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필드
작가 : 관희천
출판사 : 유료 웹소설
188화를 끝으로 더 이상 읽지 않기로 한 소설입니다.
잘 읽고 있는 중에도 이러한 내용의 글을 한 번은 쓰고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쓰게 되었습니다.
일단, 이 소설은 아주 재밌습니다. 이 정도의 문제는 문제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자꾸 덮어 버리던 관점이었으나, 선삭을 하면서 한 번 들춰보기로 했습니다.
먼 치킨 소설들을 보면 많이 나오는 문제와 비슷하기도 합니다. 바로 주인공 이외의 등장 인물들의 저능화인데요? 주인공이 무엇을 하던지 그에 동조하고, 전혀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나서주지 않으면 해결되는 일들이 없기에, 해결사로 등장해서 모든 일을 해결해 버립니다.
주인공의 말은 곧 진실이고 해결책이고 그의 행위가 최선의 결과로 이루어지는 열쇠로 작용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는 영웅일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여기까지 보면 사실 큰 잘못은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삐딱하게 이를 바라보면, 그가 가진 능력이 너무 대단해서 잘난 조연은 필요없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저런 경험으로 잘나게 묘사된 인물들이 초반엔 필요 불가결한 인물로 등장을 시키지만 조금만 진행되어도 극이 복잡해지고 변수를 동반하기에 그런 인물들의 등장 횟수는 점차 없어지게 되고 공기화 되어지고 맙니다.
복잡한 조연들은 그 자체가 변수를 만들어 내게되고, 개연성을 유지하는데 심히 부담이 됩니다. 이는 매일 연참을 하려하는 작가를 압박하는 스트레스의 주범이 됩니다.
이런 이유로 알게 모르게 배제시켜 버리게 되지요. 상황들은 너무 복잡해져서 작가가 정신을 못차리게 되는 상황도 발생시켜 버립니다.
이렇게 무리를 하게 만드는 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없어져서는 극이 단순해지게 되고, 더 이상 이전의 재미를 주지 못하는 소설이 되어가는 진행이 됩니다.
‘필드’는 그럼 어떻게 이와 닮았는지가 중요합니다. 그의 소설에 중요 인물로 등장하는 조연은 에이전트, 감독, 애인입니다. 그런데 이들은 사실 맡은 바 역할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모두 그저 적절한 도우미로 그 역할을 다하기 때문입니다.
에이전트는 주인공을 돈으로 보지 않고, 아주 중요한 파트너로 여겨서 결코 부담스런 일에 떠밀지 않습니다. 처음엔 경력이나 명성이 일천했기에 자기 일처럼 움직여주고 진규가 공만 잘 차도록 모든 환경을 그가 원하는 최고로 만들어주고 관리해줍니다. 진규가 최대한 많은 돈을 받도록 최고의 협상을 하고, 가족도 관리해주고, 애인도 관리해 주지요. 이만한 입안의 혀가 없습니다. 아마 제 혀도 이만큼 잘 굴러주지 않을 겁니다.
주인공과 관련된 모든 감독은 그가 최고의 선수가 되는 코스를 밟도록 기회를 만들어주고, 부상 당하지 않도록 적적히 쉬게 해주고, 적절하게 태클을 겁니다. 그 태클은 결코 사리사욕과 무관합니다. 그가 이보 전진하기 위한 밑거름 정도의 태클입니다. 떠난다는데도 욕심내서 잡지도 않고, 적당한때 끌어당기는 최고의 도우미입니다.
애인도 마찬가집니다. 이만한 여자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쁘고,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도 없고, 섭섭해하는 일도 결코 없습니다. 최고의 밤을 위한 파트너가 되어주며, 머리도 좋습니다. 할벌도 좋구요. 내 남친이 이렇게 멋진 사람이라고 과시하고 다니지도 않습니다. 거기다가 아버지 조차도 진규의 열렬한 팬입니다. 그저 축구 좀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도 아닙니다. 그의 인간성에 대해서 고민한 흔적도 없어보입니다.
진규의 아버지는 진규의 절망을 몸소 지고 가셨고, 엄마는 그가 가진 돈을 자기돈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여동생은 그저 한번씩 주는 용돈과 선물에만 무한 만족하고 결코 그를 부담주지 않습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정말 세상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최고의 서포터들입니다. “사리사욕은 뭐 껌인가?” 하는 사람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변인물들 누구도 주인공과 갈등을 빚지 않습니다. 꿈에나 존재하고 바른 생활에나 나올듯한 모습들입니다.
방송국에 다니는 후배도 그렇고, 다리 고쳐준 은인도 이런 사람이 없습니다.
결국 진규의 초반 고난은 고난이 아니라 소설의 극적인 장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축협은 그저 그를 띄워주기 위한 가장 좋은 받침대이고, 결국은 가장 높은 곳으로 올려주는 시상대를 만들어주기 위한 발판을 만들어주는 일꾼들로 보입니다.
작가는 분명 글을 아주 잘 쓰는 사람입니다. 장르 소설을 읽는 이들이 어떤 구성을 좋아하고, 어떤 조연들을 좋아하고, 어떤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너무 잘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도 선작을 취소하면서도 결제한 돈이 아깝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재미를 주는 소설을 선작 취소하면서도 저는 오히려 아쉬웠습니다.
재미는 있으나 변화가 없고, 반복적인 내용의 나열은 독자를 지치게 합니다. 등장인물들이 주인공의 주변인물들이 아닌 그와 함께 호흡하는 입체적이고 정말 인간적인 이들로 만들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된 입장에서 주인공에 감정이입하는 느낌이 들면 정말 고맙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읽는 입장에서 ‘이건 그저 소설일 뿐이고, 너는 독자야.’ 하는 감상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되면 너무 안타까워집니다. 원치 않았지만 더 이상 하차를 미룰 수 없는 순간이라 더욱 가슴이 아파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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