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양산형 소설이 싫다.
새로운 소재, 치밀한 설정이 있는 소설을 보고 싶다.
사실 독자분들의 요구는 다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이런 소설을 출판하기가 어렵습니다.
간단합니다.
성공한 선례가 없으니까요. 독자분들이 욕을 하든, 하지 않든 그것과 무관하게 책의 판매량 대부분은 대여점에 의해 움직이는 게 현실입니다.
몇 번 좋은 설정, 신선한 소재를 가진 소설이 출판된 적도 있지만, 그 전체적인 판매량은 소위 양산이라고 말하는 소설의 판매량보다 적습니다.
물론 운이 좋고, 엄청난 필력이, 엄청난 수준의 책, 현 트렌드에 적합해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는 소설이 나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출판사는 바보가 아닙니다. 그런 획기적인 작품을 내기 위해, 10번의 실패를 하느니, 보통 양산이라고 하며 대여점에 팔리고, 어느 정도 팔릴 만한 소설을 출판합니다.
그리고 독자분들이 '책값이 내려가면 사겠다' 라고 말하는데, 장사하는 출판사 입장에서 책값을 내릴 이유가 있나요?
분명히 말하는데 별로 없어요.
현재 장르문학 시장에서 책값을 내려서 일반 독자에게 판매량을 올려 얻는 수익과, 그냥 책값을 유지한 상태에서 대여점 상대로 장사해서 얻는 수익과 별 차이가 없는데, 어째서 그런 수고를 출판사가 해야하나요?
출판사가 장르문학의 미래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웃기는 소리죠. 장르문학을 위한다고 했으면 지금처럼 소위 양산형이라고 하며, 아주 기초적인 문법조차 틀리는 소설을 출판하진 않았겠죠.
출판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죠. 이건 변하지 않습니다.
물론 근래 들어 몇 개의 출판사 혹은 신생 출판사가 장르문학의 미래를 위해서 손해를 감수하고 좋은 소설 출판하는 건 사실이지만, 출판사는 무슨 MS 사처럼 거대기업이 아닙니다. 손해 지속되면 수입이 감소하고, 그럼 먹고살기 힘들어져요. 지금 장르문학 출판 시장이 호황인 것도 아니고, 근근히 살아가는 정도인데...
그런 의미에서 작가로써, 그래도 출판하고 그를 통해 밥을 먹는 작가로써, 신선한 소재, 치밀한 설정의 소설을 쓰는 건 바보 같은 짓입니다. 꽤나 이름 있는 작가가 아니면 출판도 안 될 뿐더러, 출판조차 해보지 못한 작가가 그런 소설 쓰면 조회수 조차 안나옵니다. 설정 복잡한 소설 좋고, 신선한 소재 있는 소설 좋다고 하시는데, 막상 지금 문피아 내에서 많은 분들이 읽는 소설들의 트렌드는 뭡니까?
그 소설들도 작품성, 이라는 면에서는 훌륭하지만, 제가 보기엔 엄청나게 신선한 소재에, 당장 영화 시나리오로 써도 무방할 정도로 치밀한 전개가 있는 소설은 많지 않은 것 같군요.
두서없이 글이 난잡하게 변해서, 정리하겠습니다.
독자분들이 출판사를 보고 책값을 낮추라고 하는 건 공허한 곳에 울리는 메아리와 같습니다. 명확하지도 않은 수익을 위해 지금도 그다지 풍요롭지 않은 출판사가 도박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신선한 소재, 치밀한 설정을 원하신다고 하지만, 실제로 출판사가 출판의 잣대로 생각하는 웹상의 조회수를 보면, 그러한 소설들 대부분이 찬물 대접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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