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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혈영
작성
04.03.13 16:24
조회
377

[스포츠]

<박수균기자의 무림고수를 찾아서>우두둑··· 으악! 필살의 관절技  

[문화일보 2004-03-13 12:16:00]

(::진검닮은 '사무라이 손' 온몸이 병장기::) 백발의 노사(老師)가 어느날 서울의 한 무술도장을 찾는다. 나이 가 30살쯤이나 차이나는 중년의 관장이 운영하는 도장. 노사와 관장은 평소 상대의 무예를 흠모해 서로를 ‘사범’이라 존대하 던 터였다. 노사는 작심하고 나섰던 바, “비기(秘技)를 전수하 겠으니 세상에 보급해달라”고 간곡히 청했다. 그러나 관장은 자 기 무술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만큼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노사는 이미 예견했다는 듯이 공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한다. 그리고는 도장 청년사범들의 손을 잡아줬다. 사범들은 마치 ‘매의 발톱 에 채인 병아리 꼴’이 됐다. 일단 상대를 잡으면 관절을 으스러 뜨리는 엄청난 공력이 노사의 손을 통해 뿜어져 나왔던 것이다.

국내 무예계에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이 노사는 고(故) 반기야 선생. 그의 무술은 ‘대동류 유술(大東流 柔術)’이라 했다. 반 선생과 맥을 같이하는 국내 유술의 절정고수는 최용술 합기도주 와 장인목 선생 쯤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

‘유술’은 일본의 무술이다. 사무라이들이 전쟁터 백병전 상황 에서 사용했던 관절기다. 갑옷으로 무장한 상대를 거꾸러뜨리기 위해 가장 유효한 기술이 관절을 꺾어대는 것이었다. 원래 백수 십 가지 유파를 형성하며 수백년간 발전했다는 유술. 이 중에 대 동류가 근대에 들어서면서 가장 유명하게 됐다. 다케다 소우가쿠 (武田츇角·1859~1943)라는 무술천재가 대동류로 일본 무술계를 평정하며 무신(武神)으로 추앙받았기 때문이다. 국내에도 다케다 의 절기를 이어받은 고수가 있다. 송일훈(35) 홍무회(弘武會) 총 관장이다. 다케다의 4대 전인. 서울 잠실의 대동류 유술도장.

“일본 유술이 국내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정착된 게 합기도예요.

일본 유학생들이 익혀 들어온 유술이 한국식으로 변형되면서 발 전했던 거죠.” 국내 합기도 창시자는 최용술 선생이다. 최 선생 은 돌아갈 때까지 제자양성에 심혈을 기울여 하나의 유파를 새로 만들어내기에 이른 것이다. 최 도주와 동시대에 일본서 유술을 배웠지만 세상에 이름이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장인목(8 9) 선생. 장 선생은 만년 다케다의 1대 제자인 마쓰다 도미시(松田豊作)의 제자고, 송 관장은 장 선생의 극소수 제자중에 가장 무술을 충실히 이어받은 것으로 평가받는 허일웅(명지대 교수)의 수제자다. 송의 주장에 따르면 홍무회 유술은 일본 열도의 어느 유파 유술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단다.

대동류 유술은 고급무술로 취급된다. ‘류(流)’란 상대 공격을 흘린다는 것이며, ‘유(柔)’는 적은 힘으로도 상대를 제압한다 는 뜻이다. 나이가 들수록 기술의 묘는 더 깊어진다. 평생을 수 련하다 보면 손의 공력은 상상을 불허할 만큼 커진다. 레슬링 특 기생으로 용인대 격기학과에 입학한 뒤 대동류를 배우고, 일본 유술 고수들을 사사했다는 송일훈이 몸을 움직인다. 원체 골격이 크고 힘이 타고난 장사다. 그러나 기술은 한없이 부드럽다. 단, 생각보다 몸 쓰는 게 엄청 빠르다.

발목에 바닷물이 차오르듯 걷는다. 밀려오는 파도는 해변에 부딪 혀 되돌아 나가는 작은 파도에도 쉬 부서져 나가는 법이다. 상대 가 공격해 오면 리드미컬하게 전진하며 상대 중심을 무너뜨린다.

적을 피해 살짝 비켜서며 팔을 휘둘러 목을 쳐내는 식이다. ‘ 이리나게(入身)’. 상대를 향해 파고 들어가는 기술이다. 원심력 과 구심력을 이용한 힘쓰기가 어우러진다. 몸을 180도 빙그르르 돌려 서거나 상대를 잡아 돌려치는 수법도 유술의 핵심기술이다.

“허허 참, 그런 기술을 어디 써먹을 수가 있겠오? 서로 그냥 넘 어가 주는 것 아니냔 말이오?”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유술 동 영상을 보고 하는 얘기다. 맞는 말이다. 실제로 그 정도 기량을 갖춘 고수는 드물다. 마치 허수아비 인형을 여기저기 휘두르다 메치는 것 같다. 그러나 오해도 적지 않다. 보여주기 위한 연무 라 그런 평을 받는 것이다. 실제 대련은 다른 얘기다. 아무리 연 무시범일지라도 무술적 의미는 고스란히 담겨있는 동작들이다.

깔끔하게 기술을 걸려면 수련한 세월이 필요하겠지만 통하지 않 는 기술을 그저 과시용으로 펼쳐 보이는 일은 없다.

