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울함과 유쾌함이 혼재된 제 정신 상태 (가 반영된 글)를 좋아해 주셨던 독자님들께 다시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모호한 도덕관과 인간관을 가지고 있음에도 공감해 주신 소수의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선작해 주신 모든 분들, 천천히 읽어 주시는 분들, 단숨에 읽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제가 말하고자 했던 주제를 눈치채시고 쪽지를 보내 진지하게 동감해 주신 몇 분의 독자님들께는 깊이 허리 숙여 일배를 전합니다.
그동안 폭주를 했으니, 조금 천천히 2부를 걷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려드리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공간이 좀 남는데, 이 자리를 빌어서 좋은 외국 작품 하나 소개해 봅니다.
미즈노 료의 소설로서, 마법전사 리우이는 아직 국내에 번역 출판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애니메이션 홍보차원에서 만든 6권짜리 만화책으로는 번역된 것으로 압니다 모 케이블 방송에서 15세 관람제한 등급으로 나오기도 했고요)
확실히 리우이는 같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소설임에도 불구, 로도스와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릅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찬반 양론이 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저는 좋게 봅니다. 어느정도 개그 분위기가 있는 판타지에 기본 점수를 주는 제 취향 탓도 있겠습니다만,
가장 좋았던 요소는 여성 캐릭터들 사이에 남자 주인공을 하나 던져 놓았으면서도 하렘물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여성을 단순히 남자의 성적 쾌락의 대상물 (그걸 비꼬기 위해 구성애씨는 '여자를 구멍 하나로 보는거냐' 라는 시니컬한 비유를 했었죠)로 보지 않고 동등한 동반자의 시각에서 보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미즈노 료라는 작가가 대단히 건전하고, 또한 바른 사상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여성캐릭터들을 성적 상품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많았던 일본 판타지 소설 /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무척 보기 힘든 건전한 사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즈노 료씨를 (글을 잘 쓴다거나 스토리를 잘 구상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존경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나라만 하더라도 '여자를 구멍 하나로 보는' 판타지 소설은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 나라에서는 오죽하겠습니까. 저는 남자이고 딱히 페미니스트도 아니지만, 어린 청소년들이 여자를 구멍하나로 보는 것은 정말로 혐오합니다. 여자에게 휘둘리는 것이 싫다는 남자의 자존심은, 저 자신이 남자로서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남성 우월주의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적인 관념에서의 남성 우월주의는 용납이 안되는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이 조금 빗나갔군요. 어쨌건 그런 와중에서도 수 많은 여성캐릭터들을 등장시키면서, 그녀들을 성의 상품으로 만들지 않고도 생동감 넘치는 매력적인 여성들로 그려낸 리우이라는 작품의 존재는, 단지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입니다. 정식으로 국내에 출판된 물건들은 6권짜리 만화책 / 모 케이블 방송의 애니메이션 /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국내 저작권사를 가지지않은' 소설 파일 들이니, 알아서 잘 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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