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서 이른바 맥락끊어 올리기를 요구하는 글을 보았습니다.음; 그러니까 3천자 4천자 5천자 딱딱 끊어서 너무 짧게 올리지말고 흐름에 맞춰 글을 올려달라는 말씀이신데요.. 솔직히 매우 타당한 지적입니다. 단순히 글자갯수보단 분명 맥락대로 끊어서 올리는게 맞겠죠.
근데 문제는;; 저도 그런식으로 글을 올렸었기에 하는 말이지만.. 현실적으로 맥락으로 글을 끊어올린다는게 정말 쉬운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게하는 데에는 세가지 큰 문제점이 있어요.
첫번째로, 일단 무엇보다도 한편 한편이 너무 길어집니다.
알아서 적당히 짧게 끊으면 되지않느냐? 물론 이론상으론 그렇지만 절대 그게 안됩니다. 솔직히 판타지소설은 그 분량이 소설로써는 굉장히 많은편이죠.. 고전문학같은것들도 역사대하소설 이런류가 아니면 권수가 10권 이렇게 넘어가는것 없지 않습니까;; 하여튼 그렇데 기본적으로 긴 소설인데다가 무엇보다도 글의 호흡도 긴편이지요.
그래서 스토리를 잘 기억나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게끔 맥락으로 끊어내자면 일반적으로 한편의 길이가 엄청나게 길어집니다. 적당히 한 화면, 한 장면내의 흐름을 약간의 어색함을 감수하고 분할하더라도 1만자 2만자 우습게 넘어가요.
예.. 물론 길면 좋지요. 하지만 쓰는 입장도 생각해주셔야지요. 글을 쓰는데는 누구나 한계가 있습니다. 하루죙일 매달려도 몇만자 못쓰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사정상 글을 못쓰는 날도 비일비재합니다. 전업작가의 길이 보장이 안되어있고 거의 대부분의 글쓴이들이 취미생활겸해서 한다는걸 감안하면 더더욱요.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점점 연재주기가 길어지고, 연재주기가 길어지면 독자는 그만큼 떨어져나가죠. 그렇다고 무리해서 연재주기를 유지하려하다보면 글의 질이 떨어집니다. 이건 과장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입니다.즉, 무리해서 편의 길이가 늘어난다는게 반드시 좋은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글쓰는이가 기계가 아닌이상은요.
게다가 애초에 연재주기라는게 온라인 글 연재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걸 절대 부인할 수 없지요? 또 오히려 맥락끊기보다 연재주기가 빠른것에 더 큰 비중을두는 독자분들도 있을겁니다. 그럼 그런 독자분들은 무시해야 하는걸까요? 아니죠..
두번째 문제는, 편수마다 분량이 들쭉날쭉 해진다는 것입니다.
맥락끊기가 얼핏보면 좋아보이지만 분량조절이 엄청나게 힘들다는 점에서 정말 극악한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맥락끊기를 요구하는 분들은 첫번째 문제점을 보고 '누가 꼭 길게 하랬냐? 흐름으로 끊으랬지.' 라고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그러나 흐름으로 끊다보면 피치못하게 매편매편 분량의 유동성이 매우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날은 3만자, 어느날은 3천자.. 좀 과장된것 같지만 결국 앞서말한 글을 쓸수 있는 한계수치라는게 명백한 이상 한편이 길어지면 그만큼 짧아지는 편도 수두룩하게 생길 수밖에 없다는 말이지요.
그렇게되면 어쩌면 단순히 6천자~7천자 선에서 꾸준히 올라오는것보다 더 보기 힘들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세번째 문제는, 맥락이라는 것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맥락끊기는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맥락끊기를 하고말고에 앞서 어느부분이 끊을만한 부분인지에 대해서 뚜렷한 기준점이 없다는 말이지요.
나는 이부분에서 딱 글을 읽어내려가는 호흡이 끊어졌다고 느낄 수 있을지 몰라도 남들은 또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장르문학을 술술 읽어내려가는 판도에서는요.
더욱이 그 흐름이라는것이 참 난해한것이, 정말 딱딱 끊어지는 장면에서야 물론 누구나 글이 끊어진다고 느낄 수 있지만.. 글을 쓰고 연재하다보면 매우 어중간한 부분도 틀림없이 발생합니다.
예를들어 한 중요한 스토리 진행을 5만자 정도 썼다. 이걸 한번에 다올리는건 안되니 한번 혹은 두번 끊어야하는데 대체 어느부분을 끊을 것인가? 이건 답하는 이에따라 완전히 다른 대답이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차라리 1만자씩 딱딱 5번 연재주기 맞춰서 올리는게 훨씬더 효과적일 수 있어요. 공연히 흐름 맞춘다고 3천자, 3만 7천자, 1만자 이렇게 올리면서 연재주기도 들쭉날쭉한것보다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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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맥락끊어 올리기를 요구하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현실을 좀 이해해달라는 것입니다. 다들 그게 더 좋은 방법임을 몰라서 안하는게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그게 제대로 먹혀들어가지 않고, 한계가 있으며, 또 역효과도 분명히 발생한다는 점에서 다들 분량끊기를 선택하는거죠.
현실에서 예를 들어볼까요. 이상하고 조악한 예이긴 하지만 지금 대학 발표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으니 그쪽으로 생각해보지요.
정말 효율적인 대학교 합격인원 선출은 뭘까요? 그냥 시험성적으로 줄세우고 짜르는 겁니다. 당연하죠. 누구나 그걸 압니다. 하지만 왜 거기에 수시, 내신, 특기자전형, 농어촌전형, 논술 이런걸 집어넣을까요? 그사람들이라고 공연히 복잡하게 따지는게 좋아서? 아닙니다. 분명 그 와중에 어느정도 억울한 부조리가 있을지라도 보다 기회의 폭을 넓힌다는등의 사회적 요구와 현실이 있기에 그런 방법을 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정말 옳은 방식입니다.
시험성적으로 줄세우고 딱 짜르는 것처럼 정말 효율적이고 절차적으로 공정한 방법이라고 무조건 '올바른' 방법이 아니듯이 이론상 옳고 타당한 방법이라고 무조건 '좋은' 방법인건 아닙니다. 쓰고나니 이상한 비유가 되었습니디만.. 하여튼 제가 말하고 싶은 의도정도는 전달되었으리라 믿고싶네요.
제가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분량끊기를 기본으로 하되, 어느정도 유동성을 두면서 가급적 맥락과 흐름을 고려해 끊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 생각이 있는 작가님들이라면 이미 다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노력의 정도와 글을 나누는 능력의 면에서야 당연히 차이가 있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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