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0.08.20 11:27
조회
655

아, 물론 '앉아서 질기게 버티며 쓴다'라는 식의 질문은 아닙니다. 지금 쓰고 계시는 글이 어떤 과정을 통해 구체화되었는지에 대해서 묻는 것이죠.

제 경우는 대충 이렇습니다.

1. 착상 : 하루에도 무수히 떠오르는 잡생각들 중 아이디어를 얻는다. 보통 한 장면이나 상황, 설정 같은 것에서 시작하여 점차 덩어리를 키워 나가 이야기가 될 수준까지 커지는 정도.

-하루에도 몇개씩 떠오르는 것이 글감이긴 한데, 저 같은 경우에 1주일에 대략 10개 가량 떠오릅니다. 그냥 '야 이것도 괜찮겠다' 정도의 생각이죠. 물론 이 정도의 생각은 분량이 매우 짧습니다. 그냥 뭐 간단하게 상황이 툭 떠오른다던가 설정이 괜찮은게 뿅 튀어나온다 수준이죠.

2. 1차 솎아내기 : 여태까지 떠올렸던 생각들 중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 잠시 좀 다듬어야 하는 것, 그냥 망상으로 넘겨버리고 영원히 파묻어버릴 것(...)들을 분류한다.

-보통 1번에서 그 즉시 이어집니다. 생각을 막 하다가도 '아, 이건 안될 것 같은데'나 '이건 어디서 본 것 같잖아'라는 생각이 연달아 떠오르는 것들은 곧바로 탈락대상입니다. 보통 후자는 방금 전에 본 것들에서 연관되어 이어진 생각하는 망상 급이기 떄문에 소재로 써먹다간 십중팔구 짝퉁이 되어버립니다. 제가 소설류를 잘 안 보는 이유가 이것 때문인데, 그 글을 보고 난 뒤에 연관적으로 뭔가 '아,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는 것들의 태반이 방금 전에 봤던 거에서 따온 것이기 때문이죠-.,-

3. 써볼만하다고 생각되는 걸 일단 한 번 써본다 : 일단 글로 고착화를 시켜봅니다. 장면이라면 장면, 소재라면 소재, 상황이라면 상황, 인물이라면 인물, 설정이라면 설정. 뭐 아무튼 쓸 수 있다면 막 씁니다.

-좀 더 다듬고 설정을 세우고 바닥을 깔고 쓰진 않습니다. 말 그대로 막 쓰는 과정이죠. 일단 뭐라도 쓰고 구체화를 하면, 머리 속에서 굴러다니는 것보단 훨씬 구체적으로 파고들 수 있고, 이 잡생각이 물건인지 아니면 정말 써먹을 수 있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4. 2차 솎아내기 : 써본 것을 보며 잠시 좌절하고 폐기처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래도 나중에 어딘가에 써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건 저장을 한다. 언젠가는 써먹을 수 있겠지-.,-...

-제 컴퓨터에 있는 문서들의 절대다수가 4번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일단 확정짓고 글로 만들어나가기엔 뭔가 지금 당장 확 감이 오는 건 아니지만, 일단 조금 더 다듬으면 어딘가에 활용할 수 있어보이거든요. 실제로 본글을 쓸 때 이 잡동사니에서 재활용한 요소가 꽤 됩니다.

5. 방치 : 4번까지의 과정을 거친 모든 자료를 냅둔다. 어쩔 땐 진짜 이런 걸 썼는지도 까먹을 정도까지.... -.,-

-물론 농담 삼아서 하는 소리 같지만, 실제로 저럽니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4번까지 과정을 거쳤지만 저게 진짜로 '어딘가에서 나도 모르게 베낀 것'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겁니다. 둘째는 '까먹고 나서 보면 이게 진짜 괜찮은지 구린지 훨씬 더 잘 알아볼 수 있다'는 겁니다. 두 가지를 확인하는 건 지금 당장보단 좀 시간이 지나서야 확인할 수 있겠지요.

