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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KCC 안드레 에밋 |
ⓒ 전주 KCC |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전주 KCC가 기사회생했다. 1승 3패로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파죽지세 고양 오리온에 94-88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승부를 6차전으로 이어갔다. 양팀의 불균형적인 전력차를 감안하면 여전히 오리온의 압도적 우위가 예상되지만 KCC팬들로서는 5차전, 그것도 홈에서 허무하게 승리를 내주지 않은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5차전에서 KCC 주포 안드레 에밋(34·191cm)은 플레이 스타일에 많은 변화를 줬다. 그동안의 에밋은 전형적인 일대 일 공격머신에 가까웠다. 미들라인을 주 공격루트로 해서 주로 돌파를 통해 게임을 풀어갔다. 탄탄한 웨이트를 가지고 있어 공중에서 상대 빅맨과 부딪혀도 어지간해서 중심을 잃지 않고 플루터나 미들슛을 적중시켰다.
3점슛은 무난한 수준이었다. 상대가 돌파와 미들 라인에 신경을 집중하고 있을 때 기습적으로 쏘는 경우가 많았다. 거기에 골밑으로 깊숙이 들어갔을 때는 한템포 빠르게 슛을 넣거나 포스트업을 시도했으며 하승진(31·221cm), 허버트 힐(32·203m) 등 빅맨들과 2대 2플레이를 펼쳤다.
오리온은 리그 최강의 장신 포워드진을 총동원하는 인해전술로 에밋 봉쇄에 총력을 기울였다. 김동욱(35·194cm), 허일영(31·195cm), 문태종(41·196.5㎝), 최진수(27·202cm), 장재석(25·204cm), 이승현(24·197cm) 등 색깔이 다른 막강 토종 포워드 라인에 특급 스윙맨 용병 애런 헤인즈(35·199cm)까지 가세했다.
질적으로도 뛰어난 선수들이 물량공세로 나오자 에밋은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에밋은 스피드보다 유연한 스탭으로 돌파를 성공시키는 선수다. 오리온 장신 포워드진이 길목을 막아서며 두겹 세겹으로 수비망을 가져가자 위력이 떨어졌다. 이럴 경우 빈공간의 다른 선수들이 외곽슛을 통해 지원해줘야 하지만 그마저도 신통치 않았다.
때문에 에밋은 경기가 후반으로 갈수록 혼자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했고 그럴수록 점점 오리온의 수비 덫에 걸릴 뿐이었다.
1번 역할 소화, 스타일에 변화를 준 에밋
2차전 이후 에밋은 스타일에 변화를 줬다. 상대의 더블팀이 들어오기 전에 미들 라인에서 한템포 빠르게 슛을 던지거나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빠르게 득점을 성공시킨다. 예전 같은 패턴으로는 삽시간에 두꺼워지는 오리온 포워드진 수비벽을 뚫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강전 때의 위력적인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5차전에서 에밋은 아예 조금 더 확실하게 변화를 줬다. 어차피 자기 혼자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닫고 팀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을 연구한 결과 들고 나온 것이 '1번 역할' 소화였다. 어차피 KCC에서 에밋의 1번은 생소하지 않다. 포인트 가드 스타일은 아니지만 원체 자신이 볼을 많이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플레이해 와서 KCC선수들은 상황자체에는 이미 익숙하다. 에밋은 그동안 볼 운반시에도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에밋의 1번화는 외곽슛 상황을 늘리려는 KCC측 전술 변화 의미도 컸다. 에밋이 볼을 돌리고 전태풍, 김효범, 김지후 등 외곽슛이 좋은 선수들이 사이드에 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리온은 예전과 달리 KCC 측 외곽슛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공간이 넓어졌고 에밋이 좀 더 많은 공격 찬스를 얻어내는 플러스 효과까지 생겨났다.
5차전에서 에밋은 38득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펄펄 날았다. 득점은 물론 패싱 게임으로도 상대수비 진용을 맹폭격해버리는 'KBL판 르브론 제임스'가 연상되는 경기였다. 여전히 전력상 오리온에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에밋의 존재가 있기에 KCC팬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 분위기다.
-문피아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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