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잡설]새벽에...

작성자
Lv.18 검마
작성
03.05.04 05:26
조회
352

아인트호벤에서 뛰고 있는 이영표 선발 출전경기를 보니 어느새 시계는 새벽 4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시험이 끝난 이후로 간만에 느긋한 새벽을 보내고 있자니 괜스레 웃음이 나온다.

지난 일주일간 시험기간이라고 이리 뛰고 또 저리 뛰고 한 것을 생각해 보면 여유롭게 소프트빵이나 뜯으며 축구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것도 참 신기하게 느껴진다.

벌써 오월이다.

계절은 완연한 봄으로 접어들어 낮에는 싱싱한 녹음이 우리 주변 곳곳에 녹아 들어 있고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유혹처럼 뻗쳐오는 식곤증을 물리치느라 힘겨운 투쟁을 벌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나에겐 그런 여유를 느낄 시간이 없다.

아침 0교시 부터 시작해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학원 다니고... 소위 말하는 '별보기운동'이 나의 일생이 된지 오래다. 그나마 1학년때는 여유가 있었지만 고2로 올라온 이후에는 대입이라는 대한민국 특유의 거센 압박감에 밤잠마저 설칠 지경이다. 그런 상황이니 오월이 어쩌고 봄이 어쩌고 하는 소리는 나에겐, 아니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에겐 사치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연휴를 맞이해 간만에 잠시 뒤를 돌아볼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너무 틀에 박힌채로만 살아왔다. 내 나름대로의 개성은 전혀 찾아볼수 없는...

그런 와중에서도 무협이라는 일탈은 나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다. 때에 절은 옷을 깨끗이 해 주는 표백제 같은 역을한 한다고나 해야 할까? 아니면 지친 대지위에 고요하게 흐드러지는 달빛같다고 해야할까...

어쨌든 개학 이후의 삶동안, 나의 일상은 같은 패턴의 연속이었고 무협은 틈틈이 그 패턴속에 이지러진 나의 마음을 가볍게 보듬어 주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내 옆에는 무협소설 두 권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비록 휴일을 맞아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있지만 이미 무협이란 것에 중독된 나로써는 딱히 해독할 방법이 없기에 이런 쉬는날에도 무협소설을 읽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무협을, 판타지를, 혹은 모든 책을 읽는 이유가 단순히 재미를 떠나서 나름대로의 무엇이 있기 때문일 거라는... 나같이 힘든 일상을 잊기 위해 읽는 사람도 있을 터이고 문학(혹은 장르문학)이라는 것에서 다른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렇게 나는 어느정도 유사성은 있겠지만 전 세계의 모든 인류가 각기 나름대로의 이유와 개성때문에 책을 읽는다고 생각된다. 그렇더라도, 나름대로 나는 지금 나 나름대로의 문학을 정의할수 있을 것 같다. 재미와 동시에 하루하루의 고달픔을 잊어가는...

이제 도시 저편에서 어둠을 살라먹으면서 어슴푸레 새벽이 밝아오고 있지만, 나는 이 밝아오는 아침이 그리 반갑지 만은 않다. 새로운 생명이 부활함과 동시에 나는 또 같은 일상의 반복을 맛보아야 만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까지 이틀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그것은 잠시간 주어진 휴식일뿐, 언젠가는 다시 학교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더라도 이젠 어느정도 그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전에는 몰랐지만 문득 무협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지금은 무협이 곁에 있다면 충분히 하루하루를 버티어 나갈 수 있을 법 싶다. 물론 현실과 소설을 구분 못할 정도로 빠지만 안되겠지만 말이다.^^

아아, 내가 잠시 미쳤었나보다... 이제 자야겠다... 내일, 아니 오늘은... 간만에 원없이 무협소설이나 잔뜩 읽어야겠다.