6. 창고 뒤적거리기 : 머리를 싸매쥐며 쓸 게 없다고 자학할 때 쓰고 까먹은 것들을 한 번 뒤적거려본다. 물론 대다수는 아직 착상이 안 되는 잡동사니지만 가끔 괜찮은 것들 몇 가지가 보이면 그걸 섞어본다.

-이 과정에서 쓴 것들 중 꽤 많은 것들이 '역시나 어디서 베낀 것 같아...'나 '지금 보니 좀 아냐'에 걸리고 맙니다. 슬픈 일이죠. 물론 그 중에서 살아남은 것들이 있으면 그걸 몇 개 섞어보기도 하고 생각을 좀 더 해봅니다. 진짜로 써먹을 수 있을까? 라고 말이죠.

7. 골동품 다듬기 : 어느 정도 그러모은 거로 일단 글을 죽 써본다. 죽 써본다. 쓸 수 있을 때까진 써본다.

-세부설정 없이 막 써봅니다. 정말 이게 글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넘기고 일단 씁니다. 이전까지 쓴 내용을 바탕으로 엮고 조합을 해서 줄줄줄 써봅니다.

보통 이 과정에선 30에서 100페이지 정도 분량이 되는 것들이 나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글들의 대다수가 이 과정에서 묶여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말 그대로, 소신에게는 아직도 10개의 글이 남아 있습니다...랄까요 -.,-

8. 3차 솎아내기 : 크게 세 가지 과정으로 분류. 계속 쓴다, 잠시 보류, 폐기처분(...).

-계속 쓰는 건 이걸 본격적으로 쓰겠다는 생각이고, 보류는 이 글을 5번 과정, 그러니까 다시 쳐박아두겠다는 겁니다. 보통 여기는 쓰긴 죽 썼는데 진짜 글이 되려면 완전 대공사를 해줘야 하거나, 중간에 핵심을 박아 넣을 만한 아이디어가 없을 경우입니다. 폐기처분은 진짜 드문 경우인데, 이건 혹시라도 누가 내 컴을 들여다 봤을 때라도 보여주기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생각될 경우입니다. 다 쓰고 보니 베낀 거라던가, 짝퉁이라던가 하는 경우 말이죠(...)

9. 설정 구체화 : 쓰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서 설정을 짜기 시작한다. 이제서야(...)

-옛날엔 설정부터 하고 글을 썼습니다만, 설정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글 쓰기 위해서 필요한 법인데 설정 붙잡기 시작하면 설정'만' 붙잡는 경우가 허다해서 아예 설정을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헌데, 설정을 포기하니 뒷감당이 도저히 안 되거든요. 몇몇 글이 이 경우에 해당되어서 자멸하기도 했습니다. 으하하하....

10.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 : 이제부터 진짜 글을 씁니다. 인고와 근성의 시간!

-드디어 진짜 글쓰기 시간입니다만.... 이 과정을 거친 뒤에도 살아남아서 연재같은 것을 통해 남에게 드러내는 확률은 많지 않습니다.

전 대충 이런 과정을 통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버전도 있습니다.

뭔가 떠오른다 -> 써본다 -> 어 좋은데? -> 막쓴다 -> 어 이거 말되네? -> 계속 쓴다 -> 분량이 파바박 늘어난다 -> 오우예

옛날엔 이런 식으로 '한번 번뜩 떠오른 생각으로 우다다다 쓴다' 였습니다만, 이런 과정으로 쓴 글은 한 번 막히면 나락까지 떨어지더군요. 그래서 이젠 이런 방식은 가급적 자제하고 있습니다.

p.s 문제라면 제 문서의 파일들은 1번에서 10번까지 모든 파일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는 겁니다. 지난번에 한 번 정리한다고 폐기할 파일들 지우다 연재중인 글을 지운 적이 있어서 피를 봤지만... 아무래도 문서 따로 넣고 카테고리 만들면 그 쪽에 안 들어가게 되어서 그냥 무작위로 섞어 씁니다 -.,-


