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써서 우편으로 보냈다. 며칠 후 팬싱멘의 집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여보세요?”
- 왕립학원 근위대입니다. 팬싱멘 지원자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만.”
- 근위대 선발 서류심사에 합격하셨습니다. 2월 14일에 면접 보러 오세요.
“아, 알겠습니다!”
팬싱멘은 전화를 끊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앗싸-! 앗싸앗싸앗싸!”
뿅가 죽을 것 같았다. 면접 날짜가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라는 것은 안중에도 없었다. 어차피 자신에게 초콜릿을 만들어줄 여자도 없었으니까. 모태솔로의 서글픈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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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2.
“딱 들어보니 어장관리네요 뭐.”
“에카일의 말대로입니다. 마스터께서는 지금 유리시스님에게 어장관리를 당하고 계십니다.”
그 말에 팬싱멘은 머리를 감싸 쥐고 절규하였다.
“하, 하지만 그녀는 내 볼에 키스도 했고...”
“입술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무효예요.”
“전에 화이트데이 때는 팔짱도 꼈다고!”
모태솔로인 팬싱멘에게는 여자와 팔짱을 끼고 볼에 키스를 받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경험이었다. 하지만 에카일의 대답은 가차 없었다.
“그야 마스터께서 식사 사주시고 영화도 보여주셨으니까 그렇죠. 팔짱 정도는 다들 낀다고요.”
팬싱멘은 고개를 저으며 필사적으로 부정하였지만 소용없었다.
“아, 앙대... 나의 유리시스가 그럴 리가 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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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3.
“오오! 상대는 누굽니까?”
“시상성 시내에 있는 2년제 대학에 다니는 여대생들이네. 내가 정말 어렵게 주선했지!”
풋풋한 여대생! 짬내 나는 군인인데다 모태솔로이기까지 한 팬싱멘에게 이는 더 없이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하지만 팬싱멘은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마음에 두고 있는 여인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유혹을 뿌리치면 군인도 아니야! 게다가 난 모태솔로라고! 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유리시스가... 어흑!’
모태솔로가 양다리라니! 기지도 못하는 놈이 뛰기부터 먼저 하려는 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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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4.
일치감치 여자와 헤어져 버린 팬싱멘은 혼자서 골목길을 터벅터벅 걸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처량해 보였다. 모태솔로에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에휴, 내 인생이 다 그렇지 뭐.”
아무래도 팬싱멘은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보기는 틀려먹은 것 같았다. 유리시스의 수호기사에 도전해 보고 안 되면 그냥 비에트 왕국 여자나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에트 왕국은 왕국 남쪽에 있는 군소국가 중 하나였다. 후진국이었지만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많아서 최근 하층민 남자들의 선호도가 부쩍 올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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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5.
“으하하하! 드디어 얻었다. 드디어 나에게 맞는 오러 운용법을 얻었어! 하하하! 으하하하하하!”
마침내 팬싱멘은 마샬 에릭슨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었다.
"하하, 하, 하..."
하지만 환희에 가득 찼던 미소는 서서히 허탈함으로 물들어 갔다. 비록 순환 오러를 손에 넣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시궁창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팬싱멘은 비록 순환오러의 비법을 얻어 비약적으로 강해졌지만 여전히 모태솔로였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팬싱멘은 여전히 모태솔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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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소개.
평범한 서민 가정에서 태어나,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제피리안 왕국을 구해내고 왕국의 전성시대를 연 10대 여왕. 패왕(覇王) 유리시스.
황후와 황태자의 음모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전장에 몸을 던져, 왕국 영토의 절반 이상을 빼앗은 프로이센 제국의 2황자, 마르스 폰 프로이센.
강한 자와의 대결을 갈구하며, 유라시아 대륙 전역을 떠돌며 무수한 전설을 남긴 용병. 방랑기사 쟌도 실레스틴.
제국의 위대한 대마도사 레나드 류디너스의 양녀로서, 그의 마법을 이어받아 17세라는 역대 최연소의 나이로 그랜드 마스터가 된 천재 마도사. 나유카 류디너스 후작영애.
중졸이라는 학력으로, 수많은 차별과 설움을 받고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겪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마침내 왕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사로 이름을 남긴 사내. 무현자(武賢者) 팬싱멘.
이것은, 치열한 전장을 살아갔던 다섯 명의 ‘신검의 계약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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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의 계약자들 포탈.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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