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을 한담란에 써도 될까...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지만.
저는 글에 대한 재능이 정말, 미치도록, 죽도록 없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동화책으로 시작했고,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으로 판타지란 녀석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꽤 다른 모습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판타지를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글을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끄적거려서 몇 편 올린, 지금 생각하면 참 변변찮은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올릴 때 좋았고, 기뻤습니다. 내 글이 인터넷에 올라가서 누군가가 보다니! 상상만 해도 두근거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 어느덧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못보던 문학작품도 읽어보고, 나름대로 판타지에서 벗어난답시고 순수문학에 관해서는 들춰보았습니다.
결과는 최악. 갈수록 심장이 쪼그라들고 숨을 쉴 수가 없더군요.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최악. 최저. 이 두 단어만이 머릿속을 뱅뱅 돌면서 외쳐댑니다. '그만 쓰시지 그래'
너 따위 녀석의 글 따위는 아무도 보지 않아.
너 따위 녀석이 글은 써서 뭐하게?
공부는 안 해? 아직도 꿈속에서 허우적대는 거냐?
나이가 몇 살인데 이런 거나 하고 있는 거야?
아직도 착각 속에서 살고 있냐? 이제 그만 포기해.
맞춤법 하나 틀릴 때마다 오케스트라 급의 사운드로 귀를 때리는 비판이 있습니다. 네, 마음의 소리입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어서 더 속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봐주고 있어, 내가 좋아하니까 글을 쓰는 거야,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어, 나이는 상관 없잖아? 포기할 수 없어. 소리치고 싶은데, 말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지 않습니다. 뇌가 녹아내리는 기분이 듭니다. 오늘도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밖에 나갔습니다. 침침한 날씨였지만 제게는 밝아보입니다. 요즘에 들어서 글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듭니다.
제 친구가 한 명 있습니다. 녀석도 저랑 비슷한 수순을 밟았지만, 고 1 때부터 판타지에 손을 대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그 녀석도 한 때는 글을 썼고, 나름 출중한 글솜씨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쓰지 않습니다. 녀석이 고 1 때 저에게 지나가듯 말했습니다.
'어차피 포기할 거 그냥 빨리 포기해.'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럴 리가 없다', 웃으며 넘겼지만 제 마음 구석에서는 낄낄거리는 비웃음이 들렸습니다. 친구는 말해놓고 미안했던지 한 마디를 더 붙였습니다.
'하지만 나는 네가 더 썼으면 좋겠다. 나처럼 말고.'
지금은 꽤 멀어진 기억입니다. 1년을 넘어섰군요. 더불어 저도 머리가 컸고, 그 때와는 다른 생각과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습니다.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놓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이름 석 자가 박힌 책을 출판하는 일이 꿈입니다.'
지금은 발을 놓지 않는, 어느 사이트에서 봤던 문구입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가진 꿈은 한 가지입니다.
'글을 읽는 사람이 즐겁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때가 오는 꿈입니다. 하지만 힘듭니다. 여러 번 실패했고, 여러 번 재기했습니다. 또 한 번의 고비라고 생각합니다만, 이번에는 힘들 것 같네요. 내일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마침표를 찍습니다. 두서난방인 잡문을 여기까지 보느라 수고하셨습니다.
Comment '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