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0 CatReadi..
작성
11.06.29 00:01
조회
1,481

헐리우드 영화를 본다. 여자가 나온다. 금발이다. 가슴이 크다. 당연히 머리는 나쁘다.

또다른 영화를 본다. 흑인이 나온다. 키가 크다. 힘이 세다. 폭력적이다. 당연히 백인 주인공에게 죽는다.

...

스테레오 타입(stereotype)이라는 것은 미국의 언론가 월터 리프만이 만든 용어로, 흔히 [고정관념]이라고 번역되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는 원래 [판에 박힌 것]이라는 뜻으로 쓰이며, 리프만은 이 단어를 사용하여 [현실이 아닌 자신의 고정관념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후 사회학 등에서 꽤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이 되었죠.

같은 맥락으로 소설이나 드라마 같은 픽션에선 [고정관념에 기반한,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캐릭터]를 뜻합니다. 이러한 캐릭터들의 예시는 매우 많은데, 먼저 위에서 언급한 [금발에 가슴이 큰 멍청한 여자]라든지 [덩치가 크고 폭력적인 흑인] 같은 인종이나 외모에 의한 고정관념이 있으며, [한없이 무능하고 부하들 갈구는 것 밖에는 할 줄 아는게 없는 상사], [그런 상사 때문에 답답해하는 유능한 부하]처럼 사회적인 고정관념이 있지요.

이러한 [스테레오 타입]은 굉장히 알기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들어 영화를 보다가 [비중도 없으면서 말 많고 시끄러운 까불이 흑인]이 나오면 그 친구는 십중팔구 죽는 역할입니다. [골초에 대머리에 살찐 형사 반장]이 나오면 십중팔구 주인공 형사를 갈구는 역할입니다.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나 [해리포터]의 덤블도어 등은 [멀린]에서 영향을 받은 전형적인 마법사의 모습을 하고 있지요. 얼굴에 [나 마법사에요]라고 써있는 것보다도 알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스테레오 타입]이 너무 많다보니, 오히려 [스테레오 타입]을 정반대로 쓰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죽을 것 같았는데 안 죽는 캐릭터]라든지 [엑스트라 같은데 비중 있는 역할] 같은 경우도 있죠. 그런데 재밌는 것은 [스테레오 타입을 뒤집은 것]이 더욱 더 전형적으로 굳어지기도 한다는 것 입니다.

이러한 예는 무협소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를테면 김용이 [소오강호]를 쓴 뒤에는 어쩐지 [화산파에는 정의로운 척하는 위선자]들이 많이 나오고, [의천도룡기] 등이 나온 뒤에는 [마교는 어쩐지 사악하지만 남자다운 사람들의 집단]이 되었습니다. 본래 화산파는 정파고 마교는 사파이지만, 오히려 [화산파는 위선자고 마교는 멋지다]라는 식으로 [스테레오 타입을 뒤집은 것이 스테레오 타입으로 굳은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테레오 타입]은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쉽다]라는 막강한 장점이 있어서 지금도 수많은 매체들이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떄로는 이러한 [고정관념]이 문제시되기도 합니다. 위의 예시에서 [흑인은 폭력적이고 무식하다]라는 것이 많다보니 흑인들이 항의하기도 한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 흔히들 말하는 [어느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고~]라는 것 또한 [스테레오 타입]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고정관념이라는 것을 깨기란 쉽지 않아서, [그것이 설령 과학적으로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 밝혀져도] 고정관념은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비평가들은 이러한 점을 통해 [해당 작품이 잘못된 고정관념을 쓰고 있는가], [인종적 편견이나 국가적 편견, 지역적 편견을 남용하고 있지 않은가]라는 점을 두고 작품을 비평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이런 [스테레오 타입]을 남발하면 작품을 진부하고 단조롭게 만들수도 있지요.

다시 말해 [고정관념은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쉽지만, 잘못된 편견을 낳거나 진부하고 단조로워질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고정관념]을 얼마나 잘 조절하여 쓰는가 하는 것이 때로는 작품의 질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Comment ' 9

  • 작성자
    Lv.83 그루지오
    작성일
    11.06.29 00:02
    No. 1

    정말 맞는 말 같습니다. 경청하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7 Mr.우
    작성일
    11.06.29 00:05
    No. 2

    좋으신 말씀 잘 읽었습니다. 다만. 연재작가의 작품에 관한 소식, 감상, 문의 등을 위한 연담란에는 그리 부합되지 않는 글인 듯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천익비
    작성일
    11.06.29 00:21
    No. 3

    좋은 글이네요

    고정관념 중요하지요~ 대부분의 아니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스스로의 고정관념에 갇혀 있으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 무지개덮밥
    작성일
    11.06.29 00:26
    No. 4

    특히 이런부류의 논쟁은 현대물 그것도 전쟁물에서 많이 일어나죠.
    아무리 현실에 바탕을 둔들 허구에 불과할진데
    소위 '밀덕'이라는 밀리터리 매니아들이 나와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스토리 외적인 부분, 아주 사소한 설정하나에도 얼굴붉히며 싸우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죠.
    그래서 전 현대물 쪽은 왠만해서는 덧글을 안보려고 노력합니다.
    무슨 말도 안되는 트집으로 작가님에게 충고하려는건지 아니면 자신의 밀리터리 지식을 뽐내려는건지 구분이 되질 않는 댓글들이 난무하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3 정해인
    작성일
    11.06.29 03:39
    No. 5

    이전 글도 그렇고, <자료실-창작관련>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게시판 성격에 맞게 이용해 보아용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사심안
    작성일
    11.06.29 11:55
    No. 6

    주점이나 식당에 가면 빠지지 않고 깐죽거리다가
    히로인 호감도 업의 재료가 되는 엑스트라들도 자주 나오는 편이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풀속성
    작성일
    11.06.29 12:12
    No. 7

    그냥 가볍게 이야기 나누기도 알맞은 데 게시판 성향이 한담도 맞는거 같습니다.

    스테레오 타입이라...

    하나 배우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11.06.29 12:42
    No. 8

    주인공이 여행을하다가 배가 고프다
    객잔에 간다

    당연히 죽엽청과 오리구이를 시킨다.
    아니면 만두나 소면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에일
    작성일
    11.06.29 13:07
    No. 9

    클리셰 같은 거군요
    제 머릿속 사전에 연관검색어가 하나 늘었습니다 -ㅅ-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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