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홍정훈
작품명 : 더 로그
출판사 : 자음과모음
많은 이들의 가슴에 남겨진 커다란 발자취.
그 수많은 발자취 중, 하나를 따라가보면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휘긴경이란 이름의 그림자가.
비상하는 매부터 13번째 현자까지, 그가 쓴 글은 많고도 다양하다. 그리고 이 더 로그는 그 중에서도 아직까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유명한 글이라 할 것이다.
확실히 더 로그는 잘 쓴 글이다.
묘사도 좋고, 전투씬도 나무랄 데 없다. 상황 설정도 상당히 치밀하고, 이야기 흐름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몇 군데를 제외한다면) 캐릭터들도 꽤나 매력적이다. 그 외에 전체적으로 암울한 분위기를 위트와 로맨스로 어느 정도 밝게 치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카이레스가 남자라는 사실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독자층'의 대부분이 남자라는 사실이랄까. 아무도 더 로그 전반에 깔린, '위트'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음담패설에 대한 문제점을 거론치 않는다. 솔직히 내가 여자라면 이 책 1권도 채 다 안읽고 던져버렸을 것이다. 아주 아슬아슬한 표현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 폭주하려는 기미가 보일 정도다.
한마디로 더 로그의 대중성은 절반의 수준이다. 평범한 여성들이 큰 매력을 느끼기란 힘든 글이란 사실.
더욱이 가장 거슬리는 것은 다름 아닌, 서술 그 자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을 따라 잡으려 무리하는 것 같다.
사람이 자다가 깨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뭘까? 아마 ‘아, 잘 잤다.’라던가, ‘날이 밝았군.’정도? 그런데 주인공 카이레스는 ‘뿌연 물안개 어쩌고.. 흐르는 물소리는 마치 저쩌고..’. 주변 묘사를 아주 아름답게 해댄다. 말이 되는가? 아무리 신경이 굵은 놈이라고 해도 전투 중에 도주하다가 피곤해서 자고 일어나서는 저딴 생각을 한다는 것이.
더 로그 본문 상의 일부 표현을 빌리자면, 신경을 파서 대포로 써도 될 정도로 굵은게 틀림없다. 즉 비정상이다.
더하자면 용어설명도 매우 빈약하다. 풍경, 뇌경이 뭔지 알게 뭔가? 나중에 살짝 설명해주지만 이건 뭐, 무예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가 되지 않은 사람이 보면 전투씬은 매우 난해하기 그지없다.
마지막으로 글이 너무 늘어진다. 늘어지다 못해 짜증난다.(전투씬은 제외합니다.)
처음 이거 보고 정말 덮어버리고 싶었지만 다들 재밌다, 라고 하길래 이를 앙다물고 계속 넘겼다. 이 길다 못해 늘어지는 문체에 적응하는데만 여섯권을 읽어야 했다.
분명 전체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러운 글이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너무나 미세해 잘 보이지 않는 가시가 잔뜩 돋힌 글, 더 로그라 하겠다.
추신 : 사실 내가 가장 끌린 것은, 더 로그의 부록격으로 나온 <칼 라이쯔 평전>이다. 이거 책으로 안나오나 모르겠다. 정말 재미있었는데.
* 文pia돌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6-1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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