Comment ' 1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0.08.20 12:25
    No. 1

    전 그냥 뼈대만 잡고 쓰면서 살을 붙입니다. 그래서 스토리가 막힐 때가 가끔 있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1 김솔로
    작성일
    10.08.20 12:28
    No. 2

    저는 님께서 말씀하시는 착상 단계에서 뼈대와 스토리를 맞춥니다.
    대사와 묘사같은 것은 그때 그때에 따라 적절히 활용하고 말이죠. 쓸때는 막힘 없이 술술 적는 게 제 방식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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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24 천누
    작성일
    10.08.20 12:30
    No. 3

    일단 간단한 줄거리 먼저 써놓고 씁니다. 그리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고를 반복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연결되는 편과 어울리는지, 전체 줄거리를 볼 때 하자가 없는지 또 보고 고치고 올립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요.....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0.08.20 13:16
    No. 4

    음 저는 메인 스토리를 하나 정해두어요, 일단 시작부터 완결까지 큰 흐름을 하나 잡아두죠. 그 다음에 1편부터 쓰면서 그 흐름에 맞게 글을 유도하는 도중 중간중간 살을 붙이고 여러 작은 에피소드를 넣는 식으로? 그렇게 글을 쓰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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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아난케]
    작성일
    10.08.20 14:05
    No. 5

    음 저랑 비슷하네요. 저도 망상 같은 게 많이 떠올라서 스토리를 구상하게 되지만 결국 자꾸 그 글들을 솎아내게 되거든요. 그러다보면 결국 남는 것도 없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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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캇차
    작성일
    10.08.20 17:00
    No. 6

    뼈대를 1년간 구상하고 시간 날때마다 메모해서 한꺼번에 연참!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0.08.21 00:23
    No. 7

    1년간 뼈대를 구상하신다니... 저로서는 대단하다고밖에 말이 안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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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0 환상인물
    작성일
    10.08.21 09:31
    No. 8

    머리안에 들어있는 것들이 연상되어서 나오면 그걸 토대로 글을 씁니다. 어느 작가분이 케릭터를 잘 잡아두면 그 안에서 케릭터들이 노는걸 보고 그린다고 하시는데. 전 그런 경지까지는 가지는 못하고.. 일정한 방향으로 인도를 해줘야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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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Personacon 적안왕
    작성일
    10.08.21 11:03
    No. 9

    자, 그러니까 글을 써주세요! 오늘도 마왕격돌 및 홈타운등 3개 작품은 n이 안떳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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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 고디체
    작성일
    10.08.21 23:08
    No. 10

    수업시간에 멍때리다가 생각나면 메모,
    중간 중간에 소재가 있으면 메모,
    스토리의 시초가 되는 소재를 잡고 그것을 시작으로 점점 기본 뼈대를 잡습니다. 이 쯤이면 이렇게 할거다 라는 식으로요.
    그리고 멍~하니 머릿 속으로 구현화를 시작합니다. 이렇게 하면 이런 것처럼 보일테니 이렇게 표현하고, 즉 일종의 영화 같은 것으로 만들어서 동작들을 묘사합니다. 뿐만 아니라 구현이라는 건 구체화 시켜서 거의 현실에 대입해 나간다는 의미로(저만은) 쓰고 있어서요... 스토리의 세부설정과 진행 방법,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나 세세한 암시 등을 생상하는 겁니다. 이거 머리아파요.
    그 다음으로는 노트에 열심히 초고를 적어놓고, 나중에 메모장을 열어서 퇴고와 동시에 txt로 만드는 거죠. 그런 식으로 하다 보면 중간중간 수정해야할 부분이라던가 모자란 부분, 덧붙이고 싶은 부분을 찾아내어 입맛에 맞게 고쳐나갈 수 있답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쓰는 방식이니 참고 해 주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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