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본 글은 동생의 요청으로 동생의 아이디를 빌려 쓰는 글임을 밝힙니다.
한동안 문피아에 들르지 않아 요즘은 잘 모르겠지만, '개연성'이라는 것이 논란이 되었던 적이, 몇번 있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여기서 몇몇 장르작가분들이 혼란을 일으킨 바가 있어(그러니까 단어의 뜻을 잘못 이해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어서), 어휘의 개념을 좀더 명확히 하고, 몇가지 팁을 알려드리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먼저, '개연성'의 사전적 정의입니다.
개연성 : (꼭 단정할 수는 없으나) 대개 그러하리라고 생각되는 성질이나 정도.
그러니까 다르게 설명하자면, 개연성이란 '원인이 있으니까 결과가 있다', 즉 인과관계의 정합성의 개념입니다. 어떠한 원인이 있어 반드시 특정한 결과가 되는 것은 아니나, 원인이 있게 되어 결과가 당위성을 갖추게 된다면 그것을두고 '개연성이 있다'라고 하는겁니다.
그러나 플롯을 짜는데 있어서, 단순히 '원인이 있으니 결과가 정당화 되었다. 끝-'을두고 '개연성이 있다'라 하지않습니다. 플롯을 짤때에는, 무수히 많은 원인의 그물을 엮어 모든 결과가 글을 위해 기능할때, 비로소 '개연성이 있다', '플롯이 꽉 짜여졌다'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러니까 플롯을 짜는데 있어 개연성이란 오히려 당위성이나 필연성이란 단어에 가까운 어휘가 됩니다.
한가지 예를들자면, 여기 이계진입깽판왕따고딩(길군요^^;;) A가 있습니다. A는 세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소환한 마법사로 인해 이계로 날아가게 됩니다.
여기서 A는 자신을 소환한 마법사(원인)이 있었기 때문에 이계로 날아가게(결과) 됩니다. 원인과 결과가 갖추어졌죠. 이로서 이 글은 개연성이 갖추어졌습니까? 아닙니다.
이 플롯이 개연성을 갖기 위해서는 '왜 그러해야 했는가'에 답변해야합니다. '왜 하필 이계의 인간이냐. 검증되지 않은 허약한 십대를 불러올 바에야 노련한 전사들로 구성한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 가는게 낫지 않느냐.', '왜 하필 왕따 고딩이 소환되게 되었느냐', '왜 하필 왕따고딩은 전혀 관련없는 세계를 구하러 떠나는가.' 기타등등, 기타등등.
이 플롯을 쓰고있는 작가 T는 설정과 설정의 중첩으로 10가지 이상의 '왜?'에 대답하게 되었습니다. 이걸로 끝입니까? 아닙니다. 이제는 이 모든 '왜?'의 결과가 주제를 위해 기능하고 있는가를 보아야 합니다. 전부 버리고 전혀 다른 주인공 설정을 갖다 붙여도 다음 플롯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그건 '개연성이 없는'겁니다. 모든 요소는 글 전체를 위해 기능해아 합니다. 단순히 전개를 위해 인물이 소모되어서는 않됩니다. 전개를 위해 '반드시 그 인물이어야만' 하는 인물이 등장해야 합니다. 그냥 좋다고 엘프아가씨를 갖다대는게 아니라, '엘프는 전설적이고, 태고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 전개에 꼭 필요하다'하는 사정이 있어서 엘프 아가씨를 등장시켜야 합니다. 여기서 '반지의 제왕'이 대작으로 불리우는 이유가 하나 나옵니다. 샘과 프로도가 '호빗'이 아니었다면? 갈라드리엘이 '엘프'가 아니었다면? 스트라이더가 '인간의 왕'이 아니었다면? 모든 전개와 주제전달 방식이 달라졌겠죠. 개연성이란 이런겁니다.
앞으로도 한참 더 적을게 남았는데 시간이 별로 없군요. 마음이 급해지다 보니 글이 많이 흐트러지는 것,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여기서 한가지 조언을 해드리고자 합니다. 다들 [수난이대]를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현재 교육과정의 교과서에도 일부가 실리고, 여러모로 유명한 소설이죠.
이 [수난이대]는 플롯의 구성에 있어서 대단한 '대작'입니다.(물론 다른 면에서도 멋지지만 말이죠.) 아들을 위해 (하필)'고등어'를 사가지고 '하필' 일찌감치 역으로 가 한참동안 기다리는 '하필' 외팔이 아버지. 아들을 기다리는 동안 회상을 하고, 아들이 오고, 아들은 '하필' 다리 한쪽이 없죠. 그리고 '하필'외나무 다리에 다다른 그들은, '하필' 아들은 고등어를 들고 아버지는 아들을 업고 외나무다리를 건넙니다.
모든 소재가 주제를 위해 기능하고 있죠. 더군다나 회상장면을 넣은 시점이라든가, 방식이라든가, 이 플롯은 정말 교과서적인 모범이라 할 정도로 멋집니다. 명작을 접하면 안목이 높아지는 법이니, 사두고 여러번 읽어 보실것을 권해드립니다.
글이 좀 많이 난잡하군요. 민망하게 시리… 쓸것도 많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만 줄이겠습니다. 다들 좋은밤 되세요 >_<//
덧. 한가지 궁금한게 있습니다. 어째서 다들 '헤살놓다'라는 순우리말을 써도 될것을 굳이 '미리니름'이라는 신조어를 사용하는 걸까요?
덧2. 아아아아악 지각이다아아악
Commen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