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The abyss
작가 : 강철신검
출판사 : 문피아
몇년전 The abyss(이하 어비스)가 처음 연재를 시작할때부터, 연재를 마칠때까지 정신없이 빠져들었던 사람입니다. 이후로 강철신검님이 악플문제로 한동안 연재를 접으셨다가 다시 연재를 시작하셨을때 가장 반겼던 사람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런 애정을 가지고 오늘 오랜만에 어비스를 다시 봤습니다. 정확히 37화까지요.
솔직히 실망감이 들더군요.. 예전에 재밌게 봤던 영화가 리메이크했는데 이상해진느낌이랄까요? 이게 예전 어비스를 봐서 그런건지, 아니면 어비스를 처음 읽는분들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분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감상문인지 비평인지 모를 글을 써봅니다.
제가 지금 쓰는 비평은 ‘몇년 전 연재된 어비스’와 ‘문피아 어비스 37화까지’를 읽고 느낀점을 쓰는겁니다.
1. 먼저 주인공 한상혁의 비중이 눈에띄게 떨어졌습니다.(감정 이입 대상의 부재)
예전 어비스에서는 소설 극초반부터 주인공 한상혁이 냉철한 강철같은 인간으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실없는 잡생각도 좀 하고, 나중에 슈퍼맨이 된다고 전혀 예상 못할만큼 평범한 느낌으로 처음 등장하죠..
그리고 좀비들이 발생한 후 이리저리 헬기타고 날아다니면서 지휘하다 뭣때문인진 기억이 안나지만 타고있던 헬기가 한번 추락하기도 하고, 처음 스트라이커로서 돌연변이를 잡으러 갈땐 헬기에서 빌딩에 뛰어들어 변이체를 쥐잡듯잡고 미사일로 마무리하기까지 했었죠. 지금도 그때의 전율스러운 느낌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그런데 최근 문피아 연재본에서는 한상혁이 뭘했는지 방금 읽었는데도 잘 기억이 안납니다. 분명 뭔가 여러가지 하긴 했어요. 예전이랑 비슷하게.. 핵도 떨어뜨렸고 변이체랑 싸우기도했고 청와대도 갔는데.. 뭔가 하긴 했는데.. 스토리 중간이 통째로 없어지고 결과만 있는 느낌입니다.
그냥 정신없이 좀비가 나타나서 군대가 출동해서 박살내고, 한상혁은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지휘만 하다가 변이체 나타났을때 몇대 툭툭치고 허무하게 종결. 그이후론 계속 국가파산문제가 나오다가 일본테러로 넘어가죠
주인공의 무게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다보니.. 이게 주인공 한상혁을 중심으로 한 소설이 아니라.. 세계 3차대전 전쟁영화에서 정신없이 각국의 정치적인 사정과 이해관계, 특수부대들의 작전들을 지켜보는 관람객이 된 것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한상혁은 그중 한 부대의 부대장일 뿐인 느낌이구요.(이것보단 조금 더 비중있습니다)
감정 이입의 대상이 사라지게되니 그냥 전쟁 기록물 보는 느낌으로 변해버린거죠.
왜 주인공의 비중이 줄어들었는가? 이건 중간중간 내용 삭제가 많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량면에서... 특히 한상혁의 출연분에서 삭제된 부분이 많은것같습니다.
무료 연재부분이나 감상문을 읽다보면 댓글에 시점전환 얘기도 나오고 뭐가뭔지 모르겠단 늬앙스의 얘기도 많이 나오던데.. 이부분이 문제인거같습니다.
중심을 잡아줄 주인공의 비중이 예전에 비해 너무나도 줄어들어서, 처음 보는 사람은 불안하게 된겁니다. 뭐에 감정이입을 해야할지 모르니까요. 뒷내용이 상상이 안가는거죠.. 이게 전쟁역사소설인지 히어로물인지 아니면 다른건지 뭔지 장르자체가 헷갈리는겁니다.
2. 임펙트의 부재
제가 본 37화까지. 적어도 예전 연재분에서는 주인공의 임펙트가 엄청났던 부분이 있습니다.. 별로 주인공이 슈퍼맨같은 능력자일거라 예상 못하고있던 전개에서 갑자기.. 빌딩으로 뛰어들어 변이체를 말그대로 박살내고 마지막엔 자기를 표적으로 미사일을 유도해서 변이체를 폭사시키면서 건물까지 아작내던 그 장면이요.(몇년전에 본거라 좀 다를순있습니다..)
그런데 문피아 연재분에선 그 장면이 통째로 사라졌더군요. 그냥 여의도 길거리에서 변이체를 몇번 투닥투닥 때리니 변이체가 죽고 끝입니다.
