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재은
작품명 : 더 페이트
출판사 : 마루
(단지 모 게임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집어들게된 소설입니다. 문피아에는 감상이나 비평글이 하나도 없더군요. 수류탄을 품고 인민군 탱크에 돌격하는 심정으로 리뷰를 하겠습니다...아 그리고 게임판타지입니다.)
읽은지 좀 된 소설이기에 출판사를 찾아보려고 네이버에 검색을 해봤습니다. 책 목차와 간단한 소개글이 나왔는데, 우선 이것부터 짚고 넘어가야 겠네요.
"(전략)...먼치킨투성이에 개연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고금의 '게임 판타지'의 특성을 완전히 깨부수며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후략)..." 네...꼭 먼치킨이 아닌것 처럼 소개해 놨는데 사실 먼치킨 맞습니다. 초반에 주인공이 카오스 수련관에 들어가는데요, 안에서 죽을고생 다 하긴 하지만 결국 나올때는 올 스텟 +200보너스를 얻습니다. 게다가 모든 스텟보너스를 한 스텟에 순간적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데요, 여기에 위기시 능력치를 300% 업 시켜주는 '폭마의 로브'를 사용하면 뭐...INT가 네자리수를 넘어가네요. 이걸로 초반에 유저 기사단 700명을 몰살시킵니다.......넵 GG.
사실, 게임판타지에서 주인공이 밸런스를 파괴하는것은 필요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달빛 조각사>조차 랭커 근처에도 못 간다는 사실로 눈가리고 아웅을 하고는 있지만, 레벨만 제외하고 따져보면 지존급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밸런스 파괴가 독자의 심기를 어지럽히느냐 아니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느냐인데, 적어도 <더 페이트>에서는 그것이 크게 눈에 들어도는 단점은 아니였습니다. 그럼 뭐가 문제인가? 하고 의문을 가지실텐데요, 문제점을 말하기 위해서는 일단 소설의 스토리 대부분을 설명할 수밖에 없으므로 혹시 읽을 계획이 있다 하시는 분은 여기서 백 스페이스버튼을 살포시 눌러주세요.
- 여기서부터 미리니름-
1. 주인공은 미래인에 의해 미래로 타임워프를 하게 됩니다. 나를 왜 데리고 왔냐 하고 물어보니, 미래의 지구는 프리메이슨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는데, 기계화가 너무 심화되어 전 세계인들이 현실을 회피하고 가상현실게임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게임을 만든 사람이 바로 프리메이슨에 대항하는 자신들, 안티메이슨이라고 소개합니다. 사람들이 현실을 외면하여 지배할 사람이 없다시피하게된 프리메이슨이 가상현실마저 지배하려 하자 그에 저항하기 위해 과거에서 데려온 게임초고수가 바로 주인공이라는군요...뭐 어쨌든 복잡한건 관심없는 주인공은 게임에 접속하고 열랩을 시작하다가, 위에서 말한 카오스 수련을 하게 되고 먼치킨으로의 장대한 여정에 한걸음을 딛게 됩니다.
: 여기까지 읽고 - '음 뭐 괜찮네 밸런스도 그런대로 봐줄만 하고 인물 성격도 괜찮고 게임 설정도 흥미롭고 뭐...쭉 렙업하고 모험하고 하다가 중반쯤 지나서 프리메이슨이랑 충돌 시작하고 막판에 다 해결하겠지?'
2. 갑자기 프리메이슨이 안티메이슨의 본거지로 쳐들어옵니다. 다 죽을 판이 됐는데 갑자기 도저히 이해하지못할 개똥SF과학을 한참 주절거리더니 시간이 멈춰버립니다...이제 시간은 가상현실속에서만 흐르고, 그 속에서 죽으면 로그아웃도 못한채 영원히 유계를 떠돌아야 된답니다. 결국 주인공은 세계를 구할 사명을 띄고 게임에 접속합니다.
2'. 접속을하고 보니, 게임속 프리메이슨의 세력인 '카오스길드'가 이 중앙대륙을 거의 다 장악해 버렸습니다. 주인공과 그의 동료들은 프리메이슨에 대항하기 위해서 미지의 영역인 동대륙으로 떠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힘이 될 유저들을 끌어모으는 한편 무수한 미개척 사냥터를 정복합니다. 카오스 길드의 수장 '페이트킬러'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면서...(주인공의 아이디가 '페이트'입니다)
: 여기까지 읽고 - '어?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분위기가 바뀌지..음...그래도 이 설정도 나름 흥미롭네. 모험 위주로 갈걸 기대했는데 이대로 흘러가면 국가전 양상으로 가겠구나 뭐 그것도 나름 괜찮겠지...'
