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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임영기에 대한 짧은 고찰

작성자
Lv.1 은둔노사
작성
07.03.28 00:22
조회
4,959

작가명 : 임영기

작품명 : 쾌검왕, 구중천 등  

출판사 :

우선 진행에 앞서 평어체를 사용함을 양해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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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 그러니까 과거의 무협을 박스무협이라 칭하기도 한다. 일률적인 글들. 작가가 분명 다른데도 불구하고 다른 책에서 본 구절이 그대로 발견되는 시절. 1990년대 무분별한 짜깁기와 대필(이름만 걸고)이 만무하던 때의 무협이다. 이 시기의 무협은 흥미위주의 글들로 주인공 중심의 스토리로 온갖 기연과 미녀들이 줄줄이 따르는 그런 흔한 스토리다. -여기서 잠깐 여담으로 말하자면 1980년대의 무협, 어떤이는 노루표라고 칭하기도 하지만 몇몇 작가들을 제외하고 어떤 면에서 구무협의 정수라고 불릴 만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후 일률단편적인 글들이 나왔는데 최초 통신연재에서 많은 역작들이 나온 이후 소위 양판소라 불리는 작품들이 판치는 현재와 그 진행 형태가 크게 다르지 않다 보여진다.- 이러한 박스 무협의 반사 작용으로 식상한 강호에서 벗어나 새로운 강호를 펼치고자 하는 이들이 들고 나온 것이 바로 신무협이다.

누군가는 좌백님의 작품을 기준으로 신무협의 시대를 나누기도 하는데 이러한 시대적 분리는 뒤로 하고서 짧게 신무협을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생각한다.

우선 신무협의 가장 큰 특징은 기본적인 신화적 구조의 탈피다. 평범한 농사꾼의 아들이었는데 사실은 강호 명가나 절대자의 핏줄이라는 설정, 사기성 농후한 체질, 줄줄이 잇다르는 말도 안되는 기연들이 구무협의 표본이었다면, 신무협은 등장인물이 하인에서부터 왕족에 이르기까지 보다 폭 넓어 졌다. 또 구무협의 주인공이 사기성 짙은 신체로 쉽사리 무공을 익혀 강해지는 것에 비해 신무협의 주인공들은 대저 평범한 신체일지라도 강한 사부를 두어 강해진다. 물론 여기에 주인공의 끈기나 노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신무협에서는 보다 '무'에 치중하게 되는데 단순히 초식명을 외치며 강하구나 라는 느낌을 주는 구무협과는 달리 보다 사실적인 묘사와 설정을 통해 전투씬의 장면이 증가했다는 것도 신무협의 특징이다.

또 단순한 주인공의 들러리에 불과한 조연들의 사연들이 보다 세밀하게 설정되면서 주인공의 행보와 맞물려 이야기 구조를 강화시킨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호' 라는 거시적인 입장에서 '협'과 '무'를 외치던 구무협에 비해 강호에 사는 '무인'이라는 미시적인 입장에서 '협'과 '무'를 살펴봄으로써 현실과 이상간의 괴리에 대해 고민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애를 쓰는 것 역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이 잘못 흘러 개인적 욕망과 혼동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서두가 길었다. 작가 임영기를 논하기 전에 이렇듯 구무협이나 신무협이나 하는 거창한 이야기를 꺼내며 돌아왔냐고 묻는다면 그 이유는 단순하다. 그의 작품들은 기존의 구무협스러움을 답습하고 있으면서 신무협의 요소들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적 무협의 1세대이신 금강님이나 용대운님의 작품들이 쓰신 작품들이 아무리 신무협적 느낌을 차용한다 할 지라도 본능적으로 구무협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오래전 부터 그렇게 써오왔기 때문일 것이고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후 통신 연재가 대부분의 장르문학을 좌우하는 입장에서 대부분의 무협은 신무협이 대세였다. 구무협을 표방하는 작품들이 있었으나 말 그대로 구무협스러울 뿐이지 진정 구무협이라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작가 임영기는 본인이 스스로 밝히듯 구무협, 그 중에서도 기정무협의 맥을 잇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작품마다 구무협적 색채를 진하게 발산한다.

그 중 두 개의 작품, 쾌검왕과 구중천을 잠깐 살펴보면 그러한 특징은 명확히 드러난다. 사실 쾌검왕은 신무협으로 구분하려 한다면 못할 것도 없는 작품이다. 그러나 꼼꼼하게 살펴보면 오래된 진한 무협의 냄새가 풍겨 나온다. 첫 번째, 주인공의 자질이다. 불과 3~4년 안에 천하제일인이라 불리는 이를 주인공이 이겨낸다. 그를 이용하려던 의형의 간계가 있다손 치더라도 뛰어난 오성과 체질에 기인한다. 두 번째는 주인공에 따르는 히로인이다. 백정의 아들에게 천하제일 미녀라고 불리는 여인이 반한다?! 말도 안되는 설정이다. 운명은 첫눈처럼 아무 준비없이 내린다고? 반문하노니 천하제일인의 아들- 그 역시 다음 세대의 천하를 움직일 남자-와 혼인하기로 된 여인이 어렸을 적부터 세뇌가 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아무리 여협이기로서니? 허면 어이하여 정혼자가 있는 다른 여협들은 천하제일미녀가 반한 주인공에게 반하지 않는가? 이상하지 않는가? 억지라고 말한다면 또 다른 부인을 살펴보자.

