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스타들의 인기를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게 되는 주요 이유는 아무래도 적극적인 팬층과 대중적인 인지도를 조금 엇갈려 받아 들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만기의 인기는 곧 프로씨름의 인기로 대변해 볼 수 있겠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당시 씨름의 인기는 오늘날로 치면 월드컵처럼 명절때만 되면 단연 최고의 화제였고, 폭 넓은 연령대의 인기를 얻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씨름스타는 인지도가 매우 높았고, 그 인지도가 곧 인기였기도 합니다. 이만기 외에도 여러 씨름스타들이 있었고, 천하장사가 아니더라도 한라 장사, 백두 장사 경기도 꽤 많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요즘 보면 연예인의 수가 많아서인지 폭 넓은 연령대의 인지도가 있는 스타는 드물죠. 아이돌스타가 아무리 인기가 많아도 50대 전후에서는 소녀시대나 되야 그룹이름이나 알지, 각 멤버들 이름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야구의 경우 당시에도 인기가 많았는데 각 선수들의 인지도와 인기는 지금과 조금 분포도가 다릅니다. 권투도 그렇고 말이죠.
쉽게 생각하면 이렇습니다. 명절이 되서 씨름 경기를 방영하는 TV채널을 틀었는데, 남여노소 가리지 않고 틀어 놓으면 다들 선수를 알아보고 얘기가 오갈 수 있는 인지도와 인기를 동시에 누렸습니다.
그런데, 다들 아시다시피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죠. 그래서 이만기와 프로씨름의 같이 거론됩니다. 이만기의 전성기가 지나감과 동시에 씨름의 인기는 사그라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도 명절때마다 나오기는 했는데 더이상 한라장사 백두장사와 같은 체급별 스타들을 일일이 기억하는 일은 없어졌죠. 일부 마니아만 남게 되었는데, 그 속도가 매우 빨랐습니다. 아주 급격히 줄어든 것이죠.
앞으로 씨름과 같은 인기 종목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요? 인지도가 곧 인기였던 이민가와 같은 스타가나올 수 있을까요? 부정적일듯 싶네요.
추신수가 외국 나가서 아무리 활약을 해도 모르는 사람이 많고, 이름만 들어 본 사람도 많으며, 프로야구가 역대 최다 관중을 동원해도 역시 예능프로에 나오지 않는 이상 선수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야구 팬의 입장에서는 납득되지 않을 수 있지만 실상이 그렇습니다.
이만기가 최근 자신이 김연아보다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전혀 근거 없는 소리가 아니라는 말이죠. 다만 피겨가 비인기 스포츠지만 세계 곳곳에서 피겨경기가 열리는 것과 달리 씨름은 국내 한정이니 조금 다른 문제이긴 합니다.
김연아가 국제경기에서 그렇게 뛰어난 성적을 올렸어도, 인지도라는 측면에서 이만기보다 높을 순 없는데, 그 이유는 매체의 다양화, 인기종목의 다양화도 한 몫하는데,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사가 다양해졌다는 측면에서 그 때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라 보는게 맞을 겁니다.
지나고 보면 한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권투선수들도 씨름만큼 다양한 시청자들 확보하진 못했습니다. 어찌 보면 권투, 야구가 당시에도 마니아층은 더 많았었는데, 대중적인 인지도가 곧 인기가 되는 이만기와 같은 스타는 거의 없었다는 말이죠.
아빠가 선동렬 경기 보려 TV를 켜면 어떤 집 아들은 좋아 하고, 어떤 집은 싫어하고...아내와 딸은 드라마 보겠다고 하고 그럴 수 있지만, 씨름은 그냥 다 같이 봤습니다.
모래시계의 고현정과 지금도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전지현의 차이도 비슷합니다. 전지현은 몰라도 고현정을 기억하는 어르신들은 많죠.
월드컵만 되면 축구를 몰라도 그렇게 많은 관중이 구름떼처럼 몰렸던 것처럼, 예전엔 씨름이 그랬습니다. 오래가지 못했다는게 아쉽긴 하지만요.
p.s 김연아의 경우는 사실상 최근을 기준으로 가장 인지도 높은 선수가 아닐까 싶은데, 피겨가 비인기종목임을 강조하며 깍아 내리려는 사람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김연아는 경기성적도 좋지만 인지도가 인기가 되는 거의 마지막 스타라고 보여집니다. 그러니 자주 언급되기도 하는데, 피겨가 비 인기 종목이라는 이유로 김연아의 인지도를 지나치게 낮춰 말하면서, 앞서 말한 인지도와 인기를 엇갈려 생각하는것은 왜곡이라는 생각입니다. 팬층은 프로야구가 높아도 스타에 대한 대중적인 인지도는 김연아가 높습니다. 프로야구의 예를 들어 박찬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보다 더한 성적을 내는 선수가 등장하게 되어도 마니아층의 인기는 더 높을 수 있지만 대중적 인지도는 박찬호 만큼 되기 어렵습니다.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탄생하는 스타는 그런 면이 있습니다. 이만기, 김연아, 박찬호와 같은 선수들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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