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는, 키가 150이 채 될까말까 하는
아담한 체구에 귀여운 목소리를 가진 아이였어요.
비록 대학교 들어와서 만났고,
서로 완전히 속마음을 터놓고 대화하는 친구는 아니었다고 해도.
소중한 친구였습니다.
내가 이 아이를 알았을 때는 이미 많이 아팠어요.
하지만 아픈 티 한 번 안내고 항상 밝게 웃고,
친구들이 자신을 동정하는 것이 싫어, 일부로 활발하게
발랄하게, 다녔기에 -
친구의 병세가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어요.
10살,
10살에 생겨버린 악성 종양이
몸을 좀 먹어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악성 종양, 암은.
그 조그마한 아이의 온몸으로 퍼져 나갔고.
12년 동안, 나의 친구는 그렇게 싸웠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암이 혀로 퍼져버려서 그렇게 자신이 희망하던
'성우'라는 꿈을 접고 이 자그마한 아이는.
혀의 일부를 잘라냈습니다.
그 때,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하늘은 왜이렇게 가혹한 시련을 이 아이에게 주나 싶어서
네, 그래요. 동정했습니다.
그 것이 너무 미안해요.
그렇게 동정받길 싫어하던 아이였는데.
3개월 전 쯤에.
다른 친구한테서 연락이 왔었어요.
이 자그마한 아이가 3개월 선고를 받았다고.
병문안을 갔습니다.
자신을 꾸미는 걸 좋아하던 아이가 ,
머리카락이 독한 약을 견디지 못하고 다 빠져버려서.
그래서 모자를 쓰고 있는데,
사실 저는 그 때 까지도 실감하지 못했습니다.
그 아이의 심각한 병에 대해서.
TV에서처럼, 3개월 선고를 받아도 의지력으로 이겨 낼 수 있을 거라고.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제, 아이들의 중심점이 되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부산이 고향인 이 친구는 항상 발랄하고 시끄러워요.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차분해요.
이상하더라구요.
이상하다, 싶었더니 한다는 말이.
죽었데요.
그 자그마한 아이가 , 죽었데요.
처음에는 아무생각이, 아니 어떠한 생각 조차
할 수 없었어요. 정말 손에 힘조차 안들어가고
꿈이길.
거짓말이길.
장난이길.
소식을 받고 아이들과 시간을 맞춰 그날 저녁에
장례식 장에 찾아갔습니다.
3일장의 이틀 째 더군요.
장례식 장의 접객실에 신발을 벗고 올라서서.
그 아이의 사진을 마주하니.
모든 게 현실로 돌아오는 기분이었어요.
평소처럼 헤실 거리며 웃고 있는 그 아이는,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어요.
더 이상 그 아이의 귀여운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요.
웃을 때 휘어지던 그 반달 눈을 더 이상 볼 수 없어요.
화려한 걸 좋아해서 항상 패셔니스타 였던
그 아이의 모습을
이젠 더이상
볼 수
없어요.
내가 너무 못났더라구요.
왜 그 전에는 병문안도 자주 오지 못했을 까.
왜 그랬을 까.
나는 왜, 대체 왜
그리고 하늘은 왜, 대체 왜.
친구들과 이 사랑스러웠던 아이의 끝을
끝까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11시에 발인이라고 하더군요.
친구들과 장례식 장에서 밤을 새고,
발인을 하고.
화장터로 가서 ,
가서,
아이는 작은 항아리에 담겨졌습니다.
납골당. 그 곳은 생각보다 칸들이 작더라구요.
원래도 자그마한 체구 였던 아이인데.
좀 더 큰 곳에 있게 해주는 게 좋지 않을 까 싶었지만.
부모님의 뜻이였으니까요.
가는 그 날 까지
힘겹게 투병했다던 이야기를 들었어요.
정말 왜? 이런 생각 밖에 안들 더라구요.
하늘은 왜, 하나님은 왜 자신의 아이인 그 아이를,
독실한 그 아이를, 좀 더 즐겁게 살도록 베풀지 않으셨을까.
너무 어여뻐하여 자기 곁에 두고 보려고 데려갔다고.
그러시더라구요.
하지만 그렇지만, 저는 계속 왜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왜 하필 이 아이인가 싶은.
하늘에서는 네가 하고 싶었던 일.
먹고 싶었던 것.
입고 싶었던 옷.
가고 싶었던 곳.
다 누리고 있길.
누리고 있지?
제 친구를 위해 잠시나마 명복을 빌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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