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극사전기 7권, 시선이 밖에 있어 멍하다.
몽환적인 허상에 머리를 맡겼다. 작은 세계, 큰 움직임. 향내가 코끝을 떠나지 않는다.
뜻에 대한 사색을 논하는 것은 조진행 작가의 글과 비슷한데 전자가 현실과 이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일체화 한다면, 후자인 윤극사전기는 시선을 아예 이상의 세계로 밀어 넣은 상태
로 현실을 재단한다.
독자로서 멍~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극사는 이미 벗어났음에도 현실에 남으려 한다.
덕분에 그로 인한 시각차가 형이상학적(사물의 본질이나 존재의 근본 원리를 사유나 직관으
로 판단)인 생각을, 읽는 이에게 요구한다. 그 독특한 생각에 흥미를 갖게 한다.
7권에서 윤극사는 길게 세상을 관조한다. 결국 좁은 세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들의 바
둥거림을 관찰한다. 그리고 이를 보여주며 조소한다. 욕망이 덧없음을 보인다.
그러다가도 결론이 내려지면 뛰어든다. 일단 움직이면 칼과 같다. 자르고, 심판하고, 벌한다.
얼핏 시원하다. 독자는 윤극사와 함께 신이 된다. 세상을 조종한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제멋대로 판단하고 결론지으려 하진 않는다. 아직 생각이 마무리되지 않
은 것들은 그대로 둔다. 백초곡 약사들을 가만히 보내는 게 그것이다. 길이 다르다 하더라
도 납득을 하지 못하면 방관한다. 그 어중간함에 불만이 나올 듯도 한데 윤극사가 품은 꿈
을 보면 꼭 잘못된 행동도 아니다.
작가는 말미에서 윤극사를 장자로 만든다. 하지만 말재간은 아니다. 짧은 진실만으로 황제
를 죽음과 삶 사이로 넘나들게 한다. 황제란 고귀한 존재를 평범한 인간으로 낮추고 이리저
리 꼭두각시처럼 조종하며 웃게 만든다. 그러고 보면 앞서 신하들과 장군들의 말다툼마저
방관적인 시선에서 지켜보다 보니, 7권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이 마치 한 편의 경극을 본
듯했다는 게 이해가 된다. 긴 연극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
소설에 몰입은 했으나 윤극사 안으로 들어갔으니 시선이 바깥쪽에 자리할 수밖에 없다.
개입보단 방관적인 입장에 머무른 윤극사를 어찌 탓하랴. 그게 해답인 것을.
그나마 적이 목적한 것이 책 말미에 명확히 드러나 정신이 든다. 유리광국. 그에 대한 실
마리를 ---가 내어 주리라곤 생각지 못했으나 이제 결말이 머지않은 것 같아 착잡하다.
무엇보다 영의 상태에 대해 결론짓지 않고 끝낸 것이 절묘하다. 하지만 모두들 결론 하나씩
은 내려놓았을 것이다. 이 때문에 7권은 이미 8권과 떼어놓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여기서 아직 못 다한 말은 8권에서 해야겠지... ㅡ.ㅠ
7권은 그냥 멍하니 보게 되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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