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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지로, 남성적인 무협.

작성자
Lv.1 인위
작성
04.06.28 23:59
조회
1,499

무정지로 1~3권, 남성적인 무협.

특별한 연성 방법이 없고, 전장의 오랜 사투에서 우연처럼 깨달아진다는

전단격류라는 절대무공이 있다. 무정지로는 이 전단격류를 익히게 된 무정이란

남자가 겪게되는 강호, 그리고 전쟁을 그리고있다.

하지만....

  시무룩했다. 생각해보라, 많은 책들 사이의 무정지로를.

포복전진으로 굳어간 지 오래인 네 글자 제목은 그렇다 치더라도 비슷비슷한 제목에 어지간

히 안력이 좋지 않다면 구별조차 어렵다.

읊어보아 - 전신지도, 호열지도, 군사지도, 신수지도, 선인지로, 마왕지로, 낭인지로, 천년

지로, 권황지로 - 무정 또한 얼마나 흔한 단어란 말인가.

無情이 아니라 無正이라 하여 한글 제목의 글자가 물구나무라도 서는 건 아니니 말이다.

  그래, 평범한 표피에 쌓인 이 책은 작가의 말에서 평범을 굳혀주었지.

서장에 너무나 공손한 남자의 등장과 편협한 무림 고위인사들의 대화, 그리고 전단격류라는

알 수 없는 무공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어느새 눈빛마저 게슴츠레 변해있었다.

무기의 이름을 초우라 칭하며 혼잣말 하는 것도 꼴사나웠다. 남들이 격찬하는 전장씬은 이

후 강호의 이야기를 풀어나가 전까지 주인공을 드러내고 키우기 위한 탄탄한 준비과정에 불

과하리라 느껴졌다. 전투묘사는 깔끔했지만 완성도는 높지 않았고, 주인공이 소속된 낭인대

자체가 군문과는 거리가 먼 무림인의 집합체였다.

  하지만 내가 어찌 알았겠는가! 하품하던 그 순간순간에도 무정지로의 세계에 점차 익숙해

지고 있었던 것을. 바로 익숙해 졌을 때가 진정한 재미의 시작이라는 것을 말이다.

좀 더 일찍 빠져들지 못했음을 오히려 아쉬워하는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1권까지만 해도 묵빛 내공만 끌어올리면 퍽퍽 쓰러지는 것처럼 보여 미적지근하던 비무가

2권에 와서는 어느덧 설득력과 짜임새가 느껴졌다. 멍하니 읽다가 헛! 하고 깨어나면 ‘아,

빠져들어 읽고 있었구나.’하며 놀라게 되었다. 개방 태사조인 청백지강호 홍관주가 쪼르르

무정에게 붙어 하는 농담에, 훗 하고 웃게 될 정도로 경계심이 없어져 버렸으니 자연 즐거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 어느덧 무정의 행로에 홀려있었다. 그의 은은한 기품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그 거침없는 손속이 상쾌하다. 남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잘못했다면 벌하는 거다.

  그러고 보면 무정지로는 큰 인기를 끈 게 당연해 보인다. 보면 볼수록 탄탄한 작품이다.

아까 군(軍) 전투묘사 완성도는 높지 않았다 했지만 비교대상이 좀 높아서 그랬다. 나무랄

데 없이 깔끔하다는 것 만해도 대단한데, 납득하기에 무리도 없고 오히려 빨려드는 감이 있다.

  글에 호흡 조절도 잘한다. 필사의 전투 전에 적절한 상황과 대사로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걸 보면 완숙해 보인다. 들자면 의지, 믿음, 우정, 쑥스런 칭찬, 모두가 버무려져 들어간다.

그리고 바로 그 장면! 죽음을 향해 달려갔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일 대 오천의 전투씬은

그야말로 전율이다. 그 비장미가 당신은 느껴지는가? 모른다면 읽어보면 안다.

  하나하나 짚어나가니 스스로도 웃음이 나온다. 며칠 전 무정지로에 대한 감상글을 읽었다.

등장인물 중 상귀와 하귀가 마음에 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1권에서 그들이 처음 등장했

을 때 나는 그들을 영원히 좋아하지 못할 거라 단정했다. 그들은 입이 너무 상스러웠다.

언뜻 들어 그냥 잡귀도 아닌 시정잡귀로 느껴졌으니 말 다한 거다.

하지만 지금에 와 생각하니 “상귀, 하귀”가 더없이 사랑스럽다. 그들의 거친 말투 속의 따뜻한

정을 생각하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러하니 그들과의 재회가 반갑게 느껴질 정도로

친근함이 가관이 되어버렸다.

  전단격류라는 무적의 무공을 익혔다 하면 흔히 긴장감이 떨어지리라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주인공이 강하더라도 위기는 찾아온다는 듯,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게 만든다.

자꾸 죽을까 말까하며 살아나니 짜증날 법도 하지만 그게 베스트셀러의 법칙 중 하나니 어

쩌랴. 게다가 약점도 드러났으니 즐길 거리는 아직 많다.

  전체적인 시각에서 뭉뚱그려 말하자면, 무게가 잘 잡힌 남성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언뜻 열혈하다. 강한 주인공이라 하여 독보하지 않는다. 이리저리 갈피 못 잡게 흔들리지

않고 엄연히 굵은 스토리 안에서 움직인다.

  이 또한 취향이 얽힌 문제지만 일단 읽어보라. 다만 다 읽고 나서 누가 작가를 만나면 좀 물어보라.

미려군은 속가제자인 주제에 도대체 왜 단 20명 이내의 고수들 틈에 끼어서 그 전장에 따라간 거냐고.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면 거대한 스토리에 밟힌 미려군이 불쌍타.

3권 말미로 당문에서의 일이 끝났지만 아직 그녀와의 인연은 맺힐 듯 맺히지 않을 듯 위태하기만 하다.

그나저나 미려군이 누굴까?

일단 읽어보라지 않은가! 그럼 자연히 알게 된다.


Comment ' 3

  • 작성자
    Lv.1 담적산.
    작성일
    04.06.29 00:57
    No. 1

    기억이 가물가물하니... 참마도님에게 연락을 다시 해봐야 겠구낭...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돈오공
    작성일
    04.06.29 08:27
    No. 2

    으악! 이건 광참이 아니라 핵폭참이다.
    과연 인위님의 폭주는 어디까지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북천권사
    작성일
    04.06.29 08:45
    No. 3

    인위인위님의 가공할...연속기!!!!
    당분간 독주(?)가 계속되지 싶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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