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안의 마법사 1~3권. (청어람/최정연)
침몰해 버렸습니다. 억울하게도... 겨우 40page를 지나지 않아 당해버렸습니다.
쿨룩. 입에서 피가 멈추지 않습니다. 신이시여 제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 옵니까!
저는, 저는 조금 더 체통을 지켜야 할 나이가 되었사옵니다.
일찍이 고장 난 손톱깎이가 서랍에 있음은 제 손톱이 길고 날카로움을 야기케합니다.
꽉 쥔 주먹에서 금방이라도 피가 새어나올 것 같습니다.
아아- 이미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주먹을 번쩍 하늘로 치켜듭니다. 한동안 훠이훠이 허공을 젓던 그녀석이 매처럼 쾌속하게
땅바닥을 격타합니다. 두 번, 세 번, 네 번.
다음은 오른손 입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박자까지 맞춰가며 양 손은 바닥을 두들깁니다.
먼지가 땅 위로 솟구치고 있습니다.
발도 놀지 않습니다. 투덕투덕 내려찍는 발등은 어느덧 빨갛게 부어올랐습니다. 먼지에
연신 쿨럭이면서도 발악을 그치지 않습니다. 한동안 온 몸의 근육을 섬세히 움직이던 저는
곧 체력의 한계를 느낍니다.
좌로 우로 세 바퀴 구르는 것을 마지막으로 제풀에 지쳐 허덕거립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그래요. 아무리 제가 파렴치 하다 할지라도 지금쯤 무슨 일인지 설명해야 할 때가 되었
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후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대 고무판자들에게 고하겠습니다.
웃었습니다. 진정 '쿨럭'하고 웃었습니다.
마치 음료를 마시다 웃긴 얘기를 들은 듯 그렇게 콜록하며 헛바람을 내뱉었습니다.
진지한 개그에 무너졌습니다. 그 진지한 대화에, 어이 반쯤 나간 웃음이 활짝 피었습니다.
입이 슬금슬금 움찔하더니 점차 귀를 향해 벌어졌습니다.
대화가... 대화가 정말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합니다.
치기어린 몇몇 작품이 때론 유치함으로 다가와 본인의 명치를 강타할 때 쓴 물을 삼켰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은 지 십 분도 안 되어 이 몸 눈치 챘습니다.
‘이 책은 개그를 하면서도 유치를 못 느끼게 하는 수준 높은 전략을 꾀하고 있다!’
처음 이 책의 마력을 예감한 건 막 40page가 넘어섰을 때였습니다.
일생에 몇 번 벼락같이 찾아드는 예지는, 크나큰 확신으로 다가와 성공을 말하기도 합니다.
성공과는 좀 다르지만 앞부분만을 읽고도 강한 예지를 느꼈습니다.
‘이 작품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라고 작가를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66page에 이르러선 확신을 가졌고, 감상문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것도 바로 그때였지요.
딱 제 취향에 맞은 소설이었던 것입니다. 분명 신인작가가 아니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글에 중심이 잡혀있습니다. 흔들리지 않습니다.
잘 쓴 소설은 진지하게 칭찬하지만, 제 취향에 맞는 재미있는 소설을 찾았을 땐 다소 행동에
변화가 옵니다.
이게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괜히 앞에있는 사람 등을 두들기거나, 못 참겠다는듯이 발을 구를 수밖에 없는 소설.
이제 금안의 마법사 다시 펴렵니다. 읽던 중에 왔거든요. ^^
이제 2권 볼 차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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