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미나토 가나에
작품명 : 소녀
출판사 : 은행나무
"사람이 죽는 순간을 보고 싶어!"
죽음을 직접 보길 갈망하는 두 소녀의 잊을 수 없는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네가 그렇게 불행하다고 한다면 나와 너의 인생을 지금 송두리째 바꾸어 줄게. 그 제안에 일말의 저항이라도 느낀다면, 넌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 아닌 거야.
화제의 작가 미나토 가나에게 선사하는 상큼발랄한 청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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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발랄은 개뿔.
지난 번 '고백'에 이어, 미나토 가나에의 또 다른 소설 '소녀'입니다.
어릴 적 부터 절친한 친구 사이이면서도, 서로에 대하여 미묘한 거리감을 가지고 있는 두 소녀, 아쓰코와 유키.
서로가 상대방을 쭉 봐 왔기에 약점을 알고 있고, 또 그렇기에 자기 자신을 상대방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는 이 두 소녀.
그녀들 앞에 전학 온 한 아이가 하는 말 "너희들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그녀가 털어놓는 절친했던 한 소녀의 자살. 그리고 그 죽음을 바라보며 모든것을 깨달은 듯 말을 털어놓는 그녀의 말에, 두 소녀는 갈망합니다.
나도 '죽음'을 접하고 그것을 이해하면, 저런식으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말할 수 있게 될까.
그리고 여름방학을 맞이해, 두 소녀는 각자의 방법대로 '죽음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합니다. 아쓰코는 노인요양원에, 유키는 소년병동에 봉사활동을 하게 되지요.
그 와중에 아쓰코는 노인요양원에서 복지사 자격을 따기 위해 일하고 있는 한 아저씨에게 묘하게 끌리게 되고, 유키는 소년병동의 예쁜 소년의 소원- '큰 수술을 하기 전에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는 소원을 들어주려 합니다. 곧 접하게 될 '죽음'에 '감동적인 드라마'라는 소스를 치기 위해.
하여간 소녀들의 이야기와 주변 인물들, 그녀들의 가정환경 이야기가 이리저리 얽혀가며, 사건은 점차 하나로 모이고, 이윽고 몇 개의 반전 끝에 한 자리에 모인 두 소녀는 서로가 서로를 위하던 그 마음을, 진실로 깨닫게 되는 거지요. 좋은 이야기야....
라고 끝날 줄 알았냐.
미나토 가나에는 '고백'의 작가예요. 구원을 걷어차고 "다 죽어버려!"라고 펑! 하고 터트려버린 그 독한 작품의 작가요.
예내 둘은 좋지요. 서로의 진실한 우정을 확인하고, 인간적으로 성장했으니까.
그런데, 이 둘 주변에 휘말린 사람들이... 참...
미나토 가나에는 가차가 없습니다. "죽음을 보고 싶어!"라는 저 유치한 감정과, 두 소녀의 '별 것 없는 행동거지', 소설 이곳저곳에 배치된 복선과 툭툭 던져지는 미묘한 단서들이,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곳'의 일들을 암시하는데, 그런 것들이 뒤에서 '또 한개의 줄기'를 이루거든요.
그런데 그 줄기가 참 막장이에요.
글로 보여주는 표면은 감동물인데, 주워진 단서를 들고 독자가 파고들어보면 구원할 길 없는 참혹한 비극- 그것도 주인공 소녀들의 유치하고도 우발적인 감정의 발로로의 결과가 나타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진짜 무섭습니다. 우정을 나누는 소녀들의 '순수함'과 '청춘'뿐 아니라, 그 나이대의 '유치함'과 '무신경한 잔혹함'을 집요하리만치 들이대고 있어요. 그것도 주인공들이 아닌, 독자에게 말이지요.
소설을 읽고 이런 미묘한 감정을 느끼는건 드문 일인 것 같습니다. 미지근한 진흙탕에 발을 담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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