-잠시 미친 검마-


Comment ' 3

  • 작성자
    Lv.9 young虎蟲
    작성일
    03.05.04 05:34
    No. 1

    요즘엔 현실을 잊을만큼 몰입하게 하는 작품이 별로 없습니다.
    예전에는 몇권씩 쌓아놓고 밤을 새워가며 읽었는데......
    그 시간만큼은 정말 내가 주인공인지, 주인공이 나인지 하는 경지에 다가서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향수(向秀)
    작성일
    03.05.04 10:33
    No. 2

    검마형 열심히!! 형이라면 잘할수 있을꺼야..

    난 주입식 공부 못 견딜것 같아서 특성화고등학교 택했지..

    휴... 그 학교가 지금은 힘들지만 다시 좋아질꺼라고 난 믿어..

    형.... 힘내^ㅡ^


    - 유랑시인 향수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이정수A
    작성일
    03.05.04 15:40
    No. 3

    음,, 전 고등학교 시절이 그리운데;;
    지나간 추억이기에 더 그리운 지도 몰라요.
    한 30대가 되면 또 지금이 그리워지겠죠.

    현실의 현재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767 5월은 샐러리맨에게 잔인한 달이다..(돈 쓸데가 너무 많... +7 Lv.62 횡소천군 03.05.04 424
7766 담배에 관해선데요,, +6 Lv.1 강달봉 03.05.04 467
7765 아기 탄생을 기다리는 아빠들에게 +2 Lv.83 냉운헌 03.05.04 305
7764 진정한 먼치킨이란 이런 것이다! +2 가영(可詠) 03.05.04 625
7763 미리 어버이날을 대비하여 +1 Lv.15 千金笑묵혼 03.05.04 308
7762 [펌] 서세원이가 빚쟁이? +6 Lv.1 정민상 03.05.04 602
7761 北, 미국 공격 가능 핵무기 100개 보유 +2 Lv.18 검마 03.05.04 688
7760 운영자님께 질문..... +1 Lv.34 장군 03.05.04 383
7759 마야-진달래 꽃 +2 Lv.8 이정수A 03.05.04 555
7758 인터넷 통신체를 탓하기 전에,, +1 Lv.8 이정수A 03.05.04 393
7757 이종격투기와 무협은 별로.. +3 Lv.70 운진 03.05.04 537
7756 [펌]인터넷 소설 찬반양론.... \"10대 문화\" - \"전통글... +2 Personacon 風雲我 03.05.04 810
» [잡설]새벽에... +3 Lv.18 검마 03.05.04 353
7754 이종격투기와 무협. +12 Lv.5 阿修羅 03.05.04 931
7753 진정한 짜집기...-_-)=b +7 현필 03.05.04 579
7752 부모님 선물은 어떤 것이 좋을까요? +4 이리 03.05.04 307
7751 공백의 미.....^^; +8 Lv.1 등로 03.05.03 570
7750 도스용게임을 하고싶어요 (훌쩍...킁~) +6 Lv.18 永世第一尊 03.05.03 601
7749 나의 하루 일과. Lv.1 소우(昭雨) 03.05.03 320
7748 오옷, 서문취설..ㅡㅡ; +6 ▦둔저 03.05.03 1,015
7747 푹 쉬는구나... +3 Lv.1 최윤호 03.05.03 378
7746 음오늘...결심한.. +2 Lv.56 치우천왕 03.05.03 483
7745 고무림 회원님들중에 나민채님의 반로환동을 아시는분들~ +2 Lv.18 永世第一尊 03.05.03 621
7744 엠씨 스퀘어 과연 효과가 있는것인가? +7 Lv.1 강달봉 03.05.03 563
7743 학교시험의 미스테리.. +6 Lv.1 강달봉 03.05.03 682
7742 지금 호위무사 연재가 4권이후 그러니까 5권내용인가요? +1 心魔 03.05.03 524
7741 상당히 충격적인 화장실....(커플전용인가?)클릭해보세요... +9 Lv.15 千金笑묵혼 03.05.03 1,194
7740 월야환담창월야 발진~~~ +6 Lv.18 永世第一尊 03.05.03 473
7739 아! 난 역시 무협 체질이었던가? +2 전조 03.05.03 430
7738 책 사는데 도와 주실분? +3 Lv.1 유령 03.05.03 727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