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는 동물입니다.
거미는 줄을 탑니다.
거미는 태양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거미는 죽지 않습니다.
거미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거미는 사랑을 합니다.
거미는 슬픔을 줍니다.
거미는 행복을 줍니다.
거미는 무덤을 남기지 않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고귀하고 신성하며 신이 내린 축복입니다.
아름답고 고귀하고 신성하지만 그렇기에 무섭고 그렇기에 두렵고 그렇기에 깨지고 마는 것이 사랑입니다.
저는 사랑을 동경하며 사랑을 원하고 동시에 그것을 가지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째서 일까요?
온몸을 불사를 정도의 사랑은 제 몸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지 가족의 사랑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의 인생의 반려자를 위해 울어주고 몸을 바칠 사랑은 저에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 인생의 반쪽을 만나면 그것은 올까요?
제 인생의 반쪽은 그만큼 저를 사랑해줄까요?
제 인생은 그만큼의 가치를 저에게 되돌려줄까요?
그 것은 언젠가는 올까요?
그 것은 언젠가는 올 것인가요?
그 것은 언젠가는 와야 하나요?
그 것은 언젠가는 느껴야 하나요?
무섭고 두렵고 힘들겠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제 몸을 사하여 바칠 사랑이 제게 오기를 원합니다.
그 사랑에 눈이 멀어 이 몸이 부서진다 하여도 꼭 그런 사랑이 오기를 원합니다.
그것은 제가 여태까지 저를 살아올 수 있게 지탱해준 몇 가지 원동력 중 하나이며 19년 동안 변하지 않은 영원한 저의 소망입니다.
제가 말했었나요?
거미는 무덤을 남기지 않는다고...
거미는 자신의 반려자를 자신으로 바꿉니다.
자신의 신체의 일부로 하여 다시 자신의 신체를 떼어냅니다.
전자는 흡수라고 하고 후자는 자식이라고 하죠.
그리고 다시 거미는 자신의 신체의 일부에게 사라집니다.
아침 이슬이 점심이 되면 사라지듯 흔적 없이 사라집니다.
그것이 거미의 사랑입니다.
거미는 무덤을 남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제가 사랑을 했을 때 무덤을 남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나태한 악마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거미무덤]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거미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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