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플래티넘에서 연재되고 있는 소설 필드와, 작가연재에서 연재중인 미트를 비교하고자 한다. 처음엔 단순히 필드에 대한 비평만을 하려 했으나, 그걸로는 필드가 가지는 문제점을 명확히 드러내기 힘들 것 같아서다.
필드는 백진규라는 부상 축구선수가 일종의 기연을 통해 다리를 월등히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잘 나가게 되는 내용의 소설이다. 미트는 최영규라는 방출 직전의 포수가 그동안의 노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는 내용의 소설이다.
필드와 미트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1. 요즘 유행하는 스포츠 소설
2. 주인공이 궁지에 몰린 초반부 상황
그러나 이를 바탕으로 내용이 전개되는 양상은 차이가 난다.
우선 필드의 경우 백진규는 사실상 ‘판타지’적인 기연에 의해 다친 다리를 회복한다. 그리고 그는 작중 상황에서 고난이란 것을 사실상 겪지 않는다. 결점도 서술 내용 중에는 그다지 부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대로 모든 것이 척척 이뤄져 나간다. 이것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초반부 전개는 분명 흡입력이 있다. 마치 독자가 백진규가 된 듯한 그런 느낌? 거기에 최근 들어 부각된 축구협회의 ‘으리’축구 상황이 소설속 내용과 겹쳐져, 마치 그 부조리가 실제로 해결된 것 같은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었다. 나 역시 그런 초반부의 흐름에 취해 충전해 두었던 돈을 상당히 써 버렸었다.
반면 미트의 주인공 최영규는 소설 내용의 전개 과정에서도 수난을 상당히 겪는다. 그에게는 결점이 뚜렷하게 보인다. 그리고 그는 작중 상황과 본인의 처지에 대해 끝없이 고뇌한다. 그에게 닥친 고난은 그의 능력 외에도 타 선수들의 도움과 신뢰를 바탕으로 어찌어찌 해결해 나간다. 주인공을 보면 애처롭다는 생각마저도 들 정도다.
까놓고 말하겠다. 필드는 치트키를 쓴 주인공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사실상 백진규는 기계장치의 신이랑 다를 바가 없다. 처음에는 몬스터(여기서는 고난, 과제)들을 순간삭제시키는 맛에 열광했지만, 가면 갈수록 그 맛은 다시다를 마구 뿌린 싸구려 음식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 뭐만 하면 백진규 짱짱짱이다. 백진규 외의 다른 인물들? 스카우터 외에는 사실상 부각되지 않는다. 스카우터도 들러리나 다름없다. 왜냐? 애초에 백진규가 킹왕짱치트키를 쓰고 그 맛에 초반부를 전개했으니까. 백진규의 고민? 고민이랄게 있나? 그냥발만 갖다대면 골골골인데. 이제와서 이를 수습하기란 사실상 무리다.
또한 필드는 가면 갈수록 내용 늘리기에 급급한 전개 양상을 보여줬다. 백진규 짱짱짱도 계속 보니 피곤한데 무슨 놈의 작중 기사와 댓글이 그렇게나 많은지 나는 의문이었다. ‘백진규 국대에서 뛰는거 보고싶어!’ 댓글 보는 것도 한두번이지. 내용 전개와 하등 상관도 없는 이런 걸 보려고 내가 100원을 썼다는 거 자체가 솔직히 말하면 너무, 너무나 아까웠다. 처음엔 보다보면 괜찮아지겠지 했지만...... 그러한 양상은 더 심해졌다. 속된 말로 ‘작가가 돈맛을 본 것인가?’란 생각도 들었다.
결국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과감히 선호작삭제를 눌렀다. 그동안 길들여졌던 관성이 필드를 기웃거리게 하기도 했으나, 어느새 그것도 금방 사그라들었다.