주인공을 괴롭힌 히로인에 대한 복수로 주인공은 강간을 한다. 자신을 강간한 남자를 어찌하여 사랑하게 되는가? 도저히 이해불가다. 사실 이러한 남녀 사이는 신무협에서 등장하지 않는 오로지 구무협적 요소인 것이다. 또 강호를 지배하려는 욕망으로 움직이는 악인 무리가 신무협의 악인이라면 '자신만이 올바르게 강호를 다스린다.'는 정파 악인의 특징 역시 구무협의 요소라 볼 수 있다.

또 다른 작품 완결되지 않은 구중천을 살펴보면 보다 더 명확해 지는데 '적의 동생과 사랑의 도주를 한 무협의 구성'의 천재적인 자질의 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비록 고생을 많이 하지만 숨겨둔 한 수가 있었고, 반안이나 송옥이 울고 갈 잘 생긴 외모로 주위의 여성들을 사로잡는다. 뿐 아니라 여성들에게서 얻은 무공으로 무장하여 화려하게 등장하여 '무림의 신성이자 구성'으로 등장하며 단숨에 적들의 강력한 고수들을 쳐단한다. 정말 신화스러운 구무협이 아닌가?

그러나 신무협이 등장하고 독자들의 수준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임영기라는 작가가 계속하여 글을 쓸 수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여려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째로는 구무협에 대한 향수, 둘째로는 신무협 스러운 전투씬, 셋째로는 작가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이다. 사실 신무협의 홍수 속에서 진정으로 정통 무협의 내음을 풍기는 작품이 드문 것은 주지의 사실, 저 연령의 독자가 아닌 나이가 지긋이 드신 분들께서는 가볍게 느껴지기 쉬운 신무협보다는 구무협을 선호한다. 그런 면에서 임영기의 작품들은 이런 점을 잘 충족하고 있다. 둘째로 구무협 속 등장하는 무공들이 몇 줄로 넘어가고, 매우 익히기 힘든 절세무공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익히는 주인공을 보면서 허무한 느낌을 주는 데 비해 임영기의 작품은 주인공이 무공을 익히는 치열함을 부각시킴으로써 이런 위화감을 최소화 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셋째로 임영기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무공의 명이라던지 별호는 그가 등장 인물 각각의 설정을 얼마나 궁리했는지 보여준다. 사실 무협소설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이름과 별호, 사용하는 무공의 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일례로 요즘의 무협소설 중에 별호를 제대로 설명해주는 작품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면에서 이런 작가의 꾸준함이 드러나는 것이다.

작가의 연배를 제대로 모르지만 글에서 묻어나는 연륜으로 짐작하건데 오랜시간 무협을 가까이 두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작가 임영기는 자신이 가장 즐겁게 읽고 재밌게 읽었던 무협소설의 이야기를 가지고 고쳐 나가는 수리공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처럼 새로운 집을 짓겠노라 칼을 드는 이들이 넘쳐나는 시기에 오래되었지만 애정을 가지고 고치려는 수리공을 어찌 미워만 하겠는가-.  


Comment ' 4

  • 작성자
    바람소
    작성일
    07.03.28 13:47
    No. 1

    '적의 동생과 사랑의 도주를 한 무협의 구성' → 무림의 구성 이겠죠.

    확실히 저도 읽으며 이분은 아마 무협을 오래 가까이 하신분일 것이다 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지적하신 쾌검왕에서 강간씬에서 구무협의 냄새가 났었죠.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촌검무사
    작성일
    07.04.01 22:07
    No. 2

    저도 무협을 접한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매니아 독자입니다. 검궁인님과 야설록님, 용대운님 금강님 등등 전통 1세대 무협 작가님들의 글로 익숙해진 기성무협 독자였지만 언젠가 부터 쏟아져 나오는 신 무협(퓨전 무협이라고도 하죠)만 접하다보니 예전 전통 무협이 그리워질 때도 있더군요. 임영기님의 글이 그래서 가슴에 와닫는지도.. 사실 요즘 젋은 작가들의 무협같지 않은 무협지들이 많더군요. 그래서 신작을 고를때 처음보는 작가의 책은 일단 나이부터 확인한다는게 제가 쓰는 하나의 방편 입니다만.. 씁쓸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雪風1st
    작성일
    07.04.03 17:20
    No. 3

    음, 임영기님의 글을 한 번 찾아 읽어 보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비평에 찬성 한 표 누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마(魔)
    작성일
    08.03.30 13:06
    No. 4

    저는 구무협, 신무협 그런거 뭔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임영기님의 작품에서 다른 작품에서는 느낄수없는 무언가를 느꼈습니다. 위 글에서 가장 공감하는 부분은 주인공이 무공을 배우는 과정이 험난하다는것입니다. 그런 과정이 있기에 더 신선하고 재미있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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