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비뢰도 한 번 옹호하고 나섰다가, 제 글에 동의하는 댓글 하나도 못 얻었습니다.
우선, 옹호하기 전에 예술이라는 것에 대해서 조금 얘기할까 합니다.
저는 문학을 비롯해 모든 예술은 상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게 모나리자의 그림은 친구가 그려준 오 나의 여신님의 베르단디보다 못한 그림이죠.
그럼 사람들이 얘기하죠, 제가 무식한 놈이라고.
저는 평론가들이 말하는 것 전혀 못 알아듣겠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제가 느끼는 대로 봅니다.
각자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지만, 어쨌든 제 얘기는 그렇단 말입니다.
비겁하게 권위자의 말을 조금 인용하겠습니다. 아마 톨스토이라고 생각됩니다만, 예술은 환경에 의해서 좌우된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제가 청소년기에 방황했고 칩시다. 그리고 호미밭의 파수꾼을 읽었다. '아~ 대박이다.' 딱 이렇게 느낄 겁니다. 하지만, 순탄하게 자라온 사람이 호미밭의 파수꾼을 읽으면, 머리로는 이해할지 몰라도, 자신이 공감할 수 있는 다른 유명한 문학작품보다는 감동을 덜 느낄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제가 얘기하고 싶은 말은...
비뢰도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무협을 많이 읽은 분들이 이 곳에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뢰도는 무협소설이라고 장르를 칭하기에는 솔직히 거부감이 드는 작품입니다. 기존 소설과 비교하면 정말 너무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더 읽을 때 재미없는 소설로 느껴지는 게 아닌가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비뢰도 좋아하는 사람들은 10대의 중고생들로 알고 있습니다.
왜?
모두 아시리라 믿지만, 중고생 시절에 좋은 추억이 많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말 제대로 된 추억 하나 없이 중고생 시절을 보는 학생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한국에서 학생시절이 얼마나 따분합니까? 비뢰도는 그런 면에서 대리만족(좀 어감이 안좋지만 결코 아무 의미 없습니다.)시켜 줍니다. 어떻게 보면, 대학생이나 30대들이 온라인 게임에서 지존이 될려고 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어떤 분들은 그런 놈들은 인생의 패배자라고 생각할 분들도 있겠지만, 여기서 그렇게 쓰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
어쨌든, 비뢰도는 환상적인 학교 생활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요즘 중고생들이 공부에 찌든 삶에 벗어나서 스트레스 풀기위해서 무협을 읽는 분위기기 때문에 무거운 작품보다는 가벼운 작품을 읽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비뢰도는 일반 중고생들에게 인기가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본다면, 웃음밖에 안나오는 작품들일 수도 있지만 말이죠.
전투에서 다각도의 시각에서 보여주는 것과 함께, 몇칸 건너 뛰고 기술 소개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리고 비뢰도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넣고 있다고 하는 비판도 많습니다.
슬램덩크에 관해서 잠깐 얘기할까 합니다.
세종 대왕 위인전에 한 책을 몇 번이나 읽었다고 그랬는데, 저도 슬램덩크 하나만은 정말 세종대왕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읽었습니다.
각설하고, 슬램덩크는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 것일까? 에 대해서 생각해 봤습니다.
첫째, 묘사의 세밀함.
기존의 국내외 농구만화와는 차원이 다른 섬세한 근육의 묘사와 모션의 리얼리티.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게임.
둘째, 컷 활용의 대범함.
강조하고 싶은 장면에서는 한 컷이 엄청 큽니다. 대수롭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컷의 크기를 정하는 것이 한 만화가 재미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셋째, 사람들의 반응.
강백호가 덩크를 합니다. 그란 다음 사람들의 놀란 반응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함으로 해서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비뢰도는 슬램덩크랑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뢰도를 늘여 쓴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늘여 쓴다는 근거로 다각도 묘사와 쓸데없는 학교생활을 세밀하게 묘사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저번에 누가 엄청 단순한 내용 길게 쓴다면서 욕한 적이 있습니다.
근데 그렇게 따지면 모든 책이 다 그렇습니다.
묘사에 대한 세밀함은 독보건곤에서도 나타납니다. 독보건곤도 비뢰도처럼 내용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단지 비뢰도는 기존의 무협에서는 있을 수 없는 학교 생활을 묘사했고, 독보건곤은 전투모션을 세밀하게 묘사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독보건곤은 문장을 최소한 짧게해서 긴장감을 더해주고, 비뢰도는 조금 가볍게 썼기 때문에 문장 길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각도에 대해서 말이 많은데, 저번에 비뢰도가 판 벌리고 수습못한다고 쓴데서 설정에 실패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전투 자체가 소규모가 아니니, 길게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학교생활에서 세밀하게 나왔던 조연들을 전투씬에서 다 빼버릴 수도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여줌으로 해서 그 어떤 사건에 대해서 더 많은 감흥을 불러일으켜 줍니다.
그리고 기술 나올 때 칸 엄청 잡아먹는다고 그러신 분이 있는데, 강조하고 싶기 때문에 잡아 먹은 것 아닐까요? 그리고 잡아 먹어 봤자 얼마나 잡아먹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에서의 공백은 만화의 컷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기서 비뢰도가 슬램덩크를 비교하면서 '슬램덩크와 비슷하면 좋은 작품이다'라는 이상한 전제가 깔려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것 같은데, 사실은 그런 의미에서 비교한 것이 아니라, 슬램덩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고무림회원 중에서 슬램덩크 좋아하면서 비뢰도 싫어하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비뢰도를 옹호해주셨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비뢰도와 슬램덩크의 차이점이라면, 슬램덩크는 그림이라서 섬세해도 보기 편하고 비뢰도는 글이라서 묘사가 길어지거나 그러면 시간과 정신력을 많이 소비하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소리 저런 소리 다하면서 글을 늘여쓴 이유는 글의 특성상 오해소지를 남겨서는 안되기 때문에, 최대한 사람들이 나올 수 있는 반응에 대해서 미리 답글을 달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글이 괜히 길어져 바쁜 사람들 붙잡는 것 아닌가 죄송스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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