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게임이라는 장르는 참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판타지와 현실을 게임이라는 매개로 개연성있게 연결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류의글을 보다보면 꼭 드는 의문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가상현실의 범용성을 대부분의 글들이 놓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가상현실이라는 것은 비단 게임의 영역뿐만 아닌 수많은 가능성을 지닌 기술입니다. 공간과 거리의 혁신은 말할것도 아닐거니와 무제한적인 정보세계속에서 인간의 상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모든것들이 구현 가능한 세상이지요. 굳이 그런 근본적인 의미는 아니더라도 간단하게 생각해본다면 실전과 동일한 군사훈련 및 집안과-직장간의 빠른 순간적 이동 등을 생각해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가상현실 게임장르에서는 이런 모든 범용성의 가능성이 무시되고 오로지 '게임'이라는 데에만 이 좋은기술이 전용됩니다. 사회 전반에 엄청난 후폭풍을 동반한 변혁을 초래할 수 있는 기술을 단순한 여가를 위한 문화오락거리로서만 소비된다는 설정이 저는 참 이해가 안가더군요. 오히려 게임이라는 문학적 오락거리로서 이용될만큼 가상현실이라는 기술이 대중화되었다면 당연히 이러한 기술혁신에서 초래되는 사회적 변혁상이 조금이라고 언급되어야지만 설정의 개연성에 문제가 없을텐데 이점은 거의 무시된다는 점이 저는 매번 가상현실 게임이라는 장르를 접할때마다 드는 의문입니다. 소설속 인물들은 모두 하나같이바보천치들이라서 단순히 게임이라는 장르에만 이 좋은 기술을 전용시키는 것일까요?
그리고 또 하나 드는 의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무제한적인 컴퓨터지능이 조종하는 게임세계입니다. 흔히들 게임소설안에서는 밸런스를 해치는 히든케릭터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게임내 밸런스를 엄청난 수준으로 망치는 데도 불구하고 현실상에서 게임을 운영하는 게임사로부터 그 어떠한 제제를 받지 앟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거의 모두 등장하는 설정이 '게임세계를 주관하는 컴퓨터 인공지능에게 게임세계에 대한 권리자체를 모두 이양하여 현실적으로 바깥세계에서는 게임내 밸런스가 무너져도 운영팀이 손쓸 방도가 없다'라는 설정인데 저는 이것이 어떻게 성립된다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게임에서가장 중요시되는 것이 직업간 밸런스인데 이러한 밸런스를 무너드리는 히든피스의 등장에 대해 자금을 투자하여 게임을 개발 서비스하는기업에서 그러한 밸런스 붕괴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을 포기한다는 것은 밸런스 문제에 기인하는 유저이탈등의 요소를 고려할 때 게임회사의 매출과 직결되는 것일텐데 말입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가장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뇌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가상현실 기술을 응용하는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민감한 기술을 사용하여 구축된 세계의 운영권을 인공지능에게만 위임한다는 설정은 매우 위험한 것일텐데 그러한 점에 대한 고려는 어느 소설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게임소설들의 설정대로라면 인간처럼 생각할 수 있는 수천만 수억의 개개인의 개성이 살아있는 NPC들을 관리하는 인간의 연산능력을 수백만배 초과하는 인공지능에게 수천만 수억 단위의 인구들이 대뇌를 매개로 접속하는 가상현실에 대한 제어권을 넘긴다는 것인데 이러한 시스템은 중앙제어인공지능이 바이러스에라도 걸리는 날에는 게임을 하던 유저들이 그대로 살아있는 시체들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이 분명히 존재하는 데도 그러한 부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는 의문점은 게임에 대한 과몰입 부분입니다. 당장 현실적으로 사회시스템과 동떨어져 게임에만 집중하는 일명 게임중독에 대한 사회적 논제가 이미 현대사회에서 이슈화가 되고 있는데 현대와는 비교도 안되는 가상현실 게임이 존재하는 미래사회내에서 게임몰입에 대한 논의가 언급되지 않는 다는 부분은 참 이해가 안가더군요. 더군다나 소설에서는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대다수의 시간을 게임에서 소모하는 현실의 시점에서는 '폐인'이라고 해도 될 수준들이 대부분인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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