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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5 티엘이
작성
15.11.18 11:52
조회
1,762

장무영은 능수능란했다.
30살에 9급으로 발령받았지만, 영업왕이라는 수식어는 거저 얻은 게 아니다. 아무리 진상이라도 그의 혀에 흠뻑 담기면 고개를 조아렸다.
주민생활지원과의 민원 담당 에이스. 어떠한 민원도 사이다!


"으앙. 안돼요. 신랑이 병이 도져서 다 때려치우고 금정산으로 기어들어 갔단 말이에요. 저번에 산림회귀 우울증 지원비도 안 주더니. 이러면 안돼는 거야! 우리 공동체 사람들 다 와서 마법으로 시위하는 거 보고 싶어!"


사람이라면 말이다. 무영의 얼굴은 휴지처럼 구겨져 있었다. 당최 이인들이라는 양반들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무엇이 결여되어 있었다.
눈치와 유도리!
혀로 둘둘 말아 내동댕이치려 해도 말귀를 알아먹어야지. 무영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


"아유. 리리 예쁘네. 리리 어머님. 잠시 이리로 오세요. 너무 흥분하지 마시고, 제가 천천히 설명해 드릴게요."


리리 어머님의 뾰족한 귀가 쫑긋 섰다. 영 미덥지 않다는 표정.


"에헤! 귀 접으시고. 잠깐만 이리로."


무영은 금발의 여자를 질질 끌다시피 해서 휴게실로 데리고 갔다.


"인스턴트커피라 맛은 없지만, 이거 드시고 좀 흥분을 가라앉히시죠. 씁씁 훕훕. 씁씁 훕훕. 호흡을 따라 해보세요. 화가 좀 가라앉을 겁니다."


시킨다고 또 따라 한다. 으휴. 무영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어쩌다 TV에서 본 산모 호흡법인데. 금발이 멍청하다는 소리는 분명히 이 종자를 보고 나온 말이 틀림없다.


"어머님. 잘 들으세요. 저번처럼 또 빡친다고 노움인가 뭔가 불러서 입구에 공구리쳐서 사람 식겁하게 하지 마시고."
"그러면 보육료 신청해주면 되잖아!"


이마에 핏줄이 더 굵어졌다.


"어머님. 부군께서 자연을 무척 좋아하셔서 일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산! 그래 물 좋고 공기 좋은 산! 어머님의 고향 산으로 뭐랄까. 여행을 가셨단 말이에요. 자자! 중요한 부분이니 잘 들으세요. 어머님은 보육료를 신청하고 싶으신데 부군께서 안 계시네. 근데 보육료 신청은 어머님과 부군의 사인이 필요해요. 자!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뭘 어떻게 해. 신랑 찾아야지!"


'이런 시팔.'


무영에게는 삼팔 징크스가 있었다. 하루에 팔 들어가는 욕이 세 번 나오면 그 날은 초를 치는 것. 아침부터 일팔을 썼으니 하루가 심히 걱정되었다.


"제가 그냥 말씀을 드릴게. 허심탄회하게! 어머님 귀 접으시고, 밑에 그 타일 씹어 먹을라는 저 정령인가? 뭔지도 넣으시고."


여자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라는 대로 했으니 보육료 신청해줄 거야?"


"여기부터 솔루션! 스텝 원, 어머님 차에 서류 들고 조용히 들어 가시는 거야. 스텝 투, 한 5분만 쉬고 계셔. 명상하든 호흡을 하든 그리고 신랑분 칸에다가 어머님이 사인을 하시는 거야. 스텝 쓰리, 그걸 나한테 주면 끝!"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무영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으휴 어머님. 너와 나의 연결고리, 너와 나의 연결고리. 이런 노래도 몰라요?"


잠시 후.


"어머님 전에 산림회귀 우울증 신청하셨을 때 재산증명 자료가 남아있어요. 근래에 크게 재산이 생기신 게 아니면 우리 예쁜 리리는 전액 지원되겠습니다."
"이히히. 고마워요. 삼촌. 요즘 장사가 안 돼서 어린이집 부담이 많이 되었는데."
"그러면 좋은 하루 되십시오!"


무영은 영업왕의 제 1 필살기를 썼다.
바르고 각 잡힌 적절한 속도의 90도 인사.
누구라도 맞인사를 할 정도였다.

소곤소곤.
귓가로 말이 들렸다.


"삼촌. 너무 뻗대서 홈페이지에 글 남길랬는데. 안 할게. 앞으로도 잘 부탁해."
'시팔.'


무영은 의자에 축 늘어졌다. 11시다. 점심 전에 이팔을 썼으니 오늘 일진은 고약해 질게 분명하다. 터덜터덜 무영은 힘없이 탕비실로 걸어갔다.


"으 써."


기계에서 쉴 새 없이 나오는 국수 면발처럼 입구를 줄지은 어머님들의 파도에 무영은 늘 먹던 아침 약도 못 먹었다. 시간이 지난 약이라 그런지 썼다. 아니면 인생이 이 꼴이라 쓴 건가.
무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냉장고를 열었다. 이 맛을 희석할 달달한 게 필요했기에.
계절 과일 뒤쪽에 수상한 게 있었다. 스윽 치우자 교태를 부리는 맥주캔이 보였다. 분명 회의실을 빌려 쓰는 풍물 어쩌고 회원들이 술판을 벌이고 짱박은 것이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무영은 '연초 말린다'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땡기네."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키야. 좋네."


한참 청량감을 느끼는 찰나.


"좋은 건 같이 먹어야지."
"조주사님."


사수 7급 조기범 주사는 문을 잠그고는 맥주를 그대로 원샷했다.


"크으 근무 시간에 먹어서 그런지 더 죽이는구먼."


조주사는 나머지 맥주도 순식간에 밀어 넣었다.
술이 사람을 먹는다지만, 오히려 술이 줄행랑 놓을 사람.
환장을 넘어선 알콜 전도사.
지저계가 강림하고 온갖 잡것이 튀어나올 때도 조주사는


"무영아.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막 사람도 날아다니고 불 쏘는 마당에 나라고 못하겠냐. 먹다 보면 주도를 깨우치지 않겠어?"


그날 두 병을 먹는다던 조주사는 두 짝을 마셨다.
조기범 주사가 순식간에 연료를 흡입하고 나가자 무영은 머리를 쓸어 올렸다.


"시팔. 내 주위에는 왜 항상 이 모양일까."


무영은 구강청결제로 가글을 했다. 간덩이가 부어서 가끔 술을 홀짝였지만, 냄새를 풍겼다가 민원이 들어 올 게 뻔했다.


"아아아아아아 퉤."


싱크대로 시퍼런 거품이 떠내려갔다. 무영도 거품이 되고 싶었다. 하수도를 타고 집 싱크대로 기어 나와 피맥에 미드를 보고 싶었다.



부산에 난리가 나서 엘프, 드워프고 뭐고 튀어나와 같이 산다는 설정입니다. 주인공은 9급 이인지원관리과 공무원이구요. 물론 던전요소도 들어 갈거구요. 괜찮은 소재일까요? 무언가 현업과 관련된 게 인기가 있는 거 같은데 공무원은 또 공감대가 형성될 까 걱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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