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디 아스크(Bloody Ask)
-폭풍 속의 나비-
프롤로그(Prologue)
흩날린다.
금빛 바람에 나비는 흩날리고 있었다.
푸르고 고운 빛의 물망초, 그 위에 앉은 나비는 꽃잎에 방울진 뜨거운 핏줄기를 빨아먹고, 흐릿한 눈빛으로 땅위에 널브러진 주검을 바라보았다. 불어오는 바람에 나비는 주검을 외면하며 소리쳤다.
“당신을 사랑할게요.”
그 소리를 들은 타락한 숲은 위선의 나무와 방탄의 수풀을 흔들며 나비가 바람에게 품은 사랑을 질투하였다. 비명을 지른다. 아파한다. 눈물을 흘린다. 미쳐가고 있었다.
고오오!
거친 바람이 숲 속에서 일어났다. 그 바람이 나비에게 나가간다. 그 바람은 짙다. 그 바람은 위험하다. 그 바람은 어둡다. 그 바람이 말했다.
“난 너를 죽일 거야.”
폭풍의 성난 목소리를 듣고도 나비는 환한 미소로 답했다. 산들바람을 타고 폭풍으로, 폭풍으로 훨훨 날아간 나비는 겁 없이 폭풍의 품으로 뛰어든다. 환한 미소와 함께 춤을 추며 뛰어든다.
“괜찮아요. 전 당신을 제 삶보다 사랑했는걸요.”
나무와 수풀을 찢어버리던 폭풍은 나비의 말에 깜짝 놀라서 물러선다. 혼란스러워 엉클어져버린 마음은 드넓은 창공에 흐린 눈물을 떨어뜨렸다. 모든 기억이 나버렸다.
“혹시?”
“그래요. 당신은 나의 날개 짓에서 태어났잖아요. 당신이 태어나줘서 날 수 있었어요. 고마웠어요.”
폭풍의 시작을 나비는 알고 있었다.
“넌 내가 무섭지 않아?”
나비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을 잃어버릴까봐 무서웠어요. 당신을 잃어버려서 무서웠어요.”
잿빛 구름 아래 그들은 연인처럼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속삭인다. 속삭인다. 폭풍의 몸에 자라난 칼날 같은 바람에 나비는 찢겨나가면서도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사랑했어요. 그럼 안녕히…….”
작고 여린 목소리와 함께 나비의 가녀린 몸이 폭풍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짙은 혈향을 품은 폭풍은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 눈물을 흘렸다. 절규했다. 절망에 온몸을 떨어야만 했다. 스스로를 깊이 저주해야만 했다.
나비의 날개 짓에서 만들어진 폭풍은 나비의 날개를 찢어버렸다.
폭풍을 낳은 나비는 폭풍에게 먹혀버렸다.
폭풍은 울었다.
나비는 미소 지었다.
폭풍은 사랑해서 눈물을 떨어뜨렸다.
나비는 지독스럽게 사랑해서 미소를 지었다.
미친 세상, 폭풍과 나비가 사랑을 하는 이 미친 세상, 폭풍은 그 세상을 등지며 소리쳤다.
“널 살려내겠어! 악마에게 세상을 팔아서라도 너만은 꼭 살려내겠어!”
사랑 하나를 위해 세상을 판 남자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참, 오늘 만우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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