶습니다.

    다시한번 동성로 아스팔트에서 최루탄과 어울려지고 싶습니다

    아직도 제게 서울은 낯설은 곳인가 봅니다

    나중에 형님과 꼭 술한잔 하러 뜨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한척
    작성일
    04.03.13 15:30
    No. 4

    정말 오랜 세월 힘겹게, 힘겹게, 피워 온 작은 꽃 봉우리.
    군화발에 짓밟히며, 최루 가스를 참아가며, 많은 배신과 협잡을 이겨, 이제 겨우 꽃망울이 생겨나려는 때에,
    그들이 다시 또 움직이는 군요. 이번에는 민주와 자유, 정의의 탈을 쓰고..
    자꾸 눈물이 납니다..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서풍랑
    작성일
    04.03.13 15:31
    No. 5

    저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라 뭐라 말하지를 못하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0 펄서
    작성일
    04.03.13 15:40
    No. 6

    그렇게도 외쳤던 호헌철폐 독재타도가 근 20년이 다 되어가고
    지금은 의회가 쿠데타를 일으켰군요.
    또다시 쿠데타가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 황당스럽지만
    그들을 이 땅위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국민의 힘으로 맞서야 합니다.
    오늘 저녁 광화문에서 국민이 얼마나 분노하는지를 보여줄것이고
    전 지방에서 참여할겁니다.
    행동하는 국민이 되지 않더라도 4.15일 그날 우리의 분노를 보여줍시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illusion
    작성일
    04.03.13 19:42
    No. 7

    할 말이 없습니다.
    그저 땅을 치며 울고 싶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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