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막고블린입니다.
장르소설에도 참 많은 장르가 있지 않습니까? 뭐, 판타지부터 무협, 로맨스, 이제는 뉴웨이브부터 해서 현대물에 NT까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지요.
판타지와 무협은 뭐 대세의 높낮이가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무너지지 않을 단단한 양대산맥이라고 생각하구요...
제가 생각하는 바로는, 현대물의 대세와 게임물의 대세 다음을 이을 소설 장르는 아마 좀비물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미 그 짐조가 약간 시작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요새 문피아 보면서 하는데, 처음에는 좀비물 소설이란 것을 보곤 '에이, 종합 미디어를 따라가겠어?' 이렇게 생각한 것도 없잖아 있습니다. 워낙에 굵직한 좀비 영화 및 게임들을 보아온 터라서요. (다 보지는 않고, 그냥 가끔 다양성을 위해 접해보았습니다.)
하지만 1인칭 현대물을 어느 정도 써봤던 입장으로서, 잘썼다는 좀비물을 한 번 읽어보니 과연 글의 힘은 대단함을 다시 느끼게 되었고, 또 앞으로 좀비물의 가능성을 보게 되었습니다.
넘치게 화려하여 유저를 압도시키는 컨텐츠가 있다면, 또 깔끔하고 단조롭게, 잔잔하게 유저를 압도시키는 컨텐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소설'이 이 미디어홍수 시대에선 그 후자에 속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미 당연한 상식으로 많이 알려져 있듯이, 글을 통해서는 오히려 제공되지 않는 여러가지 감각적 상상과 더 유용한 감정이입, 역설적인 현실성 등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글'의 힘이 좀비물이라는 장르에서는, '현대물'이란 장르 특유의 몰입성과 연관성을 같이 빌려와 더더욱 발휘됨을 보았습니다.
이미 많이 알려져 있듯이, 이미 '좀비'라는 컨텐츠는 단순한 언데드에 움직이는 시체 괴물만이 아니죠. 사회적으로 온갖 불안함과 음모를 내포하는 컨텐츠이자, 개인적으로 온갖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되어 매우 독특한 적대성을 띌 수 있는 컨텐츠입니다.
철학적으로도 전 좀비가 참 매력(?)적인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옆집 이웃, 가족, 친구 등이 모두 괴물이 되어 일상을 뒤집어 놓게 되는 재앙으로 변모하니까요. 게다가 주인공은 '생존'이라는 이름 아래 같은 인간이었던 괴물들을 정당하게 죽이며, 일종의 정당방위의 폭력을 행하게 되는 것이 대개의 모양새이구요.
이러한 모습이 글을 통해서 더더욱 독자들에게 잘 다가서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좀비물의 가장 큰 취약점인, '고어함'이 솔직히 글로는 어느정도 버틸만한 수위로 절제되기 때문에, 붉은 내장 튀는 영화 싫어하시는 분들로서는, 생존을 위한 사투와 끊임없는 좀비들 사이에서의 심리 등을 체험하기에도 꽤 좋은 방법이구요.
아무튼 어찌 되었던 좀비물 장르도 참 취향을 많이 타는 글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냥 조심스럽게 소견을 내어보았습니다만... 단순 '좀비'와 결합될 수 있는 수 많은 소재들을 생각해보았을 때에는 그렇게 낭설같은 생각만은 또 아닌 것 같습니다.
어쨌든 장르문학의 미래를 위하여 건필! 하며 글을 마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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