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어떻게 글을 쓰시나요?

작성자
Personacon 큰불
작성
09.07.11 17:15
조회
305

예전 저는 플롯을 구성해보려 하거나 처음부터 끝까지의 이야기를 모조리 써버린 뒤에 그것을 따라가며 글을 쓰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군생활 중 보게 되며 생각이 바뀌게 되었죠.

사실 모든 걸 알고 있는 입장에서 레일을 따라 달리며 글을 쓴다는 건 상당히 지루한 작업이라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소한 저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스티븐 킹'은 글을 쓸 때, 상황과 인물을 만든 뒤 인물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서로 갈등을 일으키고, 상황에 적응하며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글을 전개한다 했습니다. 독자는 물론 작자 자신도 글을 쓰는 순간까지 어떻게 진행 될지 알지 못하는 글쓰기!  글 쓰는 입장에서 이 얼마나 매력적인 방식입니까?

처음 그 주장을 봤을 때, 저는 재미있기는 하겠지만 좀 어려울 것 같다 생각했습니다. 배경이 허술하다면, 인물들이 제대로 구성되지 못한다면 이야기의 진행이 불가능해 질 정도로 망가져 버릴 위험이 있었고, 저는 그만큼 능력있는 작자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리하여 전역 후에, 복무 중 처음부터 끝까지의 스토리와 주요 등장인물들을 설정해 놓은 것을 가지고 글을 쓰려 했으나, 이런 방식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위에서 언급 했듯 정해진 레일을 따라 달리는 것은 지루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꽤 많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저 스스로가 즐겁기 위함입니다.

무한의 자유도를 가진 게임을 플레이 하는 것처럼, 나중의 이야기가 어찌 전개 될지 알 수 없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스스로 쓰는 글에 빠져드는 것이 제가 바라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전개가 정해지고 이미 그것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입장에서 글을 쓰려니 정말 못해먹겠더군요. 보는 입장이 어떤지를 떠나서 작자인 제 입장에서 말이죠. 꽤나 공 들인 설정이었으나, 저는 이것을 일단 포기 했습니다.

그리고 전역하며 서점에서 사온 '유혹하는 글쓰기'를 다시 꺼내보며 저 유명한 '공포의 제왕'께서 사용하는 방식을 미력한 필력으로나마 따라가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쓰는 글은 어디까지나 저의 재미를 위한 '실험'에 가깝습니다. 설정과 상황, 캐릭터, 개인과 단체가 바라보는 목표만이 존재합니다. 그 외엔 그들이 최선의 행동을 하길 바라며 전개해 나가는 것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처음이기에 글의 초기에는 보다 설정을 확고히 하기 위한 내용과 아직 갈피를 덜 잡은 주요 등장인물들로 난잡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조금이나마 글이 갈피가 잡혀가고 있습니다.

처음엔 제가 움직이고 배치해야만 했던 인물들이 조금씩 자신만의 의지를 가지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과연 스티븐 킹의 말은 틀리지 않더군요. 미력한 제 실력 속에서나마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캐릭터라니.

그것은 저로선 하나의 감동이었습니다. 미력한 필력 탓에 그런 것을 독자분들께 제대로 알려드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제 의식속에서 그들은 서서히 생명을 얻어가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이것을, 저것을 하겠다고 날뛰는 이들을 백지 위에 놓아주며 저는 매일 글 쓰는 순간마다 저도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억지로 이야기의 진행을 상상하지 않아도 이 인물들이 갈등하며 벌여나가는 사건은 점차로 글의 진행을 이끌어 나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글을 쓰는 목적은 스스로의 재미를 위해서 입니다. 이제 어느정도 글의 틀이 갖춰졌고, 바라던 재미를 얻고 있으니 그 다음의 목적을 바랄 시기가 된 것이죠.

두 번째 글쓰는 목적은 다른 이들과의 공감입니다. 제 글의 재미를 다른 분들과 나누고, 그것을 공감하는 분들이 생긴다면 저는 홀로 재미있어 하는 것을 넘어서 글을 쓴다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 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그간 홍보는 부끄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자기피알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광고하지 않는다는 것은 미래의 고용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 말을 하더군요.

조금 상황은 다르지만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이리 광고의 글을 내어 봅니다. 조금의 배경도, 등장인물의 설명도, 심지어 지금까지 제목 한 마디 설명하지 않은 이상한 홍보글이었지만 저와 함께 생명을 얻어가는 세계와 캐릭터들을 지켜봐 주실 분들이 늘어난다면 작자로서 이보다 더한 기쁨은 없을 겁니다.

죽음의 전선

이 쓸데 없이 긴 홍보글을 끝까지 따라와 주신 분들이라면 조악한 제 글을 한 번이라도 봐주시지않을까, 작은 욕심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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