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허 담
작품명 : 독 경
출판사 : 청어람
깔끔하고 정갈한 일본식 정식을 먹은 느낌이다.
마조흑운기의 격렬하고 거친 주인공부터 시작된 허담님의 작품세계는 독경에 이르러 특유의 담백한 특징을 뽐내게 된다.
마치 중원의 무사가 격렬하고 호쾌한 초식을 시전하다 점점 원숙해지며 어깨에 힘을 빼고 가볍고 은근한 초식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처럼 화려하고 화끈한 이야기전개는 아니지만 문장력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 내공이 실리니 이처럼 특유의 재미를 주는 글이 완성된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화끈하고 강력한 흡인력, 다이나믹한 카타르시스를 찾는 분에겐 실망스런 글이 될수도 있을 듯하다.
사실 허담님의 오신경의 세계관은 전작 화마경처럼 주인공과 동등한 무력을 소유한 다른 신경의 인물이 없는 이상 밸런스의 붕괴가 올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신경의 2단계까지만 해도 별 적수가 없으니..) 초반엔 약하지만 좌절과 고난을 겪으며 한걸음씩 성장하여 결국엔 강력한 고수가되는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의 성장성이 이 세계관 안에서는 있을수가 없는것이다.
초반부터 어떤 신경의 소유자가 적수로 나올까 기대했지만 결국 다른 신경의 소유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주인공 허소산의 앞길을 막을 자는 나타날 수 없었다.
무력적인 성장성이 없을 뿐더러 주인공이 겪는 내면의 성장조차 주인공 허소산에겐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완벽하기 때문이다. 기억력, 사고력, 노련함, 무의 재능, 족함을 알고 물러나는 용기 거기다 천하를 노리는 영웅들을 상대하는 지략마저도...
적어도 이 소설안의 허소산은 그야말로 완벽한 먼치킨이다.
(10권 마지막의 권능을 초반부터 발휘해버렸으면 한 5권이면 끝났을듯..-_-; )
이처럼 주인공에게 제대로 된 호적수가 없는 독자들을 강력히 끌어당기는 흡인력을 갖추기 힘든 설정과 이야기구조로 이야기를 꾸려나가며 또한 특유의 감칠맛으로 버무려 맛있는 글을 만드는 허담님의 솜씨가 대단하다 생각된다.
중원고수들의 노화순청의 경지인걸까..
아마도 화마, 목독의 이야기로 오신경의 이야기는 끝날듯하다.
수선,금패,토정의 이야기도 궁금하긴 하지만 또 다음 허담님의 글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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