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다른 소설의 이야기를 조금 하고 들어가자면, 윤현승 작가님의 '하얀 늑대들'에서 게랄드라는 인물이 이런 말을 합니다. "네 기더(≒운명)는 내가 받아내겠다." 그리고 게랄드가 한 사람의 기더를 받아내기 위해 행한 모든 행동은 독자에게 진한 감동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스승의 뜻과 동료들의 삶, 더 나아가서는 만 명이 넘어가는 유민들의 목숨을 받아내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요즘 매일같이 아침에 들어와서 그 사람을 보며 가슴 졸이고 웃고 안타까워하다가 환호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을 응원중인 (그리고 작가님도 응원 중인) 요즘, 더 많은 분들과 감동을 나누기 바라며 추천글을 써봅니다.
먼저 줄거리를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약간 멈칫하게 되는 것이, 이 글은 이미 160편이 연재된 장편입니다. 더군다나 알면 감동이 반감되는 복선이 많기 때문에 줄거리 요약이 더 까다로워지죠. 그래도 고심해서 줄여보자면 "암살단에서 살아남았으나 살인충동에 심각하게 물들어있는 10여명의 아이들 중 9번이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세상에 나와 다른 동료들이 암살단에 끌려가지 않았다면 누렸을 평범한 삶을 주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신을 이렇게 만든 세상에 대항하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요약이라고 해 놓은 것인데도 정말 길군요. 짧게 줄이자면 "매력있고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저를 이렇게 푹 빠지게 만든 이 글의 장점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첫째로, 인물들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주인공 9번은 물론이고 스승님, 암살단 동료들, 악역들까지 어디하나 빠지는 인물이 없습니다. 보통 글이 길어지다보면 얘가 걔 같고 걔가 얘같은 상황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 글의 인물들은 각자가 확실한 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없습니다. 또한 다들 머리를 팽팽 굴리기 때문에 주인공이 악역 뒤통수 한 번 치면 악역도 주인공 뒤통수를 치고 들어오죠.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그만 고생하게 머리 그만 굴려!"라고 외치고 싶은 적도 많았습니다.
두번째는 긴 분량에도 늘어지지 않는 짜임새 있는 내용입니다. 커넥션을 제외하고 첫 세편만 읽어도 확 사람을 끌어당기던 몰입감은 긴 이야기동안 이 글 특유의 분위기(전반적으로는 조금 무거운 편입니다)와 함께 꾸준히 지속되며, 스토리도 탄탄하게 굴러갑니다. 오히려 작가님의 가열찬 복선과 연출에 계속해서 다음 편을 누르게 되지요.
세번째로는 확실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는 점입니다. 처음 읽을때는 주인공의 행보를 따라가기에 바빠서 몰랐지만, 다시 읽다보니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가 나오더라구요. 비평란에 뮤뮤님이 쓰신 레드세인트 비평글(주의 : 미리니름 다량 포함)이 있으니 관심있으시다면 참고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겠죠.
첫번째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건 꽤 높은 진입장벽입니다. 가장 첫 편인 커넥션만 보고 안 보시는 분도 꽤 많다고 들었고, 개인적으로는 시간을 확 뛰어넘은 2장 시작도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커넥션에 나오는 하인리히 발렉슈타인이나 예루쯔 무레쯔나 같은 이름은 소화하기 어려운 감이 있죠. 그 이름에 걸려서 더 안 보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그 이름들은 글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기억 안 해도 무방한 이름이니 한 편만 더 읽어 달라고 요청하고 싶습니다. 1장에서 2장으로 바뀌면서는 새로운 지명과 이름이 쏟아져서 조금 읽기 힘들어지는데, 그것도 몇 편 안 지나서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정리가 됩니다.
두번째로는 어쩌면 문피아에서는 치명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여자주인공'이라는 겁니다. 잠깐, 끄지마세요;ㅁ;! 이 글에서는 주인공을 여자라고 보기보다는 한 사람으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1장에서는 아직 아이이고, 성인으로 등장하는 2장 이후에서도 남성 독자들이 여자주인공을 싫어하는 이유일거라고 생각하는 사랑 고민이라던가 질질 끄는 일이 없는 주인공입니다.
마지막 단점은 수위 높은 욕설과 폭력적인 장면, 성적인 묘사가 되겠네요. 솔직히 말해서 수위가 셉니다. 그 중 욕설은 보다보면 '구성진 욕설'이나 '문학적인 욕설'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폭력적인 장면과 성적인 장면은 역시 수위가 높다고 경고할 수 밖에 없네요.
길게 쓰면서 아직 이 글이 무엇인지는 말 하지 않았군요.
라옌다 님의 '레드 세인트'입니다.
포탈다는 방법은 모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한번 읽어주세요. 함께 레드 세인트에 빠져드는 겁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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