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이동물의 80%는 이제 스토리가 눈에 훤히 보일 지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이유로 이제 이계이동물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는데 이 소설이 저에게 다시 흥미를 불어넣어 줬습니다. 전에 제가 3대 잔혹소설로 추천날린 적 있는데 사실 이거는 잔혹하다기 보다는 폭력적인 분위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군요. 폭력적인 분위기를 즐기고 가지고 놀면서 가히 전대미문의 스타일로까지 승화시킨것이 아닌가 싶은 소설, 비행단두대님의 마탄의 사수입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주인공캐릭터와 스타일입니다. 하나하나 논해보죠.
주인공 캐릭터. 세린이라는 이름의 전직 조폭보스. 이 캐릭터는 정말이지 악이 가져야 할 모든 미덕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시작부터 사람 이빨을 드릴로 갈아버리는 하드한 등장을 하더니 과연 잔혹하고 난폭한 성격. 웬만한 사기꾼 저리가라 할 정도의 거짓말 실력과 연기력. 거기에다 머리도 진짜 좋습니다. 단순히 '이놈은 천재다' 하는 설명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나쁜쪽에는 머리가 진짜 잘 돌아갑니다. 그런데 주인공이 이렇게 극악무도하기만 하냐구요? 아닙니다. 극악무도 하지만 성격은 정말 명랑쾌활합니다. 극악무도함과 명랑쾌활함의 조화. 작가분 말씀이 갤럭시엔젤의 포르테와 메조포르테의 싸이코여자가 합쳐진 캐릭터라 생각하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대로입니다. 잔혹한 가운데 보여주는 명랑쾌활함. 거기에다 어록을 만들어도 될 정도로 뛰어난 대사빨까지.
이런 주인공 덕분에 거의 전대미문의 스타일이라고 불러도 될 스타일까지 만들어졌습니다.예를 들어보죠. 주인공과 적이 한참 피터지게 싸우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주인공은 적이 촉수를 쓴다고 한마디 내뱉죠. '얼씨구. 실사판 촉수물 찍고 있네' 풋. 하는 웃음을 안 터뜨릴 수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대단히 폭력적이지만 그 폭력적인 것을 정말 가볍고 funny하게 풀어나가는 스타일 그것이 캐릭터 못지 않은 이 소설의 또다른 장점입니다. 실제로 소설의 상당부문에서 폭력적일수록 웃기고 재미있어진다고 해도 크게 과언이 아닐 지경입니다. 싸움중에 주인공이 툭툭 내뱉는 센스 백만점의 대사, 마찬가지로 센스 가득한 묘사, 거기에다 아이리스의 농담따먹기마냥 가볍게 그려지는 폭력의 축제는 정말 짜릿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한마디로 분위기는 아이리스면서 주인공이나 폭력적인것 그런것은 사야지존보다 더 하드하다고 생각하면 딱 맞습니다. 폭력이 가볍게 묘사된 소설은 몇몇 있었지만 이렇게 가벼운데다가 재미있고 웃기기까지 한 폭력이 소설 전체를 수놓고 있는 소설 보신적 있습니까? 저는 없습니다.
사실 마탄의사수도 모든 분들께 추천하기는 조금 그렇습니다. 주인공이 워낙 악독하다 보니 악독한 주인공은 못보겠다는 분께는 비추날릴수밖에 없죠. 그리고 폭력적인것 싫어하시는 분께는 홍정훈님의 소설보다도 더 비추날려야 겠군요. 하지만 악독&폭력 혐오자가 아닌 다른 분들께는 모두 권할만한 작품입니다. 앞에 늘어놓은 장점들 외에도 작가분 필력도 상당하시고 초반부에서는 잘 몰랐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세번의 회상으로 현재 모든 전말이 밝혀지고 있는 후반부 스토리, 장난 아닙니다. 그리고 여주인공이라 안보겠다는 글이 가끔 보이던데... 단순히 주인공이 여자인것 하나때문에 이것을 안보시겠다구요? 안되셨군요. 당신은 정말 재미있는 소설 하나를 놓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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