송 관장이 사범 하나를 연방 도장 바닥에 메다 꽂는다. 낙법 기 술이 대단해서 별 탈이 없지 일반인이라면 온몸의 뼈가 차곡차곡 부러져 나갔을 것이다. 힘도 안들어간 동작인 것 같은데 상대는 왜 바닥에 뒹구는 것일까. 관절을 꺾기 때문이다. 목이 부러지 고 팔이 부러지는데 넘어가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다.

송 관장이 상대 손목을 ‘척’ 낚아챈다. 민첩하다. 상대가 손목 을 당기면 그대로 따라갔다가는 되퉁기는 식으로 손목 관절을 꺾 는다. 감각의 문제다. 손의 세밀한 감각이 살아있지 않으면 펼칠 수 없는 기술. 사범은 대번에 땅바닥을 뒹군다. 송 관장은 넘어 진 사범을 또다른 관절기로 제압, 무릎으로 누르고서는 두 손바 닥을 마주쳐 승리를 알린다. 내 손은 아직 비어있으니 얼마든지 더 적을 맞을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반대로 상대한테 잡히는 경우는 어떨까. 힘으로 맞서는 경우는 없다. 내 손목을 안으로 90도 꺾어 손가락을 벌려 세운 뒤 홱 뒤 집으며 역으로 상대 손목을 꺾는다. 나팔꽃 기법. 손모양이 나팔 꽃이 피어나는 모양과 같다고 해 붙인 이름이다. 어린 아이도 장 정의 힘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는 기술이다. 기자가 실제로 따라해 보니 연약한 여성들도 밤거리 불량배 걱정 안해도 되겠다 는 생각이 든다. 내 손을 그대로 줘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상대 가 당기는 힘이 ‘실 끊기 연처럼’ 텅 비어버렸을때 내 마음대 로 잡아채는 것이다. 팔을 돌려 빼내는 식으로 상황을 역전시키 기도 한다. 어깨와 몸을 퉁겨대는 태극권의 전사(纏絲·팔과 허 리를 비틀어 찌르는 주먹)와 그 이치가 흡사하다. 이어 상대 목을 옆에서 꺾는 식으로 대처한다면 상대를 손쉽게 던져낼 수 있다.

시오나게(四方) 투기.

“주먹 지르기나 발차기도 해요. 결정타도, 또 상대 힘을 분산시 켜 관절을 제압하기 위한 유인책이 되기도 합니다.” 송 관장이 발로 상대 하단을 차거나, 주먹으로 얼굴을 지르다가는 곧바로 관절기로 들어가는데 눈이 쫓아가지 못할 정도로 쾌속하다. 연결 동작은 매끄럽다. 그러나 국내 합기도의 특징이 돼버린 회축(回軸·돌려차기)이나 고공 발차기는 없다. 대동류에선 허리위로 올 려차는 발차기가 없다. 허리위로 차는 발차기는 힘이 약할 뿐 아 니라 상대에게 잡혀 역습당할 위험이 크다는 설명.

“아이기도(合氣道)와는 좀 다르죠. 아이기도가 좀더 부드러운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게 목적이라면 대동류는 목숨까지 취할 수 있는 힘차고 격렬한 무도예요.” 우에시바 모리헤이(植芝盛平 ·1889~1969) 명인이 다케다로부터 대동류 유술을 배운 뒤 불교 에 심취해 ‘적에 대한 배려’를 깔고 창안한 무술이 아이기도로 알려져있다. 반면 대동류는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박한 무술 이다.

다케다 선생은 원래 검(劍)의 명인이었다. 단검과 장검을 동시에 사용하는 검법 이도류(二刀流). 사무라이들한테 검술과 권법은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1m50대의 단신 다케다가 50여명의 검객과 단신으로 맞서 10여명을 척살한 뒤 유유히 사라졌다는 전 설적인 영웅담을 후세에 남겼다. 그래서인지 고류검술의 기법이 대동류에도 자연스레 녹아들어갔다. 검 손잡이를 양손으로 파지 하듯 송 관장의 손목이 세워져 살아있다. 짧은 도로 상대 검을 막듯 한손으로 공격을 차단, 장도로 목을 치듯이 상대 손목과 목 을 노린다. 송 관장의 움직임을 보자면 ‘손발은 곧 병장기의 연 장’이란 무협지 속 말이 실감이 난다. 그의 손엔 진검과 다를 바 없는 날카로움이 배어있다. 특이한 점은 상대가 검집에 꽂힌 내 검을 잡을 때 대처하는 고대 기술까지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것 이다. 일단 내칼을 잡은 상대가 손을 놓으면 검에 난자당한다는 점에 착안, 칼도 뽑지 않은 채 상대를 관절기로 넘긴 뒤 베어낸 다.

“대동류 유술은 원래 우리 고유의 것입니다. 신라 무술이 일본 무사집안에 전수되었다는 기록이 있지요. 일본 학계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양심있는 학자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어요.” 한양대 서 무술철학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송 관장은 대동류 뿌리찾기에 정성을 쏟고있다. 몸 움직이는 게 뭐 중요하냐며, 근 본을 제대로 밝혀야 무술도 더불어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대동류 시조가 신라 장수 장보고(張保皐)라는 사실을 유추해내고, 그 고증을 위해 불철주야 연구중이 다. 고급무술 대동류가 한국에서 처음 시작됐다는, 심기 곧은 그 의 주장이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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