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보면 선악과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가 뭐 기독교인이라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 많이 겹쳐지는 부분을 발견했어요.
성경에선 죄를 짓게 되는 원인을 ‘탐심'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솔직히 세상사 살다보니 동의하는 얘기고, 제가 기독교인이 아니었어도 이 얘기엔 고개를 끄덕였을 겁니다.
그도 그럴게 저도 탐심이란게 내면 깊숙한 곳에 항상 내재돼 있는 사람입니다. ‘남들보다 더 많이, 더 높이, 더 빨리’가 인생의 밑바탕에 깔려 있어요. 그러다보니 저는 누구보다도 뛰어나고 싶습니다. 누구보다도 많이 가지고 싶고, 누구보다도 자랑할게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저를 우러러 봐 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인간의 불치병인 ‘자의식 과잉'이란 걸 항상 달고 삽니다. 아무리 겸손이 인격의 미덕이라지만 실력없는 사람이 겸손하면 그건 그냥 무능한 겁니다. 실력없는 사람은 제 잘난맛에 살아야 남들이 그나마도 봐줍니다. 나중에 그 무능함이 다 들통날지라도 말이죠.
이게 세상사의 현실이고 비교적 무능한 사람이 출세할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잘난척을 해야 돼요. 그러지 않으면 사람들은 신경도 안 씁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저도 ‘비교적 무능한 작가'로서 항상 제 자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글 잘쓰는 척, 뭔가 있는 척, 대단한 척 해야 돼요. 적어도 하나의 글이 인기를 얻고 완결이 될 때 까지는 말이에요.
물론 그래봤자 없는놈이 있는놈을 따라갈 순 없습니다. 저는 사실 자기 PR의 용도로 글을 씁니다. 근데 저는 그리 희망적이며 사회 보편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만한 글을 써내지 못해요. 이 사회는 경쟁사회며 조금이라도 열등한게 티나면 도태됩니다. 남들에 비해 뭔가 있어 보여야 해요. 그러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헛된 희망'이라도 얻을 수 있게 자기를 연출해야 해요. 그게 설령 겉치장 뿐이더라도 말이죠.
하지만 저는 일단 그런거 못씁니다. 재능이 없는 거겠죠. 때때로 가망없는 꿈에 매달릴 거면 돈을 벌던가 자살을 하던가 하라는 얘길 들을 때도 있습니다. 그분이야 술 먹고 하는 얘기였지만 합리적인 얘깁니다. 저는 인기 있는 글을 쓰는데는 재주가 없어요.
그래서 저도 때때로 내면세계의 유혹을 받습니다.
‘친구한테 아이디 만들어서 추천 좀 해달라고 할까?’
‘괜찮잖아. 지인추천이라고 먼저 말하면.’
‘자기 취향에 맞는 글 삼개월쯤 보다가 그 후에 내 글 좀 보고 추천글 적어달라고 하면 해주지 않을까?’
아무리 두자릿수라고 하지만 독자가 있고 나름 읽어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하지만 도저히 조회수가 늘지 않거나 연독률이 떨어지는 날엔 유혹을 참아내기가 힘듭니다. 저를 유혹하는 그 과실은 참 탐스러워요. 먹음직 합니다. 신은 그걸 먹으면 죽을거라고 하는데 희망적으로 보면 잘 될것도 같습니다. 제가 의도한대로 일이 풀릴거 같습니다.
물론 이성적으로 한번만 더 생각해 보면 단순히 사고의 부재가 가져오는 판단 오류일 뿐이겠죠. 하지만 단차원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희망'을 걸어볼 만 합니다. 저는 보다 많은 사람들한테 자기 PR을 하고 싶어요. 그럼으로 제 꿈을 이루고 싶어요. 유명한 작가가 돼서 사회를 바꾸겠다는 치기어린 꿈 말이에요. 이게 제 인격의 가장 수치스러운 본질입니다.
실행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저도 추천조작을 한 분들과 다를게 없습니다. 다른 작가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래요. 자기 무능을 직시하면 직시할수록 글을 쓰기는 커녕 어떤 일을 실행해 보는것도 힘든 일입니다. 적어도 스스로한테 최면을 걸어야 돼요. 나는 유능하다, 나는 괜찮다, 나는 아직 괜찮다...
저도 언젠가는 멘탈이 무너져서 추천 조작이란걸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게 뭐 대단한 중범죄는 아니겠지만 그걸로 인해서 다시한번 수치를 알게 될지도 몰라요. 저는 잠재적인 범죄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실행하신 분들은 다만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행 하게 된 것, 그 자체가 운이 나빴던 겁니다.
앞으로도 저는 계속 유혹을 참아내겠죠. 언젠간 신고도 당할지 모릅니다. 감성적으로 할 얘기는 아니지만 저도 일단은 추천 조작을 하시는 분들과 비슷한 부류의 인간이니까요. 아니, 더 열등하면 열등했지 더 나은 사람은 아니란걸 확신합니다.
글에 너무 감정이 담겨서 부끄럽지만 일단 그렇습니다. 독자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저희 작가들, 특히 저를 좀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세요. 이 사이트에서 나쁜짓을 저질러 다른데서 글을 쓰게 되더라도 너무 나무라지 말아 줬으면 좋겠습니다. 뭐, 제가 잠재적인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진짜 저지르게 될지 아닐지는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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