헬기가 추락하는 장면도 통째로 사라졌죠. 그때 보좌관 강보연을 지키려고 하기도 했었고.. 주인공의 능력을 모르던 극초반, 소설 내에서 주인공이 처음으로 위험에 빠진 위기감 느껴지는 상황이였습니다.
청와대에서 오정태가 죽는 장면도.. 예전 연재분에선 주인공 한상혁이 느끼는 참담함을 저도 느낄 수 있었지만.. 문피아 연재분에선 오정태가 죽었다는 부분에서 그냥 등장인물이 사망했다는 느낌 이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예전 연재부분에서 이장면은 한상혁이 본격적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방아쇠와 같은 장면으로... 그의 변화과정을 독자들에게 납득시킬 수 있게되는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과 오정태의 관계가 어떤건지, 그리고 오정태를 잃음으로서 주인공 한상혁이 무엇을 상실하게 되는지.. 글을 관통하는 주제중 하나가 무엇인지를 처음으로 실감하게 되는 부분이지만, 문피아 연재본에선 너무나도 임펙트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독자들이 오정태의 죽음에 의미를 가지게 될까요?
한상혁의 변화과정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까요?
주인공의 비중이 안그래도 떨어졌는데.. 강렬한 존재감을 남길만한 임펙트 있는 장면들까지 사라지고, 뭔가 좀 부족해보이는 장면들이 연속해서 나오게되면서 면서 글이 고조되는부분없이 흘러흘러가는 느낌을 받게됩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전쟁기록물 보는느낌으루요
3.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졌다.
예전 연재 초반부분에서 캐릭터에게 가지게 된 느낌을 말해보자면
한상혁의 보좌관으로 나오는 강보연은 예전 연재 초반부분에선 헷병아리에 주인공 부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주인공의 정체도 잘 모르면서 인간적이고 그 나이대 여자라는 느낌이 물씬나는 사람이었습니다. 여주인공의 느낌이 막!! 왔었죠.
주인공 한상혁은 극초반의 인간적인 모습이 비중있게 조명되면서 지인들의 죽음, 위기를 겪으며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죠.
국방부장관 오정태는 주인공 한상혁에겐 아버지나 다름없는 인물이였고, 그로인해 한상혁은 인간성을 내려놓지않고 유지할 수 있게되었었죠. 카리스마와 인덕을 모두 가지고 있는 한상혁의 ‘신’이란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최근 문피아 연재본에서 느낀 캐릭터들을 설명해보자면
보좌관 강보연은 기계적이고 수동적인 전형적인 군인의 모습이고
한상혁은 초반부터 그의 인간성에 대해 느낄 수 있는부분이 별로 없었으며
오정태는 과거시점에서의 활약을 빼면 그냥 주인공에게 한마디 할 수 있는 지인중 하나였습니다.
캐릭터의 매력이 전에비해 너무나도 죽어버렸죠.
주인공 뿐만 아니라, 주변 캐릭터들도 살아있다는 느낌을 별로 받질 못했습니다.
결국 예전의 어비스는 주인공 한상혁을 중심으로한 그의 행보와 굵직한 사건들을 통한 주변인들과의 감정교류, 감정변화같은게 중심이었다면
문피아 연재분에선 별로 비중없는 인간들의 단순한 나열, 좀비와의 전쟁에서 국가가 잃은것과 각 국가들의 이해득실이 어떤것인지, 그런데 그런거 관계없이 왠지모르지만 주인공은 짱 대단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걸로 끝나게 되는겁니다. 그냥 단순한 나열, 전쟁기록물같은 사실의 나열인거죠
지금 문피아 연재본은 과거의 어비스연재본에서 손발을 잘라내고 방향성을 살짝 틀었습니다.
예전 연재본을 읽어본 사람들은 이후의 전개나 예전 캐릭터성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기때문에 충분히 읽을만합니다.
하지만 처음 본 사람들은 손발이잘리고 방향성이 달라진 소설을 보면서 어리둥절하게되는거죠. 이게 왜 대단한지 이해를 못하는겁니다.
예전에 본사람들은 어떤 장면이 생략되어도 예전에 봤던 기억으로 그부분을 연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장면전환이 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은 그게 너무 중구난방으로 보이는거죠.
제가 37화까지 읽어보고 느낀점은 여기까집니다.
일단 저도 과거 연재분을 읽어봤기때문에, 또 강철신검님을 신뢰하는 독자로 계속해서 읽어나가긴 할겁니다만, 문피아 어비스 연재본은 솔직히 과거의 연재본보다 재미면에서 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하면서 마치겠습니다.
ps. 과거 연재분에 관한 내용은 몇년전 읽었던 기억이 전부이므로 미화가있었을수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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