3. 사냥터를 개척하던 도중, 갑자기 서버의 균열이 생기고 그 틈에서 용족이 튀어나옵니다. 용족이란 사망 직전에 회사에 의뢰해서 정신을 서버에 연결한 유저들을 가리키는데, 오랜시간을 플레이했기 때문에 레벨이 1000이 넘어간답니다(헐...). 때문에 밸런스파괴를 막기 위해 서버를 분리해 놓았었는데, 서버를 관리하는 창조신 인공지능이 과부하를 일으켜서 서버가 겹쳤다나요...어쨌든 용족이 넘어오면 프리메이슨의 정복이고 나발이고 다 물거품이 될 것이기 때문에, 주인공은 프리메이슨과 일시적으로 손을 잡기로 결심합니다(복수를 다짐한지 몇 페이지나 지났다고 이러는지...). 그런데 카오스 길드에 가서 상황설명을 하고 연수를 제안하자, '페이트 킬러'가 갑자기 "그래 이만하면 잘 놀았지"하더니 주인공에게 길드의 전 병력을 주고 프리메이슨의 모든 핵심세력과 함께 계정을 영구삭제해버립니다???? (사실 앞에서 설명을 뛰어 넘었는데, '페이트 킬러'는 뭔가 여기에 옮겨적기 난감한 이해불가 설명불가의 개똥SF적 원인으로 인해 주인공에게서 분리되어나온 일종의 도플갱어라네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가짜인 자신은 사라질 것이므로 그 전에 왕노릇을 한번 해보고 싶었을 뿐이라면서, 그냥 곱게 사라져 줍니다.
: 여기까지 읽고 - '??????????????????????????????????????'
4. 어안이 벙벙할 틈도 안주고, 이제는 200레벨대의 동료들과 함께 1000레벨이 넘들 용족을을 물리쳐야 한답니다. 비장미 넘치는 각오로, 남의 서버 구경나온 할일 없는 용족유저 셋을 전력을 다해 잡고 "자 힘내라 이제 시작이다!!"하고 외칩니다.
: 여기까지 읽고 - '??????????.......휴 겨우 회복했다 나참 '페이트 킬러'가 끝판왕이라고 온갖 복선은 다 깔아놓더니 이게 왠 날벼락 동대륙에서 한 일은 다 삽질이네 프리메이슨은 어떻게 된겨 아 놔 독자를 놀리나 여기서 접을까 .....아냐 그래도 용족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봐야지'
5. 그 때 갑자기 차원의 왜곡이 정상화 되면서 현실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용족이고 뭐고 얼른 로그아웃한 주인공. 폭주한 창조신 인공지능이 바이러스화 됐다네요. 처리해야죠. 로그인하고 동료들 모아서 창조신 레이드하러 갑니다.
: 여기까지 읽고 - '용족은??????????????????????????????'
6. 그리하여...5권 중반까지 읽고 책을 접었습니다...휴...
사소한 얘기 부터 해볼까요...저 위에서 잠깐 언급한 '카오스 반지'라는 아이템은 그 부가효과로 인해 일시적으로 주인공에게 1000레벨을 능가하는 공격력을 부여합니다. 그런데 5번의 횟수 제한이 있지요. 당연히 그것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독자들이 끝판왕이라고 인식한 '페이트 킬러'와 싸우는 데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독자들은 반지를 한 번 쓸때마다 아슬아슬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동대륙으로 건너가자마자 만나는 조력자의 특수능력은 무려 '아이템 창조'입니다. 즉 카오스 반지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게다가 얼마 안되서 '페이트 킬러'마저 사라져 버리지요...아니 이럴거면 '카오스반지를 사용하여 페이트킬러를 무찌르는 결말'을 위해 그때까지 진행된 스토리와 복선들은 다 뭔가요?
전체적으로 보면, 이책은 독자의 기대를 나쁜의미에서 계속 배반합니다. 소설이 발단-전개-절정-결말의 구조를 띄고 있는 것은 발단부분에서 사건을 일으키고 독자의 흥미를 유도하며, 전개에서 사건을 심화시키고 복선을 유도하고, 이후에 그것을 잘 매듭지으라는 이유인데 이 소설은 발단-전개-발단-전개-발단-전개...의 무한반복만을 하고 있습니다. 즉 판을 벌려놓고 그 판을 무시한 다음 또 새로운 판을 벌려놓는 식입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하고 몰입하기 시작하는 독자를 한번 배반하는것은 반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식으로 자꾸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는 것은 그저 작가가 작품의 틀을 잡아놓지 않고 그때 그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대로 자판을 두드린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겠네요. 7권이 완결이던데...글쎄요 왕창 벌려놓은 것들을 한권 반만에 다 수습할 수 있을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작가를 위한 변-
어쩌면, 작가는 스릴러를 생각하고 이 소설을 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 속에서 주어지는 몇 가지 복선들과 현실부분의 이야기 진행을 살펴보면 게임하는 이야기 보다는 프리메이슨과 안티메이슨의 대립과 음모 그리고 뭔가 감추고 있는듯한 안티메이슨의 수장같은 것에 초첨을 맞추고 있는것 같거든요. 거기에 맞춰서 게임 이야기를 쓰다보니 게임속에서 뜬금없는 진행이 나오는 거구요... 하지만 <팔란티어>라는 너무나 뛰어난 비교대상이 있기 때문에, 자꾸 느낄수 밖에 없는 뜬금없음은 도저히 용서가 안되네요...
Comment '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