그 후 스포츠 계열 플래티넘은 손도 대지 않았다. 삼월지토님이 쓰던 축구소설 ‘심장’ 정도는 될 것이라 생각하고 충전한 골드를 팍팍 썼는데, 기대가 사라지고 난 다음의 후유증이 너무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몇몇 작가연재란 스포츠 소설들을 읽기도 했으나, ‘재밌긴 한데 이걸 돈 주고 보기엔 흠...’ 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하지만 미트는 애초에 손을 대지 않았다. 소개란을 보니 주인공은 ‘포수’였기 때문이었다. 되돌려 생각해보건대, 나 역시도 이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포지션’의 주인공에 익숙해졌던 것이 아닌가 싶다. 축구라면 스트라이커, 야구라면 투수....
미트의 초반부 흡입력은 개인적으로 평가하건대 필드보다는 딸린다. 주인공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되는데다 그 능력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주인공의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고민들이 현실적으로 섞이고 투영되어 독자에게 전달된다. 먼치킨 치트키 ‘다시다’가 아니라 말 그대로 현실적인 고난과 고민들 말이다. 또한 소재 역시도 참신하다. 스트라이커가 주인공이거나 투수나 특급 타자가 주인공인 소설은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포수가 주인공인 소설, 나는 처음 보았다. 이는 분명 필드와 비교했을 때 미트가 가지는 강점이다. 또한, 이제 50화이긴 하지만, 미트엔 필요한 내용 이외의 군더더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역시 필드와 비교했을 때 미트가 가지는 강점이다.
정리하자면...
1. 미트는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현실적, 제한적이다. 반면 필드는 주인공이 사실상의 ‘신’이다. 또한 미트는 주변 인물들의 고민이나 갈등 전개양상이 생생히 드러난다. 반면 필드는 주인공에 묻혀서 주변 인물들의 고민이나 갈등 전개양상의 존재감이 없다. 이 때문에 미트에서는 작중 갈등상황에 대한 독자들의 진지한 몰입을 유도하나, 필드에선 백진규짱짱짱만 맛볼 수 있다.
2. 미트는 군더더기 내용이 없다. 하지만 필드는 작중 댓글과 기사, 그리고 각종 쓸데없는 내용 전개가 시도때도없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필드를 읽다 보면 ‘도대체 이게 왜 있는 거지’라는 짜증이 확확 솟아오른다.
3. 소재의 면에서(필드는 스트라이커, 미트는 포수 등등..) 미트는 필드보다 참신하다.
주인공이 신적인 능력을 가져선 안 된다라던가, 소재를 구태의연한 걸 써선 안 된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쓰려면 특히(다른 참신한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독자로 하여금 작중 내용을 지속적으로 음미할 수 있도록 흡입력있게 내용을 전개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특히나, 돈 받고 연재하는 플래티넘 작가라면. 그런 프로라면, 똑같은 내용을 글자만 살짝 바꿔 연재하는 작태는 가져선 안 되는 것이 아닐까?
p.s: 사족을 덧붙이자면, 나는 지금이 바로 문피아의 위기상황이 아닌가 싶다. 이대로 간다면, 유료독자층이 늘어나고 방문객 숫자가 늘어난다 해서 문피아가 영원히 그 번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복사후 붙여넣기나 다름없는 내용을 보이는 10위권 내 플래티넘 소설들이 몇몇 존재한다. 물론 처음엔 상당히 볼만했으나, 그 후엔 사실상의 관성적 클릭과 ‘보던 것이 아까워서 보는’ 소설들이다. 작가들은 속된 말로 ‘쓰면 돈이 되니’ 그냥 되는대로 써서 올리고 있고...
간판작품이라 믿고 돈을 썼는데 보다 보니 지뢰라면, 그리고 그것이 반복된다면 이건 유료독자와 문피아, 작가 모두 손해가 될 수밖에 없다. 신뢰의 상실은 무엇보다도 뼈아픈 손실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1. 문피아의 작품 선정의 엄격성과 추후 관리
{특히 내용에 대한 환류(feedback)지원}
2. 독자들의 작품 비평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독려, 독자층의 비평 참여
3. 작가들의 소설 전개의 합리화
(잘 나간다고 질질끌지 말고 스스로 끊을 줄 아는..)
이 세 가지가 문피아가 앞으로도 생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Comment '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