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민소영
작품명 : 홍염의성좌
출판사 : 청어람
몽테크리스토 백작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지만(실제 후기에도 몽테크리스토백작 완역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고), 점점 읽으면서 이작품 특유의 독립된 재미로 흘러간다.
평범한 부자같은 에드먼드 란셀은 약혼식날 갑자기 체포되어 이유도 재판도 없이 감옥으로 유폐된다. 거기서 가난한 소년 유릭크로반의 도움을 받아 감옥을 탈출하게 된다.
후에 유릭크로반은 군인이 되고, 에드먼드 란셀은 신분을 감추고 백작이 되어 서서히 복수를 하는 식이다.
이 작품에서 성장하는 부분은 없다. 정신적으로 조금씩 성장하거나 어쩌다 힘을 얻는 부분은 있어도, 힘을 얻기위해 꾸준히 훈련하는 부분은 과감하게 삭제되어 있다. 에드먼드 란셀도, 유릭 크로반도 각자의 힘을 얻은상태에서 사건이 흘러간다. 그래서 성장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좀 싫어할지도 모르겠다.
작품 특유의 세계관은 독창적으로 보인다. 여기서 마법은 종류에 대해서 초반에 약간의 설명이 나와도, 직접적으로 나오는것은 흑마법 뿐이다. 흑마법은 정령마법으로 자연계에서 저절로 생기는 정령(마령)들을 복속시켜 그 힘을 빌리는 방법이다. 정령계니, 마계니, 드래곤이니 하는 것은 없다. 다양성이 없어 보일지 몰라도, 독특한 세계관은 참신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등장인물 부분도 참 개성적이다. 특히 로웨나 그린. 히로인 처럼 보이는 그녀는 자존심 강하고, 돈을 벌기위해 악착같고, 대인관계에 있어 탁월하고, 등등 양판소에 나오는 일반적인 장식품같은 여자와는 다르다. 오히려 에드먼드 란셀이나, 유릭크로반보다도 정이가는 캐릭터다. 그외에 덜렁대면서도 전장에서 유능한 카밀턴 장군, 11살때 제국을 뜯어고친 니콜라스, 오페라에 열광하는 카바냐, 늑대인간 크리스펠로,신을 찾는 브랫키저 등등 캐릭터가 각자 살아있다.
읽어가면서 훌륭한 반전도 꽤 나오고, 유머도 나온다. 그리고 작품의 객관성이 뛰어나 보인다. 여기서 절대적인 악은 없다. 복수자 에드먼드 란셀도 배신당한게 자신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그래도 가차없이 복수하긴 하지만), 나오는 악역들도 흔히 있을수 있는 사람들이다. 욕심에 눈이 멀어 배신하긴 하지만 절대악이라 부를 만한 사람은 없다. 니콜라스가 교황청과 추기경의 지위를 이용해 권력을 쥐지만, 그것에 대해 나쁘놈이니, 사기꾼이니 판단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그에 의해 피의 숙청을 당한 자들의 복수심과 그 반대편에 선 적 정도다. 신에 대해서도 딱히 있니 없니 토론하지 않는다. 이교신을 믿는 자는 '타락한 유일신의 전당'등등 욕하긴 하지만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무신론자도 나오고, 독실한 신자도 나오지만 어떤게 나쁘고, 좋고를 판단하지 않는게 참 객관적으로 보였다. (어떤 작품은 종교나 정치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욕하기도 하는걸 보면 이 작품의 깨끗한 객관성은 참 깔끔해 보인다.)
작품의 주관도 깔끔하다. 초반에 운명에 대해 떠들어 대도, 신의 선택도 없고 운명도 없이 인간의 선택만 있다.
에필로그까지 훈훈하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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